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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05 22:59
[시애틀 문학-박희옥 수필가] 김치에서 배우기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34  

박희옥 수필가

 
김치에서 배우기

 
시장에 갔다. 며칠 전부터 벼르던 김치를 담아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로컬배추는 한 박스에 999전이란다.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거쳐서 이곳까지 왔을 텐데 너무 가격이 싸다. 배추를 만져보니 가볍다. 속이 듬성듬성하다.

김치는 배추가 맛있어야 하고 포기김치는 속아 꽉 차야 된다고 하는 친구의 말에 로컬배추는 포기하고 LA배추를 샀다. 가격은 로컬배추의 거의 세배가격으로 27불이다

포기가 크고 실하다. 배추를 십자모양으로 네 쪽으로 잘라 소금을 뿌려 두었다. 커다란 검은 비닐 백 속에 배추를 담고 가끔 비닐 백을 흔들면 잘 절여진다.

김치는 이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조상의 은근과 끈기가 바로 이 김치 담그기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한국의 민속음식은 생각보다 많고 또 시간도 오래 걸린다그 중에서도 김치는 우리와는 뗄 수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하면 김치부터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에 김치바자회를 갔었는데 그렇게 많은 종류의 김치가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32가지의 김치를 전시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가 김치가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배추로도 포기김치, 막김치, 겉절이. 보쌈김치, 백김치, 물김치 등을 만들 수가 있으니 김치가 200종류가 넘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친정어머니는 콩나물김치를 자주 만들어 주셨는데 콩나물을 익혀서 김치양념으로 무치는데 꽁지와 머리를 하나씩 다듬어야 하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미나리를 함께 넣으면 향 또한 좋다. 감김치 또한 일품이다감의 단맛과 김치양념이 함께 섞이면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영양으로도 만점이 된다. 김치양념을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

친구는 김치 속에 레몬을 썰어 넣곤 하는데 국물이 참 시원하다. 요즘은 바나나를 갈아서 찹쌀풀 대신 쓰는데 그 맛도 신기하다. 이렇게 김치는 어떤 재료로도 어울린다.

우리 민족도 그렇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잘 적응한다배추가 소금에 절여지고 각종 재료들과 어울려서 익어가는 과정이 꼭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 같다.

배추병 속에서 익어가는 김치는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적응 되어가고 있다. 서로 밀어내면서도 거품을 같이 내고 결국은 같이 익어가는 것이다. 살아가는 일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적당히 세월이 가면서 이해되는 것, 그것이 익어가는 삶이 아닐까 싶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김치가 김치재료들과 어울려서 익어가는 것처럼 나에게도 김치재료 같은 친구가 있다. 부족하기 만한 나에게 너무 과분한 친구이다. 내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친구의 사랑은 그 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보이지 않는 삶을 어떻게 채워 왔는지 가끔씩 내가 서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평범한 만남이 누군가 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겠으나 누군 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언제나 나만을 보아 달라고 요구하기만 하는 미숙한 사랑을 가진 나로서는 서로 어울러 맛을 내는 김치에게 배워야겠다.

김치의 다양함처럼 우리의 인간관계도 참으로 다양하다, 배추김치처럼, 물김치처럼 평범하고 또 어떤 때는 감김치나 콩나물김치처럼 특별할 때도 있다. 배추의 속을 넣을 때도 레몬을 넣어서 시큼하고 시원하게 할 수도 있고 바나나를 갈아 넣어 달콤하게 할 수도 있고, 오트밀을 갈아 넣어서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에 따라 가서 김치가 달라지듯이 우리의 생각에 따라 우리의 인생도 달라지게 된다. 내가 어려울 때 막내 오빠는 늘 내게생각이 인생을 좌우한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내 아이들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말을 해주곤 하는데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지는데 본인이 포기만하지 않는다면 꿈은 꼭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사람들이 나에게 꿈을 물어 보곤 했다. 나는 꿈을 이야기함으로 내 꿈에 대한 생각을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은 아무도 나에게 꿈을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 버렸다. 꿈이란 것이 물어봐야 꾸는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습관적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 본다. 아이들뿐 아니라 주위의 젊은 학생들에게도 꿈을 물어본다.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꿈을 물어 봐주고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던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을 죽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할 때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얼마든지 자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욱 꽉 웅켜 쥐게 된다. 순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별없는 행동을 할 때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그러나 이제 빈손이나마 사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충고해주는 친구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 친구와 함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느끼고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늘 배우며 살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음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다고 해도 새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내일을 만들며 살아갈 것이다내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상들이 이 다음에 행복한 약속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가슴에 담아본다

김치를 절구며 각종 재료들과 함께 익어갈 김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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