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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29 08:45
눈산조망대/ 종착역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735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종착역

 
최신판 ‘스타 워즈’ 영화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장난감 같은 우주선들이 블루 에인절스보다 더 스릴 있는 묘기로 은하를 누비며 다른 혹성의 침입자들과 전투를 벌인다. 우주선들이 전광석화 같지만 실은 모함격인 지구호에 비하면 굼벵이다. 지구는 시속1,674km로 자전(적도 기준)하면서 태양을 초당 29km로 공전한다. 현기증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회전하는 거리는 9억4,200만km이다. 이 엄청난 거리를 딱 1년 만에 돈다.

지금까지 지구의 공전회수를 과학자들은 46억번으로 추정하지만 기독교는 성경(창세기)을 근거로6,000번이라고 맞선다. 어찌됐든 우리가 탄 지구호는 예수가 “그 지구를 구원할 사명을 띠고” 탄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2015번째 공전 정거장 플랫폼에 들어섰다.

매년 그랬듯이 지구호가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돌아 제 2015호 공전역에 도착하기까지 탑승객들의 면모가 많이 바뀌었다

애당초2015호 정거장까지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지구호에서 내렸지만 어떤 사유에서건 강제로 떠밀려 내린 사람들도 많다. 물론 새 탑승객은 더 많다. 아마 이들 대부분은 2100, 아니 그 너머 정거장까지도 갈 터이다.

2015호 정거장에선 정치인이 많이 내렸다.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압둘라 사우디 왕, 말콤 프레이저 전 호주 수상, 리콴유 초대 싱가포르 수상, 전 독일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 제커, 터키의 케난 에브렌(7)과 쉴레이만 데미렐(9) 대통령, 전 독일 수상 헬무트 슈미트, 전 이스라엘 대통령 이츠학 네이븐, 그리고 김영삼 전 한국 대통령 등이다.

연예계 명사들도 많이 내렸다. 오마 샤리프(‘닥터 지바고’), 레너드 니모이(‘스타 트렉’), 모린 오하라(34가의 기적’) 등 배우와, E. (‘내 곁에 서주오’), 퍼시 슬레즈(‘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린 앤더슨(‘장미정원’), 위키 리 등 가수들도 하차했다. 독일의 인기 밴드 마스터인 제임스 라스트도 떴다. 나는 그의 팝, 세미클래식, 댄스곡 LP 30여장 모았다.

지난 주엔 쿠르트 마주어가 지구호를 떠났다.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의 지휘자를 역임한 마에스트로였다. 말년을 뉴욕에서 보낸 화가 천경자씨도, LA에서 활동했던 동요작곡가 권길상씨도 내렸고, 일본의 인기 만화가 시게루 미즈키도 떠났다. 전설의 야구선수(감독) 요기 베라, 세 차례나 MVP(최우수 선수)로 등극한 농구선수 모지스 말론도 하차했다.

올해는 지구호 승차권의 거리를 다 못 채우고 내린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나이지리아에서 보코 하람(이슬람 무장단체)의 연쇄학살로 2,000여명이 떼죽음 당했다. 테러단체 알-샤바브가 케냐의 한 대학에서 148명을 학살했다.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차량폭탄으로 220여명을 죽였고 최근 파리에서도 IS가 무차별 산발난사로 130여명을 죽였다.

네팔에서 일어난 두 차례 강진으로 네팔과 그 주변 국가에서 9,000여명이 죽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성지 메카에서 순례자들이 궤주를 일으켜2,200여명이 깔려죽었다. 인도네시아 공군 수송기가 추락해 140여명이 죽었다. 러시아 여객기가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해 탑승객 217명이 몰사했다. 미국에서 빈발했던 캠퍼스 난사사건의 희생자 수와는 비교가 안 된다.

지구호 2015호 정거장엔 그래서 상실감이 넘친다. 안 그래도 노인들은 연말이 심난하다. 아이들에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게 신나지만 우리네에겐 끔찍하다. 한 살을 더 먹지 않고 한 살을 더 잃는다. 머리카락이 낙엽 떨어지듯 빠진다. 시력도, 청력도 약해진다. 이빨은 틀니 아니면 임플란트로 대체된다. 그래서 괴테는 노인들이 상실의 삶을 산다고 읊었다.

금년은 내게도 큰 상실의 해였다. 어머님이 2015호 정거장을 종착역으로 삼고 내리셨다. 지구호 롤러코스트를 타시고 태양을 96번 돌면서 희락보다 고난의 멀미를 더 많이 겪으셨다. 다행이도 내리시기 직전 손에 쥐어드린 티켓으로 우주 허공에서 방황하지 않고 곧바로 천사가 운전하는 ‘예수 구원호’에 옮겨 타셨을 어머님 모습을 상상하는 건 큰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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