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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22 10:39
눈산조망대/ “식샤를 합시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61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식샤를 합시다”


며칠 전 인터넷 신문을 뒤적이다가 해묵은 유행어가 떠올랐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장내 아나운서였던 데이브 니하우스가 만든 “마이, 오 마이!(My, Oh My)”다.

그는 매리너스가 1995년 디비전 챔피언 시리즈 5차전 연장 11회에서 양키스에 2루타를 얻어맞고 패하자 “마이, 오 마이”를 연발한 뒤 “믿을 수 없네!(I don't believe it)”라며 탄식했다.
 
매리너스의 1977년 창단 첫 경기부터 33년간 장내 및 라디오 중계방송을 맡아 ‘매리너스의 목소리’로 불린 그가 2010년 11월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후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그의 추도식에 팬들이 몰려와 “마이, 오 마이!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네”라며 탄식했다. 

니하우스는 사망하기 2년 전 MLB(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헌액됐었다.

니하우스의 “마이, 오 마이”가 떠오른 건 요즘 한국에 “식샤를 합시다”라는 TV 연속극이 인기를 모은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식사가 아니라 ‘식샤’다. 니하우스처럼 인기 야구해설가인 허구연 씨가 중계방송 도중 식사를 항상 ‘식샤’로 발음해 유행어가 됐다고 했다. 

허씨는 선수들과 ‘식샤’하며 들은 얘기를 중계방송에 자주 인용한다고 했다.
이 연속극은 소위 ‘돌싱녀’(독신 이혼녀)와 홀아비 등 1인가구를 중심으로 이들이 함께 어울려 각종 음식을 매개체로 삼아 대화를 나누고 예상 밖의 해프닝도 일으킨다는 내용이란다. 

요즘 서울의 1인가구가 4가구 당 1가구 꼴(24%)임을 감안하면 적절한 상황설정으로 보이지만 드라마 제목을 사투리도 아닌 ‘식샤’로 쓴 것은 별로 적절한 것 같지 않다.

물론 허씨가 ‘식샤’로 발음하는 것은 혀의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습관일 뿐이다. 남들보다 튀게 발음해 관심을 끌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 원로목사는 예수를 ‘예슈’라고 발음했었다. 신통하게도 감사를 ‘감샤’로 발음하지는 않았다. 소파(sofa)를 ‘쇼파’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쇼보트 아이스크림’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식샤…’의 제작진은 “정감 넘치고 위트 있는 드라마의 콘셉트를 제목에 담고 싶어” 허씨의 발음을 원용했단다. 하지만 ‘식샤’라는 혀 꼬부라진 말에선 정감도, 위트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디어가 이런 발음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면 앞으로 더 괴상망측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 터이다. 이미 청소년들 사이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비어나 속어가 홍수를 이룬다.

‘유남생’도 그 중 하나다. “You know what I'm saying?”을 빨리 발음하면 그렇게 들린단다. ‘반갑녀’는 반가운 여자가 아니라 ‘환갑의 반인 30대 여자’를 뜻하고, ‘베이글녀’는 베이글 가게 여자가 아니라 ‘베이비 같은 얼굴에 글래머 몸체를 가진 여자’다. ‘의느님’도 있다. 의사와 하느님의 합성어로 ‘여자 얼굴을 재창조하는 성형외과 의사’를 뜻한단다.

‘훈남’(훈훈한 인상의 남자),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따위는 고전이 됐다. ‘품절남’이 새로 떴다. 자기가 좋아했는데 다른 여자가 차지해버린 남자를 말한다. 신문기사 제목에 자주 뜨는 ‘표준어’ 속어들도 있다. ‘돌직구’는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멋대로 내뱉는 말이고 ‘멘붕’은 충격 받거나 화가 치밀어 어쩔 줄 모르는 ‘멘탈 붕괴’ 상태를 의미한단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식샤’ 못지않게 ‘식사’도 우습다. 식사는 먹는(食) 일(事)이다. “점심식사를 합시다”는 “점심 먹는 일을 합시다”라는 말이 된다. 그냥 “점심을 먹읍시다”가 훨씬 자연스럽다. 존대 말도 “점심식사 하세요”보다 “점심 드세요(진지 잡수세요)”가 더 부드럽다. 식사는 ‘음식 먹는 행위’와 함께 ‘음식 종류’(메뉴)를 뜻하기도 한다.

내가 돌직구를 던진다고 해서 ‘식샤’ 제작진이 멘붕 될 리 없고,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누릴 터이다. 허구연 해설가가 전매특허 발음인 '식샤’를 식사로 바꿀 리도 없다. 쓸 데 없이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나도 오늘 ‘등샨’하면서 머리를 식힐 생각이다. 하산 후에 동료들과 어울려 찾아갈 식당이 있다. 그 집엔 토요일마다 감자탕이 ‘식샤’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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