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희 시인
수직에 허기지다
굽달린 계단은 계단을 오르고
허공에서 긴 굽이 북을 친다. 둥둥
벽사이 짜릿한 본성의 갱년기에
사각사각 폐기되는 직선이 힘겹다
2014년 뉴스는 정신줄의 마지막 저항을 보도중
의문을 제기하던 침묵의 숫자는 폐기되고
구부러진 곡선 위에 궁상맞은 쉰소리만, 두둥
하얗게 솜꽃 핀 곰팡이 눈에는 수평만 갸우뚱
아하, 심장이 당차게도 컥 멎겠다나
곁눈질하던 야생의 날개는 푸드득 박수를
사랑은 쫘악 눌러 납작한 종이 한 장으로, 후우
머무는 찰나의 지금, 웅크린다
흙으로 더 가까이 더 정결하게
수평에서 수직으로 허물을 벗는 중이다.
<해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지상과 천상 사이에 놓인 “계단”을 오르는 적극적인 태도의 정체성을 보인다. 그가 “계단”을 밟고 오르는 목적지는 “수직”과 “직선”이라는 언어에서 현세가 아닌 정신적 유토피아임을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의 노력이 “갱년기”를 맞아 “힘겹다”고 고백한다. 그가 사는 현세는 “구부러진 곡선”위에서 올바른 정신성을 상실한 상황이며 그 역시 “하얗게 솜꽃 핀 곰팡이 눈”으로 기울어진 “수평”적 현실에서 위태로운 자아를 발견한다.
오히려 그는 “야생의 날개”마저 버리고 세속에 “박수”를 보내며 “사랑”도 “종이 한 장”의 허무한 것으로 자각한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영적인 눈이 뜨이며 수평에서 수직으로 다시 비상하고자 자신의 “허물”을 벗고 있다. 다시 말해 작가는 갱년기를 맞아 세속적 삶의 공허와 무의미성을 지각함과 동시에 탈속하여 천상의 신의 세계, 즉 영원의 정신세계로 귀의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시인은 세속적 초월과 비상의 시적 주제와 상승적 구도의 모티브로 “정결”한 영적 시세계를 구축하는 탄탄한 창조적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