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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8-03 10:57
안문자/사진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6,102  

안문자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사진
 

사진이 너무 많다. 평생토록 찍어댔으니까
나는 또 시작이다. 사진정리 말이다. 매사에 조직적이지 못한 내가 사진 정리만은 꼼꼼이다.

취미라고까진 아니지만 참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다. 옛날엔 부모님 사진은 물론 시댁, 삼촌, 언니, 친구네 사진까지 다 정리해 주었다.

꽃꽂이를 할 때 꽃송이들이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하듯이, 그러니까 들쑥날쑥 꽂아야 아름답다고 한다

잡지나 신문도 구도가 잘 맞게 편집을 해야 된다. 앨범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큰 사진 작은 사진, 사진의 성격대로 편집을 해야 산만하거나 답답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찍은 날짜까지는 몰라도 연도대로 정리를 하려면 여간 복잡하지 않다. 간혹 이 사진은 여기에 붙여야 되는데 저기에 있으면 떼어서 그 부류의 사진을 찾아내어 붙여야 되니 나도 참 괴상한 사람이다. 뭐 그렇게 까지

정리를 하다 보면 이게 누구지? 어느 집 자녀들이지? 답답할 때도 있다
친구들이 자기네 아이들이나 손주들의 사진을 보내 줄 때가 있다. 몇 년이 지나면 누군지 모른다. 자기와 같이 찍은 사진이 아니면 받는 즉시 아무개의 누구라고 써야 된다. 사진을 구별 없이 보내면 안 되겠다. 나중에 푸대접 받을 테니까.

우리가 어릴 때는 사진 찍는 일이 별로 없었다. 아쉬운 건 어머니가 연분홍 물을 드린 명주로 언니와 나에게 두루마기를 해 입혀 주셨는데 우리들의 깜찍이 모습을 누가 아나사진이 없으니. 후에 꼬맹이 딸에게 두루마기를 해 입히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리는 14후퇴 때 평양에서 피난을 왔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오게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왕좌왕 하며 짐을 싸는데 어린 언니와 나는 앨범의 사진들을 뜯어냈다. 지금 생각하니 신통하다. 그 북새통에 어떻게 사진 생각이 났을까? 그래서 부모님의 결혼사진, 할머니, 외삼촌, 고모 사진이 지금껏 간직되어 있다.
 
책장에 꽂혀있던 앨범들이 햇빛으로 더 낡아졌다. 알아볼 수 없는 얼굴들, 보기 싫은 사진들을 유감없이 찢는다. 좋은 사진만도 주체할 수 없이 많으니까.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진들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앨범도 구식이다. 다시 정리한다.

익살부리는 귀여운 모습으로 예쁘게 놀던 우리 녀석들의 사진을 보며 쿡쿡 웃는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건강하시던 아버지, 어머니가 활짝 웃고 계신다. 콧마루가 찡해온다. 형제들이 모두 새파랗다. 귀엽던 꼬마 조카들까지 이젠 다 자라서 집을 떠났으니 사진 찍을 일도 없다. ‘한 세상 이렇게 잠깐이구나서늘해진 나의 가슴이 쿵쿵 뛴다.

오래 전 아들이 약혼자를 데리고 왔다. 둘이서 구석에 앉아 깔깔대며 웃는다. 아기 때와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며 재미있어 야단이 났던 것. 결혼 후 생일 선물로 아들의 탄생부터 이민 전까지의 사진을 들쑥날쑥 편집해 주었다. 딸에게도 물론이다. 엄마 아빠가 자기네들을 얼마나 예쁘게 키웠는지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

사진정리… 일단 분리한다. 형제들과 자랄 때, 중고등 학교와 대학시절, 직장생활, 연애시절과 결혼, 아이들의 탄생과 유치원까지, 이민 전, 이민 후, 형제들의 결혼, 아이들의 졸업과 결혼, 한국 방문, 특별한 여행.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정리된 서랍처럼 시원하다. 오구잡탕 차렷 자세로 부치면 금세 지겨워지니까. 하여간에 시간을 엄청 소비했다. 허리도 끊어지게 아팠고.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카메라는 골동품이 되었고 필름은 필요 없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을 땐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찍자마자 사진을 볼 수 있다. 마음에 안 들면 지워버린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으로 크게도 본다. 인터넷으로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내고 오기도 한다. 집에서도 사진을 만든다

여러 사람이 사진을 보려면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또는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한 번 보고 그냥 잊어버리기도 한다. 아쉽기도 하지만 무거운 앨범이 필요 없으니 좋은 면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정리했다. 부모님의 모습도, 형제들과 귀여운 조카들도, ~ 그리운 우리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절도, 우리들의 아름답던 젊은 날의 추억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의 기억들도 모두 새 앨범에 붙여있다.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다.

맹자의 말씀이다. ‘부모의 생존하심과 형제의 무고가 제일의 낙이니라맹자 할아버지가 의미 있는 말씀 하셨지만 사진 속에 웃고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안 계신다

가족들과 꽃피웠던 사랑과 인생의 노래는 이제 황혼에 걸려있다. 그러나 낙엽이 떨어지고 새싹이 돋아나듯 아이들은 변화된 세상 속에서 희망의 꽃을 심고 뿌린다. 사라져 가는 것 같지만 우리들이 이어온 역사의 흔적은 남을 게다. 시대는 변해도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형제자매와의 우애는, 친구들과의 우정은 영원하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하나님이 주신 인연은 변할 수 없다. 어느 유명한 시인의 아들이 아버지와의 작품을 책으로 엮으며 말했다. ‘핏줄을 움켜잡고나도 같은 마음이다

잘 정리된 사진들은 가족들과 사랑으로 연결된 뿌리를 보여주며 평생 동안 이어온 아름다운 인연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진 정리에 대한 나의 극성스런 정성은 바로 부인할 수 없는, 살아온 모습니다. 보람 있게, 즐겁게 살아보려고 애썼던, 삶에 대한 감사의 증거다.

다정하게 붙여 있던 사진들이 일제히 말하는 것 같다.

살아 온 발자취를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지?”
그래, 그건 어느 멋쟁이 목사님의 고백이잖아? 나의 진실된 고백도 된단다.”

사진들이 잘 정리해 주었다고, 너의 삶이 그만하면 괜찮은 거라며, 자기들이 증명한다고 뽐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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