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5-17 (금)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6-11-20 16:07
[시애틀 수필-이경자] 마음 밭의 잡초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420  

이경자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마음 밭의 잡초
 
 
어느새 제법 싸늘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나는 아침 나절에 습관적으로 동네 숲 속을 지나 연못으로 곧장 걸어간다. 거기에는 한 송이 백합 모양의 분수가 밤새 어지러웠던 세상사에 찌든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연못의 가족들을 어루만져준다.

여름 동안 동고동락해온 오리ㆍ잠자리ㆍ나비들이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의기양양한 기병대 같이 연못을 지키던 갈대들도 누런 수의를 입고 패잔병처럼 쓰러져 있다.

아침마다 이 연못에는 주변의 집들과 푸른 하늘과 높은 산도 내려와 세수를 한다. 연못 속에 이들의 수채화가 안겨있다.

나의 일상이 연못과는 가깝지만 현실에서는 자꾸 멀어져간다. 자동차에 정비 필요(Maintenance Required)’라는 경고사인이 켜진 것을 한 달간이나 못 본체 하다가 아무래도 마음이 꺼림칙해 엊그제 정비업소를 찾아갔다

엔진오일을 갈아 넣고 엔진필터와 승객석 대쉬보드 박스 뒤쪽의 필터도 교체해야 한단다. 나는 엔진필터만 갈아 끼우게 하고 요금 71달러를 지불한 뒤 곧바로 자동차 부품상에 가서 승객석 대쉬보드 박스 뒤쪽 필터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정비사의 필터 교체과정을 유심히 봤기 때문에 내 딴엔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스가 좀체 열리지 않았다. 결국 자동차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난 뒤에야 필터를 갈아 끼울 수 있었다. ‘여자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우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핸드백을 여니까 아뿔사! 오일 체인지 쿠폰 10 달러짜리가 그냥 있었다. 정비업소에 전화를 걸어 깜박 잊고 쿠폰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 갖고 가면 환불해주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미 계산이 끝났으므로 안된다며 다음에 사용하란다. 그 쿠폰의 유효기간은 이달 말이고 다음 오일 체인지는 3개월 후이므로 무용지물이 됐다. 내가 힘들게 필터를 바꿔끼워 5달러를 벌었지만 쿠폰을 사용하지 않아 10 달러를 손해 봤으니 도루아미타불이 아닌가….

이튿날 책상서랍 속의 중요서류 폴더들을 모처럼 정리했다.가엽게도 꼬깃꼬깃 구겨진 채 뒤섞인 각종 서류들이 나를 원망하는 듯 했다.

내 마음이 이렇게 꼬깃꼬깃 구겨졌던가! 아니면 내 마음에 딴 생각들이 잡초처럼 차있었나? 서류를 일목요연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투명 비닐커버에 분류해 끼워 넣고 항목도 기재하면서 밤늦게까지 말끔히 정돈했다. 오늘 아침에 서랍을 열어봤더니 반듯하게 구김살이 펴진 서류들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내일 하면 되지…”라며 미루다가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간다. 그런 버릇 때문에 게으름의 떡잎이 자라 마음 밭이 잡초로 무성해졌나보다. “괜찮아, 나이가 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거야라고 자위하면서 만사태평이 돼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와 서류철 정돈을 해낸 후 생각이 달라졌다. “아니야! 마음 밭의 잡초를 뽑아내고 예쁜 꽃을 심을거야. 설거지도 꼭 제때 할거야. 마음의 서랍도 정돈해 건망증이 얼씬도 못하도록 그날 스케줄을 수첩에 꼼꼼히 기록하고 실행할거야. 작심삼일이 아닌 평생결의로 지킬거야라며 스스로 다짐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13가지 덕목을 냉장고 문에 붙여 놓고도 실천하지 않고 살아 왔다. 그 덕목중 질서부터 시작할 터이다. 홈디포에 가서 전기 자동가위를 구입해와 여름내 웃자란 화단의 나무가지들을 잘랐다. 내 손으로 단정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더욱 정겹고 살갑다.

마음 밭의 잡초를 뽑고 낙엽 덮인 뜰과 화단도 청소한 후 올려다 본 가을하늘이 시애틀에선 보기 드물게 잡초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시애틀지역 한인 문학인들의 작품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696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576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안성은 시… 시애틀N 2016-03-21 4513
575 김학인/바람의 길 김학인 2013-05-13 4498
574 조영철/갈대는 하늘만 바라본다 시애틀N 2013-05-06 4489
573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송명희] 수… (1) 시애틀N 2014-08-17 4488
572 [서북미 좋은 시-문희동] 겨울 살이 시애틀N 2019-08-25 4449
571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김백현] 나… 시애틀N 2015-09-26 4448
570 [시애틀 수필- 정동순] 바특한 관계 시애틀N 2015-10-03 4447
569 [시애틀 수필-김윤선] 쟈가 누고? 시애틀N 2016-07-10 4442
568 [시애틀 수필-장원숙] 혀의 위력 시애틀N 2016-08-19 4432
567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박순자] … 시애틀N 2017-03-05 4430
566 [시애틀 문학-박희옥 수필가] 2월을 맞으며 시애틀N 2015-02-08 4427
565 [시애틀 수필-이경자] 마음 밭의 잡초 시애틀N 2016-11-20 4422
564 문창국/꽃 핀다 시애틀N 2013-05-06 4420
563 [축시-오정방 시인] 오레곤의 상징, 후드 산은… 시애틀N 2017-03-01 4418
562 [시애틀 시-김재완] 호박 시애틀N 2015-08-11 4403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