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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2-08 14:42
[시애틀 문학-박희옥 수필가] 2월을 맞으며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427  

박희옥 수필가


2월을 맞으며 


2월이다. 올해 2월은 꽉 차고 빈틈이 없다. 완벽하게 사각형을 채웠다. 이렇게 꽉 차고 빈틈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항상 미숙아처럼 부족한 2월이 네모 안에 꽉 찬것처럼 올 한해는 나도 빈 마음을 꽉 채우고 싶다.

새 달력을 걸면서 자신에게 단단히 다짐했던 약속은 달력을 넘길수록 잊혀져 간다. 지난달 스스로에 대한 각오로 어금니를 물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나는 웃는 삶을 살고 싶다. 웃는 얼굴에 복이 온다고 하니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복을 받아야겠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마음을 다해서 웃을 일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요즘 살아가기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실물 경제도 바닥이라 주변에서는 아우성이다. 이런 저런 들리는 어두운 소식은 얼굴을 밝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세상이니 억지웃음이라도 웃으면서 살아가야겠다. 진열대에 있는 마네킹은 항상 웃는 모습이다. 장난꾸러기가 온 몸에 낙서를 하고 찔러대도 웃는다. 팔다리가 분리되고 거꾸로 세워진다 해도 얼굴에 웃음 만은 그대로다. 

사람이 그렇게 웃는다면 근육통이라도 생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근육통을 앓는다면 예쁜 모습일 것 같다. 웃어서 생긴 것은 주름살도 예쁘다고 하니 말이다. 나도 얼굴에 그런 근육통을 갖고 싶다. 하지만 내 모습에 못마땅할 때가 너무나 많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다정하지 못할 때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전라도 작은 마을에 ‘요한나’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하반신 불구의 여인이 살고 있다. 그녀는 스님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방치된 삶을 살아왔던 터라,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하반신 불구의 몸이 됐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그녀를 구해 준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경찰관이었다. 그는 쓰러져가는 여인에게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끓여주고 복지기관에 소개해주었다. 그곳에서 여인은 삶의 용기를 되찾았다. 비록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자유로운 두 손으로 수공예품을 만들어 그것을 팔아서 살아가고 있다. 이 여인이 삶의 용기를 얻은 것은 라면 한 그릇을 끓여주던 경찰관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었다고 하니 우리의 작은 관심이 생명도 건질 수 있는 위대한 것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에도 발 전문병원이 있다. 그곳의 전문의는 발을 다쳐서 움직이기 힘든 할머니들을 번쩍 안아서 X레이를 찍고 다시 안아서 진찰실 침대에 옮기곤 한다. 

다친 발목을 마사지하면서 “저런, 많이 고생하시겠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진심으로 환자의 아픔으 로 다가가서 위로하는 한마디 말에 환자들은 많은 사랑을 느낀다고 한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그는 매체를 통해 알려진 적은 없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발치료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됨을 많은 어르신들이 경험하고 있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그러고 보면 도움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것은 특정인만의 몫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이고 살맛 나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화초가 잡초가 돼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권선징악의 드라마이니 악인이 잘 나가지만 결국엔 의인이 잘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이 날 것이다. 세상에서도 권선징악이 꼭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내 삶의 바라는 것도 바뀌었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리에서 아무도 무시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녹슨 삶이다”라는 말을 수첩에 적어 놓고 녹슬지 않게 살려고 하지만 어느 새 녹슬어 버린 자신을 보게 된다. 녹슬게 살 것을 알기에 오히려 역설을 담아 본 나의 오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제 나의 못난 점은 과감하게 버리고 싶다. 그리고 겹겹이 쳐놓은 나의 바리게이트를 철거해가면서 올해를 살고 싶다. 덧셈도 뺄셈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이다. 세상에는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도 있고, 나쁜 사람이 있으면 좋은 사람도 많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부터 웃는 얼굴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꽉 채우지 못했지만 네모에 꽉 찬 2월을 보며 왠지 나도 그런 꽉 찬 인생을 살 것 같은 설렘이 있다. 

2월에게 나의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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