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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5-07 10:28
눈산조망대/ 기적을 믿나요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735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기적을 믿나요?

텍사스주 농촌 벌리슨의 9살 소녀 애나벨 빔이 텅 빈 고목 속의 땅바닥에 30피트가량 거꾸로 떨어졌다. 뇌진탕으로 죽었거나 중상을 입었어야 당연했는데 너무나 멀쩡했다. 구조대가 고목 밑둥치 속에서 끌어올린 그녀는 혼수상태였지만 외상이 전혀 없었다. 머리에 작은 혹이 돋았을 뿐이었다. 그녀를 진찰한 병원 응급실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적이 뒤를 이었다. 애나벨은 오랫동안 원인불명의 두 가지 고질병을 앓아왔다. 음식을 삼킬 수도, 소화시킬 수도 없어 호스로 영양분을 주입했고 매일 열 가지의 약을 복용했다. 어머니가 6주마다 그녀를 비행기로 보스턴의 특수 전문의에게 데려가 각종 실험용 신약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론은 언제나 불치라는 것이었다.

그런 애나벨이 고목 추락사고 이후 딴 사람이 됐다.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약 대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불룩했던 배도 홀쭉해졌다. 5년이 지난 지금은 건강미 넘치는 중학생이다. 목숨을 앗아갔거나 불구자로 만들었을 사고가 오히려 불치병을 고쳐주는 효과를 냈다. 그녀를 진찰한 의사들은 이번에도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애나벨의 어머니 크리스티 빔이 쓴 소설 ‘천국으로부터의 기적(Miracles From Heaven)’은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최근까지 시애틀을 포함한 전국 도시에서 화제 속에 상영됐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인 크리스티와 그녀의 남편 케빈(수의사)은 애나벨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께만 가능한 기적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 지구촌이 또 다른 기적으로 들썩거렸다. 영국 프로축구 1부리그(EPL)의 만년 꼴찌팀인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만에 처음으로 왕좌에 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리버플, 토트넘, 첼시 등 전통강호가 즐비한 EPL에서 레스터 시티가 우승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다. 시즌 전 도박사들이 발표한 이 팀의 우승확률은 고작 0.02%였다.

‘여우(Fox)’로 불리는 이 신데렐라 팀의 본고장인 레스터(Leicester) 시티는 영국 중부의 산업도시다. ‘레이세스터’로 발음하기 쉽지만 현지인들은 중간의 ‘ice’를 빼버리고 ‘Les-Tah’로 발음한다. ‘나를 놔 주오(Release Me)’등 히트송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엥겔버트 험퍼딩크의 고향이고, 유럽최대 포테이토칩 공장이 있다는 것 외에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재정도 궁색하다. 지금은 태국의 ‘킹 파워’(면세 유통기업) 소유인 이 팀이132년간 선수 스카웃에 쓴 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2년간 쓴 돈보다 적다. 주전선수 11명의 이적료가 손흥민(토트넘) 한 사람 몫보다도 적다. 아프리카, 이탈리아 등지에서 무명이지만 유망한 ‘흙수저’ 선수들을 싼 값에 사들여 팀을 꾸렸고 끝내 EPL 우승의 기적을 일궜다.

그런데, 올가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기적이 일어날 조짐이다. 정치 문외한인 도널드 트럼프가 유명 정치인 라이벌들을 모두 꺾고 공화당의 유일한 대선후보가 됐다

한때 전국 지지율에서 라이벌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앞서기까지 했다. 최초 지지율이 3%였던 트럼프는 우승전망이 0.02%였던 레스터 시티보다 기적을 일궈낼 확률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세 번이나 결혼한 막말꾼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건 아니다. 이민반대, 자유무역협정 폐기, 특히 한국 등 동맹국들의 방위비 100% 부담 요구 등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한 트럼프가 승승장구하자 공화당 지도부가 혼란에 빠졌다. 그를 당 후보로 공식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그의 후보지명 반대광고가 곧 등장할 참이다.

애나벨의 부모만 기적을 믿는 건 아니다. 퓨 여론조사 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8명이 기적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 기독교인들은 거의 모두가, 비종교인들도 절반 이상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람몰이를 이어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고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면 그것을 기적이 아닌 재앙으로 여길 사람이 더 많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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