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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11 10:26
눈산조망대/ 못 미더운 엄마 젖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906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못 미더운 엄마 젖
 

꽤 오래 전에 ‘젖소부인…’이라는 19금 비디오 시리즈가 나돌았다. 제목이 암시하듯 유방이 유달리 큰 아줌마들이 야한 작태를 퍼질러대는 준 포르노급 에로물이다. 진 아무개가 나오는 비디오를 봤다는 친구 녀석이 “유방 크기와 젖 생산량은 비례하나?”고 물었지만 아무도 딱 떨어지게 대답 못했다. 내 생각에도 개연성은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건넛마을의 젊은 할머니가 자주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풍채가 좋았고 이빨이 작두처럼 강력했다. 호두를 깨물어 깨곤 했다. 아버지에게 반말을 했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소싯적 얘기를 시시콜콜하게 해줬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모였다. 아버지가 젖을 뗀 후 30여년이 지났을 때지만 조부모님은 여전히 그녀를 융숭하게 대접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실이나 귀족들은 대부분 유모를 고용했다. 산모의 젖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그 보다는 수유하지 않아야 다음 임신터울이 빨라진다는 속셈 때문이었다.

이조 왕실 유모들은 왕자나 공주에게 젖만 먹이지 않고 스승역할까지 했다. 그래서 ‘자사(子師)’로 불렸고, 젖소부인 아닌 ‘봉보부인(奉保夫人)’이라는 종1품 벼슬을 받았다.

인심이 풍성했던 서민들도 이웃과 젖을 나눴다. 심 봉사는 우물가의 동네 아낙네들에게서 젖을 동냥해 딸 청이를 먹였다. 유럽에서는 18세기 들어 유모제도가 일반 가정에까지 보편화됐다. 영국과 프랑스에선 아이들 10명중 9명이 유모(wet nurse) 또는 보모(nanny)에 의해 양육됐고, 친엄마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15명 중 1명꼴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주인 딸 스칼렛 오하라의 흑인노예 보모가 맹활약하는데 요즘 미국인들은 대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탁아소에 맡긴다

하지만 유모가 사라졌다고 유모 젖도 사라진 건 아니다. 친엄마 아닌 생판 모르는 남의 젖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모유가 상품화돼 인터넷을 통해 우유처럼 쉽게 구입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자고로 모유는 돈으로 팔고 사는 상품이 아니다. 산모가 자기 아기를 먹이고 남는 분량을 젖이 모자라는 다른 산모에게 직접 선물하거나 비영리기관에 기부했다. 하지만 모유가 조기출산 아기들의 영양식으로 인식돼 수요가 급증하자 모유를 사들여 저온 살균처리한 후 판매하는 전문 업체들이 생겨났다. LA 인근의 ‘프로락타 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주식공모로 단번에4,600만달러를 모은 프로락타는 지난해 240만 온즈(18,750 갤런)의 모유를 가공 처리했다. 올해 목표는 340만 온즈다. 이는 ‘북미주 모유은행 협회’ 산하 18개 비영리기관이 지난 2013년에 분배한 310만 온즈를 능가한다

이들 모유은행은 기증자에게는 사례비를 주지 않고 모유를 공급받는 병원에서 온즈당 1~3달러의 경비를 받는다.

모유가 상품화되면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우유 섞인 모유가 나돈다. 과도하게 젖을 팔아 자신과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산모도 있다. 보디빌더들에게도 모유가 근육생성 촉진제로 팔린다. 프로락타의 영양강화 모유 가격은 온즈당 무려 180달러다. 조기출산 아기들은 통상 1만 달러어치를 먹는데 부모 책임이 아니어서 병원이나 보험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판매 모유의 75%가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에 오염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젊은 산모 5명이 모유검사를 받았다가 살충제와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이 검출돼 울었다고 했다. 나오지 않는 젖을 아기 입에 물리고 함께 울었던 한국동란 때의 굶주린 엄마들은 그나마 그때 지구환경이 지금보다 나았다며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난주 메인주의 한 식당에서 수유하던 산모가 웨이트리스로부터 “남들 눈치 좀 보라”는 핀잔을 듣고 모욕을 느꼈다며 식당을 제소했다. 여인은 “유방은 포르노가 아니라 아기에게 젖을 먹이도록 창조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젖소부인…’을 떠올리는 남정네들이 여전히 있다면 공개수유도 아직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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