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7 (토)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6-01-16 17:23
눈산조망대/ 철새 도래지의 민병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35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철새 도래지의 민병대

 
한국의 군중시위는 전투다. 총만 안 들었을 뿐이다. 두달 전 서울 광화문 거리의 반정부 민중 총궐기대회(1) 때도 복면한 시위자들이 쇠파이프와 각목 등으로 경찰관들을 두들겨 팼다

경찰은 고압 물대포를 쏴 참가자 한명을 중태에 빠뜨렸다. 폭력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로 달아났다가 26일 만인 지난달 10일 경찰에 자수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시위자가 경찰관에게 대드는 건 고사하고 차도만 점거해도 속된 말로 묵사발이 된다. 시민이 경찰관의 지시에 어물어물하다가 총에 맞아 죽기 일쑤다. 왓츠 폭동(1965), 특히 한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429 폭동(1992) LA의 악몽 같은 인종폭동도 경찰의 공권력 과잉발동에서 유발됐다.

미국 경찰의 그 막강한 공권력이 오리건주의 허허벌판에선 별 볼일 없다. 총을 든 타주 주민 20~30명이 동부 오리건주 번스 인근의 말러 국립 야생보호지 관리소 건물 10여 채를 3주일 째 불법 점거하고 있지만 번스시가 속한 하니 카운티 셰리프국은 물론 주 경찰당국과 연방수사국(FBI)도 “철수하라”는 명령만 되뇔 뿐 별다른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불법 점거자들은 네바다, 몬태나, 애리조나, 유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모인 방목업자 민병대원들이다. 몇몇 도우미 방문자도 있다. 라이안 번디-애먼 번디 형제와 라이안 페인 등 3인방이 이끄는 이 민병대는 서부지역의 연방소유 임야 약 100만 평방마일을 해당 주정부에 이관시켜 카우보이들이 자유롭게 소떼를 몰고 다니며 방목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번스지역 방목업자인 드와이트 해먼드 부자의 재수감에 반대하는 주민들 시위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오리건에 집합했다. 해먼드 부자는 2012년 연방 임야를 실수로 태운 후 단기 복역하고 출소했지만 연방검사가 최근 이들을 재기소하는 바람에 관련법인 테러방지법의 최소 선고량(5)을 채우기 위해 지난주 캘리포니아 연방교도소에 자진 입소했다.

해먼드 부자는 감옥에 가면서 번디 형제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들은 몇 달간 치밀하게 추진해온 야생보호지 점거작전을 지난 2일 단행했다

번디 형제의 아버지인 네바다주의 크라이븐 번디도 지난 2014년 연방정부 임야의 방목요금이 시비가 돼 경찰과 대치극을 벌였었다. 몬태나 출신인 라이안 페인은 그때도 번디 3부자 편에서 싸웠다.

연간 100여종의 철새가 찾아오는 말러 보호지는 187,000에이커의 광야로 연방 어류야생국 소관이다. 관리소 직원 17명은 물론 30마일 떨어진 번스의 초중고 학생들도 무기방학 상태다. 인구가 고작7,000명인 하니 카운티는 보안관련 경비출혈이 막심하다. 카운티 판사는 매일 소요되는 6~7만달러의 경비를 번디에게 추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번디 일행은 자기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버틸 작정이다. 관리소 차량으로 진입로를 봉쇄했고, 부엌과 세탁기는 물론 공무용 컴퓨터도 사용한다. 엊그제는 관리소 중장비로 철책을 허물었다.

장기농성을 위해 블로그에 일용품 지원을 호소했다. 그런데 막상 배달된 건 비누나 화장지보다 각종 자위기구가 더 많았다. “엿이나 먹어라”는 주민들의 비아냥이다.

하지만 번디는 조계사에 숨었던 한상균과 달리 여유만만하다. 아마 철새를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 끌수록 여론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공화당 대선후보인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 등 두 연방 상원의원은 번디의 전략에는 반대하지만 연방정부가 터무니없이 넓은 땅을 소유하는 것은 ‘폭정’이라는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병대는 독립전쟁 때부터 있어온 합법적 애국단체다. 폭력시위대와 다르다. 경찰이 번디 일행을 ‘전투’로 진압하면 문제만 더 시끄러워진다. 연방 토지 이양문제는 2세기를 끌어온 난제다.

인디언 땅도 연루돼 있다. 산불진화 부담 등으로 이양을 달가워 않는 주정부들도 있다. 번디의 오리건 연방건물 점거는 결국 광야의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

**윤여춘 고문의 <눈산조망대> 목록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0 눈산조망대/ ‘도널드’보다 ‘로널드’ 시애틀N 2017-02-04 4640
209 눈산조망대/ 부활하는 ‘백두건’ 시애틀N 2016-07-09 4643
208 눈산조망대/ 얼굴에 붙은 심장 시애틀N 2015-12-12 4644
207 눈산조망대/ ‘지붕(Roof)’의 사형선고 시애틀N 2017-01-14 4644
206 눈산조망대/모퉁이 돌 시애틀N 2013-08-03 4647
205 눈산조망대/자연(紫煙)보다 자연(自然) 시애틀N 2014-01-12 4647
204 눈산조망대/ 해리슨과 박근혜 시애틀N 2017-04-01 4647
203 눈산조망대/맥아더가 기막혀 눈산 2013-09-28 4652
202 눈산조망대/ ‘향년 122세’는 사기? 시애틀N 2019-01-12 4656
201 눈산조망대/ 포카혼타스는 슬프다 시애틀N 2018-10-20 4661
200 눈산조망대/ 갈라서선 못 살아 시애틀N 2014-09-20 4662
199 눈산조망대/ 만리장성, ‘트럼프장성’ 시애틀N 2017-01-28 4663
198 눈산조망대/ 누가 이들을 돕나? 시애틀N 2015-09-19 4666
197 눈산조망대/ “우리는 왜 못 하나?” 시애틀N 2015-10-10 4668
196 눈산조망대/ 콜럼버스 좋아하세요? (1) 시애틀N 2014-10-11 4670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