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에 떠나도 사계절을 다 느끼게 하는 곳이 미국
여행 중 주변 갓길에 차들이 많이 서있으면 뭔가 볼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차들이 서있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차를 세우기 위해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차 바로 옆에 사슴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이곳 사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사람 옆으로 걸어 나와 사람들을 한참을 보다가 숲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다. 동물들이 사람을 구경하는 시각으로 작업한 개리 위노그랜드의 <동물원>이라는 사진집이 생각났다.
조금 더 올라가자 날씨가 더욱 흐려지면서 구름과 안개에 휩싸이고 비까지 내렸다. 바람 또한 많이 불어 여름 복장을 한 우리 가족은 추워서 덜덜 떨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었으며 길은 좁고 험해져 운전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게 보였다. 내가 주변 풍경을 둘러볼 수 있도록 와이프가 운전을 했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날씨가 좋지 않고
차를 세울만한 곳이 없어 많은 촬영은 못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현상들이 우리들을 감동시켰다. 정말
미국인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여행을 할 때마다 느낀다. 어느 계절에 여행을 하든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 지역을 많이 다녀봤다고 자만하던 나도 설마 6월
말인데 하면서 방심한 게 반바지에 눈을 맞게 되었다. 외부 기온은 영상 3도 정도였으나 체감온도는 영하 5도 정도로 느껴졌다. 미국인들은 다들 파카에 완전무장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환상적인 자연 경관에 넋을 잃었다.
다음에 시간을 내 꼭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산 전체가 폭포인양 여기저기서 물이 떨어진다. 산정상에
있는 빙하가 녹아서 내리는 물일 것이다. 사방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길게 늘어선 구름 등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에 말을 잃고 말았다.
이 공원을 제대로 보는 방법은 트래킹을 하는 방법이다. 이번
여행은 여러 가지 사정상 트래킹을 하진 못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언젠가는 한번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하게 했다.
그러나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도착해서 며칠이 지난 후 뉴스를 보다가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공원 안에 번개가 떨어져 시작된 산불이 엄청난 속도로 번져 울창한 산림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는 소식
이었다. 인재가 아닌 천재이니 뭐라 할말은 없지만 오랫동안 이번에 본 느낌을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한 속상함과 좁은 길과 좋지 않은 날씨로 인해 많은 촬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눈발을 맞으며 내리막길로 들어와서 조금 내려오다 보니 금방 해가 뜨고 눈은 자취를 감춘다. 바람은 똑같이 세차게 불었지만 기온은 금방 올라가 훈훈한 바람을 전해준다. 서쪽과는 반대로 몬태나 동쪽은 넓은 초원 지대로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을 우리에 보여주었다. 완만한 경사와 곧게 뻗은 도로 구불구불한 길은 운전자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몬태나 지역에 와서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미국에는
까치보단 까마귀가 많은 곳이라 평소에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흉조인 까마귀가
이곳에선 길조라고 누군가에게 들었다. 반대로 까치가 흉조고, 그만큼
보기 또한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몬태나에 오니 까치가 훨씬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까치를 보면서 이번 여행에 뭔가 행운이 따랐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저 멀리 보이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뒤로하며 우리는 Great
Falls 라는 도시를 향해 갔다. 잠깐 교대해서 내가 운전하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졸음이 몰려와 다시 와이프하고 교대하고 그레이트 폴까지 갔다. 여행 적응 기간이라
핑계를 대본다.
혹시 어제처럼 모텔을 잡는데 고생을 할까 와이프가 안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지만 예약이나 모텔을 얻지 못해 고생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았지만 가족들도 안심시키고 어제의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5시30분경 모텔에 들어왔다.
모텔을 사전에 예약을 하게 되면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이동하게 되고 시간 활용에 어려움이 생기게 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방법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처음에 계획한 목적지 보다 170마일 정도 못가고 이틀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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