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이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권하는 <지구위의 작업실>
나에겐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작업실하면 이젤과 물감을 널브러지게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은 예술가들에게만 필요한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작업실이란 예술가만이 필요한 공간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나 주부들과 같이 지극히 무난한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한 공간이라고 우리 모두를 그의 작업실로 초대한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작업실인 ‘줄라이홀’은 책 제목과는 달리 지구 위의 작업실이라고 하기엔 햇살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빌딩 지하에 마련된 매우 낯선 공간이다.
책 표지에서 살짝 엿본 ‘줄라이홀’은 그 공간에서 저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보기 힘든 매우 비현실적인, 그래서 일상과는 거리가 먼 공간처럼 보인다.
저자는 그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고 했다. 일상의 나와 비일상의 나를 만나는 그런 공간에 저자의 온갖 애장품들이 모여 있다.
중학교 이후부터 모은 LP음반 3만장이 줄라이홀의 벽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고, 세운상가를 세운대학으로 모시듯 발품을 팔아 사들인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는 명품 오디오 기기들이 들어서 있다.
빈티지 커피기기를 통해 하루 종일 정성 들여 볶은 커피를 갈아 내리면서, 저자는 자신만의 작업실 ‘줄라이홀’에서 일상을 떠난 혼자만의, 그러나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작업실은 고사하고 저자처럼 여유롭게 보낼 시간도 없음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시공간을 모두 소유한 그래서 엄청나게 부유함을 누리고 있는 저자가 무척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독자들을 향해 저자는 실컷 부러워하라고 일축해 버린다.
그러나 그에게 왜 이러한 작업실은 꼭 있어야만 했던 공간이 되었고, 평범한 우리에게도 필요한 공간인지를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서서히 알게 해 준다. 마치 그가 정성 들여 오랜 시간에 걸쳐 볶아낸 커피 향처럼 작업실을 향한 갈망 또한 점점 진해져옴을 느낀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서기 위한 노력은 저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꼭 해야 하는 그런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우리는 타인을 만나는 데에 쓰고 내 안의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처럼 그런 만남을 하루 속히 이루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며 나만의 작업실을 찾아 책과 함께 의미 있는 방황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게시물은 시애틀N님에 의해 2013-07-09 23:47:49 자유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