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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26 03:36
[정상원의 사진세상]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으로 떠난 가을 여행(1탄)
 글쓴이 : 정상원
조회 : 6,934  


옐로스톤의 진수는 가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본다.

2003년 미국 횡단 때 들러보곤 처음 들르는 곳이다. 지금까지 옐로스톤은 이래저래 이번까지 4번째 방문이다. 그 중에서 3월에 들렀을 땐 일반 차량은 통제하는 계절이라 주변 풍경만 담아 오고 나머진 모두 한여름에 방문했었다.

태양도 뜨겁고 사람도 많고 그냥 간헐천이 많다는 정도만 보았지 별다른 감흥과 감동은 받지 못했다.

단 하나, 미국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 말고는.

그런데 옐로스톤의 진수는 가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람도 적고 날씨도 적당하고 야생동물도 여름보단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바로 옆에 있는 Grand Teton의 가을 분위기가 시쳇말로 죽인다고 들었다. 그래서 늘 한번은 가봐야지 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추석날 새벽에 출발했다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출발했다. 아무 준비도 없다. 대충 필요물품 가지고 추석날 새벽에 출발하기로 와이프와 의논하고 잠자리 들었다.

출발 예정시간은 새벽4, 총 편도 시간이 13시간 정도니 4시에 출발하면 얼추 오후5시 정도면 도착할 듯 했다. 왕복거리가 1,600마일이 조금 넘으니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망설이지 않고 가기로 했다. 정말 용감한 부부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것저것 하다 새벽 2시에 잠깐 눈만 붙인다고 한 게 와이프가 깨우는 소리에 시계를 보니 오전 6시다. 맞추어놓은 알람도 안 울렸다고 와이프가 난리다.

일단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 그 전날에 시동만 걸면 갈 수 있게 준비가 다된 상태라 늦은 시간만 빼고는 별문제가 없었다. 일단 옐로스톤까지 가서 자고 다음날부터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늘 새벽에 잠드는 나는 쉽게 보기 드문 새벽 분위기를 느끼면서 프리웨이를 달렸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주 상쾌한 출발이다. I-5를 달려 18번 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I-90으로 갈아탔다. 이 길로 계속 가면 보스턴이다.
 
아침 기온 낮다가 스포켄쪽으로 갈수록 기온 올라가
 
일요일이고 이른 시간이라 달리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침기온이 상당히 낮다. 가을이 성큼 온 듯한 날씨에 조금은 긴장감이 돈다. 스포켄에 가까워지니 기온이 올라간다. 70도가 넘는다. 옷을 하나하나 벗고 달렸다

기름 넣고 화장실 가는 일 말고는 계속 달렸다. 최고속도 70마일, 막힘이 없으니 신이 난다. 눈 깜박하니 아이다호다. 대충 70마일 정도 되는 듯하다. 한 시간가량 달리니 몬태나로 넘어 왔다. 기온은 계속 오른다. 78, 조금 있으면 80도가 넘을 기세다.

옐로스톤은 겨울 같은 날씨라 잔뜩 겁을 준 터라 이것저것 껴입고 온 와이프가 짜증을 부린다
복장이 초겨울에서 한여름으로 6시간 만에 바뀌었다. 워싱턴주도 올 여름 비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아이다호나 몬태나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온통 들판이 건조하다. 바짝 마른 풀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다. 그런데 또 한 번의 이변이 생겼다. 몬태나로 들어와 조금 지나니 시간이 바뀐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도착 예정 시간이 한 시간 뒤로 물러섰다.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이곳부터 마운틴 타임이 적용된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했는데 시간도 한 시간 잡아먹으니 오늘은 정말이지 곧장 모텔로 가야 할 판이다. 어차피 늦은 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휴게실은 웬만하면 다 들렀다. 몸도 풀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몬태나가 이렇게 넓은 곳인지 새삼 느껴져
 

그리고 달렸다. 몬태나가 이렇게 넓은 곳인지 이번 여행에서 새삼 느꼈다. 옐로스톤 북쪽 출구로 방향을 잡았는데 Exit 333이다. 옐로스톤의 출입구는 총 5곳이다. 동서남북 그리고 북동쪽 입구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드나 드는 곳은 서쪽 입구다.

I-90에서 서쪽 입구로 가려면 Exit 256으로 나가면 된다. 그런데 북쪽 입구로 들어가 들를 곳이 있어 일단 그곳까지 가기로 했다. 지명은 리빙스톤이다. 리빙스톤에서 옐로스톤 입구 까진 52마일이 남는다.

프리웨이서 둥근 달을 렌즈에 담았다  
 
목적지에 거의 다가오는데 프리웨이에서 올라오는 둥근 달이 눈에 들어온다. 산등성이에 걸쳐있는 자태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다 추석이다. 슈퍼문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 커 보인다. 그냥 갈 수 없어 차를 세울만한 곳을 찾는데 마땅치가 않다

제한속도가75마일이다 보니 쌩쌩 달리는 차들도 문제지만 세울 만한 곳이 있으면 달이 보이질 않고 달이 보이는 곳은 차를 세우지 못한다. 추석날 그것도 미국에서 달을 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했다

마침 세울만한 곳이 있어 차를 세우고 보니 그사이 달이 많이 올라갔다. 조금은 작아졌지만 달의 위용은 평상시와는 다른 듯했다얼른 렌즈를 갈아 끼고 사정없이 몇 장 담고 출발한다.
 
모두 12시간 30분을 달려 1차 목적지에 도착
 
몬태나 구간은 계속 75마일이다. 제한속도가 높아서 그런가? 빨리 가는 차보다는 늦게 가는 차가 더 많은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리빙스톤에 도착한 시간이 이곳 시간으로 오후 8시정도, 그러니까 총12시간30분을 달려 1차 목적지에 도착한다. 프리웨이에서 가장 가까운 모텔을 찾아 들어갔다. 여름에 비해 비수기라 생각하고 모텔에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관광객이 많은 듯 했다. 모텔비도 생각보다 싸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다호와 몬태나 기름 값이 워싱턴주보단 싸다. 아이다호는 갤런당 3.78달러, 몬태나는 3.68 달러이다. 조금 특이한 건 워싱턴주는 동네마다 가게마다 개스값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아이다호와 몬태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가격이 동일하다.

 
긴 여행 길에 김치와 밥만 먹어도 꿀맛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데 또 한 번의 낭패를 본다. 아침에 정신없이 나오느라 기껏 준비한 반찬들을 아이스박스에 넣지 않고 온 것이다. 달랑 있는 거라고 밥과 김치, 김 그리고 사발면이다.

아무튼 모든 게 틀어진 듯 했지만 멀리와 먹는 김치에 밥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말을 하지

마라 할 정도 꿀맛이다. 짧은 일정인 23일이지만 이렇게 첫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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