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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04 22:46
김학인/생명의 날개짓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60  

김학인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고문 


생명의 날갯짓

쪽빛 하늘에 점박이 구름처럼 몸을 풀며 흘러가는 철새들의 군무(群舞)에 탄성이 절로 난다. 날갯짓에 실린 햇살은 은빛을 뿌리며 화려한 행군에 신비를 더한다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 이보다 더 감동적이랴. 철새 구름이 시야를 벗어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저들은 혼자보다 떼를 지어 함께 갈 때 70% 이상 더 오래 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V자형으로 이동하는 수백 마리 기러기 떼를 본 적이 있다. 바람을 가르면서 공기대가 형성되어 뒤따르는 기러기들이 쉽게 날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앞에서 이끌어가는 기러기는 가끔 위치를 바꾸면서 선두를 내놓는다

조류학자들은 새들이 날면서 계속 우는 것은 자기 위치를 알리고 서로 격려하는 나팔소리 같은 것이고 이동 중 부상으로 낙오자 한 마리가 생기면 서너 마리 동료가 함께 머문다고 한다.

조류는 뛰어난 비행능력으로 다양한 지역에 분포할 수 있기 때문에 극지에서 열대림까지 넓게 서식한다.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극제비 갈매기는 북극에서 여름을 나고 남극에서 겨울을 보내며 무려 11,600km를 난다

조용하고 수줍음을 타는 작은 도요새도 여름철 뉴질랜드 해안에서 6 개월쯤 머물다가 다시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알래스카로 1km를 쉬지 않고 날아간다고 한다.

새들은 날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날개는 윗면이 둥글고 아랫면의 길이가 짧아 양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추었고 깃털의 면은 공기가 새지 않도록 빈틈없이 메워져 있다. 날개 모양이나 가벼운 뼈, 단순한 신진대사 기능 등 몸의 구조가 날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몸의 앞뒤 균형을 위해 머리와 부리의 무게에 맞게 뒤쪽으로 다리를 뻗어 좌우균형이 대칭을 이루며 날개를 들어 올리면서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몸이 따라가는 추진력으로 날갯짓을 조정하는 탁월한 생존 본능이 경이롭다.

얼마 전  “산 갈매기와 죽은 갈매기”에 관한 흥미 있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미국 남서부지방의 이름난 항구도시에서 갑자기 갈매기들이 떼지어 죽기 시작했다. 청정지역임을 내세워 물고기를 이용하여 통조림 가공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이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져 행여 파산위기를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학자들로 조사단을 구성하여 원인규명에 나섰다.
 
갈매기가 굶주림에 죽었다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근본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바다의 오염과는 무관했고 생태계의 알 수 없는 영향으로 갈매기가 죽었다는 추측만을 남기고 조사는 끝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떼죽음을 당하는 갈매기들이 늘어나자 한 동물학자가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갈매기의 죽은 원인이 굶주림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주변 환경을 철저히 재조사한 후 드디어 원인을 밝혀냈다.

지금까지는 물고기를 가공할 때 머리, 꼬리, 내장 등 부산물은 바다에 버렸는데 소득 증대를 위해 그것들을 몽땅 가축용 사료로 가공하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곳의 갈매기들은 오랫동안 바다에 버려진 물고기의 풍부한 부산물을 먹이로 삼았는데 그 후 쉽게 얻어진 먹거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갈매기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예전의 야성을 회복하여 다른 곳으로 먹이잡이에 나섰고, 또 다른 부류는 굶어 죽을 때까지 물고기의 부산물을 기다렸던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도전한 갈매기들은 생존했지만 주어진 먹이에 길들여진 소극적인 갈매기는 굶어 죽고 말았던 것이다.

시애틀 타임스(2011. 10. 9)의 한 기사에 조류학자들이 허리케인 ‘아이린’을 뚫고 살아나온 두 마리의 중부리 도요새(whimbrel)를 위성꼬리표로 확인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흑갈색무늬의 중부리 도요새는 비둘기 크기로 부리와 다리도 긴 편이고 꼬리가 짧다.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난다는 도요새지만 시속 35마일(56km)의 새가 115 마일의 허리케인과 맞서 이겨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생태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느닷없이 닥친 강풍에는 대부분의 야생동물과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살아 나왔다니 학자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요새의 강인한 생명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네 인간사에도 예고 없이 닥치는 허리케인이 있다. 날로 피폐해지는 세상을 버겁게 살아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지식은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삶의 지혜는 좀처럼 얻기 힘든 것 같다.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흔들리는 어지러운 이 땅에서 피할 수 없는 강풍을 맞으면 어찌 하겠는지.

‘저가 너를 그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 날개 아래 피하리로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다. 잠시 지나가는 비바람은 큰 날개 아래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선 불어 닥친 폭풍우가 지날 때까지 숨어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을까.‘두려워 말라’ 하신 이를 믿고 어떤 강풍 속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을 다져가야 할 것이다.

도요새처럼 허리케인 속에서도 너울너울 춤출 수 있는, 살아난 갈매기처럼 먹이를 기다리는 안일을 벗고 날개트림으로 힘차게 비상하는 생명의 날갯짓 - 도전정신을 키워가야 하리라.


김영호 13-06-05 23:43
답변 삭제  
비상의 꿈을 선사하는 도요새와 갈매기의 도전정신을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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