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가 무엇이냐"던 고애신과 유진초이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의병들과 유진초이, 구동매, 김희성은 모두 죽음을 맞았지만, 희망을 상징하는 고애신이 살았다. 이는 비극만은 아닌 새드엔딩이었다.
30일 오후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 최종회(24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본에 항거하는 의병들의 이야기는 물론,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마무리지었다.
구동매(유연석 분)와 김희성(변요한 분), 유진초이(이병한 분)의 마지막 술자리. '취하면 누구 하나는 죽일 것 같다'던 살벌한 술자리는 이제 없었다. 마지막을 예감한 듯 세 사람의 미소만 있었다.
유진은 "인생을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며 "우리가 도착한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사이 어디쯤일 것이었다"고 독백했다. 그는 멈출 방법을 몰랐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거나 어쩌면 애국심이었는지도"라며 "없던 우정도 싹 튼 덥고 뜨거운 여름밤이었다"고 붙였다. 이것이 세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구동매(유연석 분)는 평생을 바쳐 사랑한 고애신(김태리 분)와 작별했다. 고애신은 구동매와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첫만남에서 구동매에게 들었던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이라는 말이 줄곧 자신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구동매는 조선에 들어선 무신회 낭인들과 혈투를 벌이다 죽음을 맞았다. 죽는 그 순간까지 고애신을 떠올렸다. 그는 "아주 잊길 바랐다가도 또 그리 아팠다고 하니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 생에 한 순간을 가졌다면 이 놈은 그걸로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백번을 돌아도 이 길 뿐이었습니다. 애기씨'라는 구동매의 말은 곧 그의 인생이었다. 시체가 되어서 낭인들에게 끌려다니는 구동매의 비참한 죽음은, 그가 처음 조선에 들어설 때의 장면과 오버랩됐다. 구동매는 시신이 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즉, 구동매는 자신의 인생이 어찌 될지 알면서도 애기씨를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던 사랑이었다.
일본의 잔혹함을 고발하고 의병의 투쟁을 기록하던 김희성도 위험에 빠졌다. 그는 의병들의 명단을 말하라는 일본군의 압박과 폭력을 견뎠다. 김희성은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달, 별, 꽃, 웃음, 농담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의병들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고, 김희성은 결국 잔혹한 고문 끝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칼과 총의 시대를, 날이 선 사람들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미소를 가진 김희성이었다. 그의 인생과 대비되는 서글픈 죽음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유진초이도 고애신을 지키며 스스로 죽음에 뛰어들었다. 만주로 떠나는 고애신의 마지막 거사. 그러나 탐문 중 그의 정체가 탄로났고 유진초이는 고애신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고애신에게 "조선이 조금 늦게 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것은 나의 히스토리이자 러브스토리오. 그대는 나아가시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니"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기차를 분리시켜 고애신과 이별을, 죽음을 맞았다. 고애신은 눈앞에서 그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유진'을 외치며 오열했다.
이들이 지킨 것은 사랑이며, 또 나라였다. 고애신은 살아 만주에서 독립군이 됐다. 그는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뜨겁게 피었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한 조국에서 씨유어게인(See you again)"이라는 글로 인사를 전했다.
나라를 위해 죽어간 이들의 기록은 역사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정신은 계속 남았다. 의병들이 스러진 조선에서 발견된 황은산(김갑수 분)의 도자기, 구동매의 칼, 유진초이의 인형, 고애신의 꽃신이 그것을 상징했다.
엔딩 장면에는 미국공사관에서 일하던 도미(김민재 분)가 성장해 유진초이의 묘비를 향해 애국을 다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진의 묘비에는 '고귀하고 위대한 자 소풍같은 조선에 묻히다'라는 묘비명이 쓰여있었다.
'미스터션샤인'은 '러브가 무엇이냐'라는 명대사를 시작으로 고애신과 유진초이의 뭉클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중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이름없이 희생한 의병들을 더욱 깊게 조명하며 더 큰 이야기로 확장했다. 쉬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보였던 로맨스와 역사물의 소재는 잘 어우러졌고, 각 인물들의 비장한 서사들로 몰입도를 높였다.
비록 주요 인물들이 모두 죽음을 맞은 새드엔딩이었지만, '미스터션샤인'은 의병들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기리는 결말로 비극만은 아닌 결말을 그렸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의병들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에 걸맞는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방송에서 외신 종군기자가 의병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 역시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