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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03 11:27
눈산조망대/ 문명의 ‘해기(害器)’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0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문명의 ‘해기(害器)


 
주머니 속에 십수년간 좌정해온 구식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남들은 웃겠지만 내겐 용단이었다. 7순 노인의 ‘장래’(사실은 현재)를 위한 투자였는데, 그건 핑계일 뿐 속내는 체면치례였다

최근 서울에 갔을 때 전철 안에서 받은 충격이 컸다. 승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최첨단국인 미국서 온 나만 ‘그냥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긴, 인터넷에 관한 한 미국은 본고장이긴 해도 최첨단국은 못된다. 유엔기구인 국제 텔레커뮤니케이션 연맹(ITU)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미국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은 세계 20대 경제대국 가운데 7위였다.

2000년의 4위에서 3계단 미끄러져 영국, 캐나다, 한국, 독일, 프랑스 및 호주에 뒤졌고, 유럽의 대다수 군소국들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작년 연방 상무부 통계를 보면 미국의 전체 가구 중 거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고속 브로드밴드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도 수천만명이 인터넷과 담을 쌓고 산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2명 중 1명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65세 이하에선 4명 중1). 백인들은 대략 5가구 중 1가구꼴, 흑인들은 거의 2가구 중 1가구꼴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마당인 워싱턴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애틀이 낀 킹 카운티의 인터넷 접속률(99.8%)은 전국 톱을 다투지만 산간오지나 농촌은 까마득한 후진국 수준이다

고속 브로드밴드에 접속 못하는 가구가 동북부 페리 카운티엔 79.7%나 된다. 그 왼쪽 오캐노갠 카운티는 45.9%, 오른쪽 스티븐스 카운티와 남쪽 가필드 카운티도 41%를 웃돈다.

주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36,000여명이 아직도 거북이처럼 느린 인터넷을 사용한다.

캐나다 접경 베이커 산기슭의 글레이셔 마을 주민들은 인터넷에 접속해놓고 잔디를 깎거나 장작을 팬다. 마당일이 끝날 때쯤 로딩이 끝난다. 이 마을에 몰려오는 등산객과 스키 마니아들은 유일하게 와이파이가 설치된 동네 피자식당에 찾아가 셀폰 통화를 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명실공이 인터넷 최첨단 선진국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인터넷 사용자수가 4,000만명을 넘어섰다. 총 인구가 4,883만명이므로 갓난아이와 컴맹 노인들을 뺀 전 국민이 사실상 네티즌이다. 가구당 인터넷 접속률도 2012년의 97.4%에서 98.1%로 늘었다. 자연적 미접속률(1~2%)을 감안하면 실제로 인터넷 완전보급 상태에 도달한 셈이다.

한국인은 10명 중 8명 이상(82.1%)이 일상적 네티즌이다. 개인별 접속률은 79.8%로 신기하게도 워싱턴주 페리 카운티의 가구당 무접속률(79.7%)을 뒤집어놓은 상황이다.

한국에선 특히 50대 중장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이 지난해 20% 포인트나 늘어나 80.3%를 기록했다. 그 연배 이상의 웬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인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건 스마트폰 덕분이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구의 71.6%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한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58.3%에서 1년간 91%로 뛰었다. 전철 승객들이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진풍경이 우연이 아니었다.

나도 그 스마트폰을 구입해 뒤늦게 신식 노인이 됐다. 하지만 나의 인터넷 용도는 자료와 정보 수집이 주목적이다. 그 일엔 작아 터진 스마트폰보다 PC가 훨씬 편하다. 노인이 되면 새로운 것보다 오래된 것에 관심이 많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2주째 동료직원에게 용도를 배우고 있지만 도무지 진전이 없다. 골동품 인생엔 골동품 셀폰이 제격인 모양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문명의 이기다. 하지만 항상 그럴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생의 마지막 장면을 가족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렸다. 유언이 된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듣거나 배 안에 물이 점점 차오르는 악몽의 동영상을 받아본 부모들 마음은 차라리 안 듣고 안 봤을 때보다 더 참담했을 터이다. 문명의 이기(利器)인지 ‘해기(害器)’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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