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톱 텐(Top 10)’
해마다 연말이면 신문에 ‘올해의 10대 뉴스’가 게재된다. 흔히 ‘톱텐(Top
10)’으로 불리는 이 세밑특집은 그 해 지면을 장식한 큰 뉴스들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다시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이 지난 한해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반추하게 해준다.
개중에는 금년에 일어난 것인지 아리송한 사건도 있고, 연말까지 상황이 계속되는 지겨운 사건도 있다.
본국지들이 오늘 내일 일제히 낼 톱텐은 안봐도 뻔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총리후보들의 잇따른 낙마 등 인사불통, 박 대통령의 미국 공식방문 및 그 뉴스를 무색케 한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
김정은의 장성택 깜짝 처형,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유출 논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이석기 의원 내란기도혐의 구속 등이 포함될 터이다.
그밖에 최근 박대통령의 사퇴론으로까지 치닫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논란, 역시 현재 진행형인 철도노조 파업,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한반도 전운,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및 재개,
원전 부품비리로 빚어진 전력공급 위기상황,
법무차관의 사임을 부른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 싸이의 유튜브 조회 수 12억 돌파, 류현진과 박인비의 선전 등도 톱텐에 오를 만하다.
미국 신문들은 어떨까? 10월1일부터 16일간 미국을 마비시킨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역사적 의료개혁(‘오바마케어’)의 시동과 가입신청 웹사이트 불통사태, 해군 조선창과 특히 전국 학교에서 잇따른 무차별 총격사건,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 폭발사건,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봐주기 판결, 오클라호마를 쑥대밭으로 만든 토네이도 등이 톱텐에 꼽힐 만하다.
올해 본보 신문철을 뒤적여보면 지구촌의 톱텐 뉴스들도 있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이 첫 비유럽인 교황으로 선출돼 프란시스 1세로 명명됐다.
이달 초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화국 대통령이 별세했다.
방글라데시 건물붕괴로 1,100여명이 죽었고,
필리핀을 덮친 슈퍼태풍 하이옌은 8,00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냈다.
올해 워싱턴주는 비교적 조용했다. 동성애자인 에드 머리 주 상원의원이 시애틀의 첫 게이 시장으로 당선됐고, 한인 김혜옥씨가 부시장으로 임명됐다. 작년 주민투표로 확정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발효됐고, 시택 시의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발의안이 통과됐다. 보잉의 차세대 777X기 공장부지 선정문제를 놓고 노사가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의 한인 관광회사 버스가 이웃 오리건주 하이웨이에서 굴러 9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초대형 교통참사가 작년 본보 톱텐에서 빠졌다.
공교롭게도 10대 뉴스 특집이 나간 12월30일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톱텐을 40여 차례 만들어왔지만 그런 황당한 경우는 기억에 없다. 그 자체가 ‘톱텐의 톱텐’으로 꼽힐 만한 희한하고 희귀한 케이스였다.
올해 한인 사회 톱텐에 그 버스 추락사고가1년 지각해 낀다. 실제로 사고 후유증이 연초에 지속됐고 엊그제는 밴쿠버BC의 피해자 12명이 버스회사와 오리건 주정부를 상대로 7억달러 배상소송을 냈다.
섀리 송의 킹 카운티 의회도전이 좌절됐지만 이이호씨가 보이지 시의원으로 당선됐고, 워싱턴대학 바슬 분교총장으로 한인2세 예병욱 박사가 취임했다.
북한에 2년째 억류돼 있는 린우드 한인선교사 배준호씨를 어머니가 면회하고 온 것도, 서북미 첫 한인은행이었던PI뱅크가 LA 한인은행 BBCN에 흡수 통합된 것도 큰 뉴스였다.
시애틀한인회가 다용도 자체 회관건물을 구입했고, 시애틀총영사관도 스페이스니들 인근의 자체 청사부지 구입계약을 해가 바뀌기 직전인 모레 클로징(종결)한다는 낭보도 있었다.
개인적인 톱텐도 있다.
한 친지는 올해 손자를 얻었고,
다른 친지는 모친상을 당했다. 건강이 악화된 친지도 있다. 나는 자동차가 대파되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톱텐이 있다.
‘이 나이에’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고, 눈산칼럼도 여전히 끼적거린다는 사실이다. 한해동안 껄렁한 칼럼 52개를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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