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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09 07:18
눈산조망대/ 천정부지 결혼식 비용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194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천정부지 결혼식 비용

 
예전에 서울본사 친구가 미국에 출장 오면 나에게 짓궂게 묻는 말이 있었다. “넌 아직도 그 와이프하고 사냐?”는 것이다. 내 아내의 안부를 묻는 말인데, 이혼한 자기 눈에는 이혼 안한 내가 한심해 보인다는 뉴앙스다. 물론 농담이다. 그와 나는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흉허물이 없다. 내 아내와도 서로 잘 안다. 우리 약혼식 사진을 사진기자인 그가 찍어줬다.

결혼생활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조사한 보고서가 있었다. 덴버대학이 418명을 5년간 추적 조사했는데, 결혼 전에 성관계 상대자가 많았던 남녀일수록 결혼 만족도가 떨어졌고, 장기간 교제 없이 오다가다 만나 결혼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결혼식 하객 수가 적었던 커플들은 하객이 많았던 커플들보다 만족도가 많이 낮았다.

내 결혼식 하객이 그 친구에 비해 많았는지 모르지만 결코 성대하지는 않았다. 예식장은 기자들에게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허름한 신문회관이었고, 주례는 대 선배기자인 고 홍종인씨였다. 사진은 역시 동료기자들이 와서 찍어줬다. 요즘 정석이 된 케이터링 피로연은 당시 상상도 못했었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싸구려 카스텔라를 하객들에게 돌렸던 것 같다.

결혼식 비용이 얼마였는지도 기억 못한다. 월급이 3만원 정도였던 새내기 기자 때였으니까 줄잡아 10만원 내외(신혼여행 경비 제외)가 들지 않았나 싶다. 그 때도 화려하거나 성대한 결혼식은 있었다. 내 이종사촌 여동생은 ‘재미동포 사업가’와 조선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한 선배기자의 북적대는 신문회관 결혼식에선 김동건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몇 주일 전 신문기사를 보고 놀랐다. 지난해 미국 신랑신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31,213달러(신혼여행경비 제외)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 3,000만원이 넘고 내 결혼식 비용보다 300배 이상 많다. 뉴욕 맨해튼에선 갑부 아들딸이 아니면 아예 결혼식을 올릴 생각도 말아야 한다. 그곳 평균 비용은 물경 76,328달러였다. 가장 싼 유타 주보다 5배가량 비싸다.

물가가 비싼 탓인지, 아니면 지역적 트렌드인지 모르지만 대체로 동부지역의 결혼비용이 높았다. 상위10개 도시 중 8개가 동부에 있다. 시카고($50,934) 5위였고 캘리포니아에선 유일하게 샌프란시스코($39,187) 9위에 올랐다. 헐리웃이 있는 LA($37,317) 16위로 쳐졌고, 시애틀을 비롯한 서북미 도시는 25위 안에 한 곳도 끼지 못했다. 다행이다.

다른 재미있는 통계도 밝혀졌다. 신랑신부의 평균 나이는 각각 31세와 29세였다. 신부의 웨딩드레스 비용은 평균 1,357달러, 들러리 수는 남녀 각각 4~5, 평균 하객 수는 136명이었다. 연중 12월에 약혼이 가장 많이(16%) 이뤄졌고, 결혼까지 평균 14개월이 걸렸다. 결혼식은 ‘6월 신부’라는 말이 있듯이 6월에 가장 많았고(15%) 10월이 그 뒤를 이었다.

결혼식 비용이 천문학적 단위로 치솟은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신랑 5,414만원, 신부 4,784만원으로 도합 1억원이 넘는다. 농촌총각들이 신부가 없어 장가 못간 건 옛날이다. 지금은 돈이 없어 결혼 못하는 청춘남녀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15세 이상 전체 국민의 56%가 기혼, 39%가 미혼이라는 극단적인 가구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인 1.5~2세들의 결혼비용도 미국사회의 평균(3만달러 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회 결혼식이 여전히 대세지만 호텔 결혼식도 많아졌고, 하와이 등 휴양지나 명승지에서 치르는 소위 ‘목적지 결혼식’도 없지 않단다. 신세대의 욕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한 결혼식을 올렸던 부모세대의 보상심리도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혼 청첩장이 나도는 봄철, 특히 이달에 낀 42주년 애니버서리를 앞두고 내 결혼생활 만족도를 점검해보면 허술했던 결혼식에 비해 꽤 높다는 생각이다.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된 뒤’ 총체적으로 매긴 평가다

요즘은 내가 친구에게 “넌 아직도 그 와이프와 사느냐”고 묻는다. 그는 오래전에 본부인과 재결합해 결혼생활 만족도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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