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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13 20:23
신순희/오늘을 산다
 글쓴이 : 신순희
조회 : 4,592  

신순희 수필가
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오늘을 산다
 
새해가 된다 해서 새롭게 다짐하는일을 하지 않은지는 오래다.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단지 큰 여울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욕심내지 않고, 세월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무력하지 않게 새 것도받아들이면서.

희망은 새해와 무관하게 늘 품고산다. 희망찬 새해가 아니라 희망찬 하루를 꿈꾼다. 오늘은어떤 작은 소식이 있을까. 매일 우편함으로 편지를 가지러 간다. 별소식 없는 게 다행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무심한 하루가 감사하다. 어느날 좋은 소식을 받을 거라는 기대감,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산다.

소식이 뜸한 이들에게는 연말에 카드를보내 인사를 대신한다. 시애틀에 살면서 계속해 온 일이다. 점점답장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라 일방적으로 보낸다. 어떤 친구는 카드 대신 e카드를 e메일로 보낸다. 맘에들지는 않지만 무소식보다는 낫다.

뒤늦게 연하장을 받는 것도 즐겁다.십여 년 동안 받은 카드를 모두 모아두고 있다. 그중에는 그림이 예뻐서 매 연말이면 꺼내보는것도 있다.

사연이 흐믓해서 다시 읽어보는 카드도 있다. 마음아픈 사연이 있는 잊지 못할 카드도 받았다. 어떤 이한테는 연거푸 두 해를 똑같은 카드를 받았다. 카드는 매해 새로 마련해야겠다고 새삼 느끼게 해준다. 연말연시에받은 카드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이 읽힌다.

어린 날, 새해를 기대하며 많은 다짐과 계획을 세웠다. 새수첩에 깨알같은 글씨로 촘촘히 매달 해야할 일과 매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하루를 쪼개고 쪼개서 시간을 아끼듯 계획을 세우다보면 일 년이 갔다. 완성된 계획표를 보기만해도 뿌듯했다.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났다. 의지가 약한건지 여건이 안된건지 그때마다 핑계거리도 생겼다. 어렸었기에아무런 후회도 없다.

성인이 돼서야 실리를 따지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계획이란 것이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무력해지고마니,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때는내 인생은 나의 것인줄 알았다. 계획안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내의지대로 인생을 움직이려 애썼다. 결국 계획에는 없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식을 낳고서는 자존심을버렸다. 인생은 계획된 것이 아니다. 전혀 내 방식과 상관없이시간이 흘렀다.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었다.나 중심이 아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혔다. 한없이 베푸는 사랑을 배웠다. 신의 계획에는 고난도 함께 있었다.

하루를 산다. 그러면 한 주를 살고 한 달을 살고 한 해를 산다. 하루의 다짐이 한 해의 다짐이다. 그러니 새해 다짐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나는 그저 하루를 계획한다. 하루를 계획하는것은 쉽다. 이제는 쉽게 살련다. 아등바등하지 말고 사소한것에 목 매지 말고. 그게 참 어렵다. 아직도 사소한 일에분노한다. 사소한 일에 감격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을.

하루를 꿈꾼다. 작은 소망이다. 오늘 하루 가족모두 무사하고 건강하길. 너무 흐린 날이 아니길. 우편함에는어떤 소식이 배달될까. 오늘 저녁은 무얼 먹을까. 먹는데욕심내지 말 것. 캐나다에 살고 있는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고, 전화로언니가 말한대로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 것. 제일 중요한 건, 완벽하지도않으면서 완벽하려 애쓰지 말 것. 그리고 오늘만한 내일이 오기를 나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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