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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9 14:32
[김영호 시인의 아메리카 천국] 불의 계곡(Valley of Fire)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927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불의 계곡(Valley of Fire)*

 
일억 오천만 년 전
바다와 태양이 혼례를 한 후
사천이백 에이커의 사막 위에
불의 신이 세운 바위산 조각예술
사랑의 기념탑들이다.
바위들에서 선사시대인들의 근육이 꿈틀댄다.
원주민 인디언들의 나체와 얼굴이 움직인다.
붉은 암벽 구멍들에서 사람 잇몸냄새가 난다.
바위 주름 속에서 인디언 담배연기가 솟는다.
넓은 암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들
사슴가족이 소풍을 간다.
도마뱀들이 노래자랑을 한다.
코요테들이 달리기를 한다.
토끼들이 방울뱀들과 술래잡기를 한다.
인디언 여인들이 바구니와 짚신을 만든다.
 
자연은 사랑을 한다.
우주가 사랑을 한다.
사랑은 예술을 낳는다.
 
내가 사막과 불이 되었다.
산양들이 나를 동생이라고 부른다.
나의 눈썹 위에 구름이 시를 쓰고 지나간다.
나의 얼굴에 바람이 시를 쓰고 지나간다.
나의 가슴팍에 구름과 바람의 상형문자가 박혔다.
 
 
*미국 네바다주의 국립공원 제 1호. 

크기변환_Fire-Wave-Sunset-at-Valley-Of-Fire-State-Park-Nevad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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