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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13 21:16
안문자/노틀담 성당에서, 영혼의 소리를
 글쓴이 : 안문자
조회 : 6,276  

안문자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노틀담 성당에서, 영혼의 소리를

프랑스 파리의 노틀담 성당! 안으로 들어서다가…. 움칫, 놀란 새 가슴처럼 두근거렸다.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가 폭포처럼 우렁찼기 때문이다. 성당 안은 햇살 부시던 밖과는 달리 어두웠다. 바다 같이 넓은 그곳엔 관광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이 무슨 횡재인가. 성당을 구경하려고 왔을 뿐인데. 마침 그 시간은 여행자들을 위한 성당의 배려였을까? 오르간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가만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무슨 곡인지, 누구의 작품인지, 연주자는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다.

나는 이처럼 웅장하고 감미로운 오르간의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음악은 하늘에 닿을 듯 38m의 까마득한 황금색 천장과 길이 130m, 넓이 48m…. 182년만에 완성되었다는 고딕체의 요란한 성당을 흔들어대듯 아름답게 퍼졌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여행중에 이런 감동을 만날 수 있다니…. 각처에서 몰려 온 수 천 명의 여행객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구나. 깊은 뜻이 담겼을 우아한 오르간의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는 그들은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 신비한 소리에 압도됐을 것이다.

옆에서 딸의 눈이 똥그래지며 속삭였다. “엄마, 왜 그래?”  “음, 음악이 너무 좋아서…”아이의 눈도 금세 빨개졌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오른쪽의 남편을 올려다 보았다. 그도 물끄러미 보더니 알겠다는 듯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려 눈을 감는다. 남편도 아마 내 마음 같았으리라.

결혼 40주년을 기념한다며 우리는 날아 떠서 이곳에 왔다. 성당 앞에서, ‘노틀담의 곱추가 바로 이 성당의 저 꼭대기로 도망을 갔다 이거지?’ 기껏 나는 중학교 때 본 영화에서의 흉측한 안소니 퀸을 떠올렸을 뿐이다.

눈물을 훔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양옆으로 군데군데 작은 꽃무더기처럼 촛불들이 반짝인다. 휠체어의 한 남자가 촛불 앞에 앉아 명상 중이다. 그러고 보니 이쪽저쪽 휠체어의 사람들만이 가물거리는 촛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서는 감당 못할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그들은 신의 소리를 듣고 있나 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눈을 감는다. 덴마크의 종교 사상가 키에르게고르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기도 할 때 처음에는 말하는 것인 줄로 생각하지만 점점 더 그윽한 경지에 이르면 기도란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가 어디인가? 음악이 황홀한 하늘의 소리로 영혼을 흔들어서 내 생각을 멈추게 한 듯 머릿속이 하얗다. 나는 가슴 가득 쏟아지는 영혼의 울림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건만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연주가 끝났다.

넋 놓았던 몸이 휘청댄다. 저만큼 높은 곳에서 파이프는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데 연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넓디 넓은 성당을 빠져 나간다. 그 빈 공간에서 나는 영혼의 울림을 되새김질 하고 있다.

성당 안의 구석구석 작은 방마다 신부님 앞에 앉아 고해성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죄를 고백하는 마음으로 가물대는 촛불 앞에 섰다. 얼마의 동전을 넣으라는 헌금함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촛불을 집어다 한 귀퉁이에 놓았다. 전쟁과 굶주림이 없기를 기도하며.

파리의 낭만인 센 강 동편에 우뚝 서있는 노틀담 성당! 예수님이 달렸던 십자가의 일부와 가시 면류관이 보존되어 있다는, 8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성당은 파리의 수없이 많은 예술품과 화려한 기념물 중에서 나를 가장 감격케 했던 곳이다.

그 영혼의 소리는 지금도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너희들이 사는 동안 사소한 갈등과 오해로 화해를 외면하던 옥신각신한 다툼이 광대한 우주의 공간에서 얼마나 하잘 것없는 것인지 아느냐고. 먼지 같은 사연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이 우주를 바라보라고.

앞 뒤 가리지 않고 덤벙대며 들떠 있던 나에게 음악과 예술, 그리고 우주 만물을 통해 들려오는 신의 소리를 명상케 한 낭만의 파리여, 노틀담의 오르간 음악이여. 여행이란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기쁨을 만나게 한다. 땅 끝마다 고통과 슬픔이 있지만 틈새엔 음악이 있고, 예술이 있고, 시가 있다. 그렇지, 사랑도있네. 아름다운 세상이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던 피로는 간 곳 없고 젖은 나무, 붉게 물든 시애틀의 멋쟁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는다. 촉촉하게 젖은 하늘에선 이슬 같은 비가 내리고. 시애틀의 자연은 어느 곳과 비길 데 없는 눈부신 은총이구나. 오! 가을이 오고 있는 이 소리들….


편안함 13-06-04 16:07
답변 삭제  
과거에 썼던 글인 것 같은데, 마음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좋은 글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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