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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01 14:34
[이효경의 북리뷰] 괴테의 지혜는 200년 지난 지금도 위로와 채찍과 삶의 교훈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15  

이효경(UW 한국학도서관 사서)
 
요한 페터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민음사)


"'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완생'의 임무가 있다" 


“눈물과 더불어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다운 맛을 모른다. 신앙은 모든 지식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 법, 사랑을 받은 사람은 또 쉽게 순종하는 것이다.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제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베르테르’가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쓰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시기가 있다. 만일 그러한 시기가 자신의 생애에 단 한 번도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한 국가에서 불행이란 사람들이 서로 사이 좋게 살지 않고, 서로를 지배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불행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기뻐하지 않고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 새로이 만들려는 데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와 10년간 만난 대화를 글로 엮어낸 책
 
위와 같이, 괴테는 많은 명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인생의 통찰력이 담긴 괴테의 지혜는 200년이 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위로와 채찍과 삶의 교훈을 주고 있다.

괴테가 살아있었을 그 시절, 그의 명언을 기록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요한 페터 에커만이다. 1823년부터 1832 10여 년간 괴테와 무려 1,000여 번의 만남을 갖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그간 괴테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틈틈이 기록해 1,00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에커만은 그의 책 <괴테와의 대화> 서두에서, 어릴 적 자신의 성장 과정을 포함해 괴테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자세히 설명한다. 에커만이라는 인물이 괴테를 만나기까지는, 도전을 통해 운명을 개척해 가는 굴곡진 인생사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는 독일의 작은 도시 빈젠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사일을 도우며 자란 어린 시절 그는 겨우 읽기와 쓰기 정도를 배웠을 뿐이었다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고하는 에커만은 당시에 이 세상에 문학이나 미술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는 데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화가를 되기를 잠깐 희망한다. 그러나 화가라면 기껏해야 대문이나 건물을 칠하는 칠장이 정도로 이해했던 부모님 덕분에 화가의 꿈도 오래가지 못하고 만다.
 
당시 독일은 프랑스와 전쟁을 했고, 청년 에커만은 조국의 의용군 대열에 끼어 입대하게 된다. 마침내 부대가 해산되고 고향으로 돌아온 에커만은 그림 그리는 일에 다시 착수한다.

그러나 병세로 말미암아 화필을 오래 잡지 못했다. 그 동안 알게 된 젊은 화가와 우정을 나누며 에커만은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 서서히 눈을 뜬다.

‘나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을 접할 때마다 깊이 감명을 받아 나도 그런 것을 생산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라고 에커만은 말했다. 이처럼 창작의 열망이 뜨거울 무렵, 그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 시집 한 권을 산다. 괴테의 시를 읽고는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는다.
 
25살에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배움 나서
 
이어 학문에 대해 갈급함을 느끼게 된 에커만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중고등 학교에 다니며 배움에 전념한다. 급기야는 대학에 가서 법률 공부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법률 공부는 결국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공부임을 깨닫고 대학을 떠나 <시학 논고>라는 제목의 첫 문학 비평서를 집필한다. 그 원고를 마침내 존경해 마지 않았던 괴테에게 보내어 그의 관심을 끌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괴테는 에커만을 자신의 거처 바이마르로 초청하게 되는데, 그 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에커만은 만년에 접어든 괴테와 그 후 10년간 가까이 지내면서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괴테 전집을 발간하는 책임까지 지게 된다.
 
에커만이 정성 들여 정리해 둔 괴테와의 주옥같은 대화들을 다 읽고 나서, 괴테보다도 에커만의 잔영이 더 크게 남았다.
 
물론 괴테로부터 배운 인생 수업과, 그의 예술관, 그가 바라봤던 자연과 신에 대한 통찰력, 또 작가로서 가졌던 명민한 작품관에 대한 내용 등등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사유를 읽으면서 그냥 흘려 보냈거나 사소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와 다를 바 없이 괴테의 아름다운 성찰들이 담긴 구절마다 메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심지어 그것을 엑셀 파일에 다시 옮겨 가며 나름대로 괴테의 다양한 면을 종합해서 구성해 보려고 시도도 해보았다.
 
그래서 얻게 된 ‘사랑’에 대한 그의 영원히 식지 않는 열정, 노인이 되어서도 그칠 줄 모르는 자연을 성찰하고 연구하는 정신, 또 재능을 가진 자만이 꿈꿀 수 있는 ‘청춘의 회춘’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세계는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도 넉넉한 것임을,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과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인간이 가진 ‘교양’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타고난 자신의 경향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 창작에 필요한 충실함을 가지려면 사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억지로 나타내려 하지 말아야 하고, 현 시대사람 보다는 지나간 시대 사람들의 위대한 점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 시인이란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지만 때로는 시인이 입을 다물기를 바라는 세상이 있기도 하다는 것에 대한 가르침도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줄 안다는 것이 천재성보다 중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줄 안다는 것이 천재성보다도 얼마나 더 중요한 일인지,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로부터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 앞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또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이고 배우는 것임을 괴테로 통해 아주 깊이 그리고 철저히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에커만이라는 인물이 괴테의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 왜소해 보이는 것이, 마치 모든 비범하지 않은 모든 인생의 단면인 것 같아 에커만에게 동정의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늘 그렇듯 위대한 작가들의 문학 작품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과의 반갑지 않은 대면도 에커만과 생각지도 못했던 연대의식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에커만은 이탈리아 여행 중에 괴테에게 편지를 보낸다. 괴테를 중심으로 쓰여진 이 대화록에서 보기 드물게 에커만의 속내가 다소 과장되게 드러난 부분이다. 그는 괴테에게 그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어서 내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대화록 집필에 대한 그의 강렬한 욕망이 편지 면면에 절절히 흐른다. 괴테와 알고 지낸 지 무려 7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괴테와 매일 낮 밤으로 식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인생과 문학과 예술을 논할 때는 그렇게 당당해 보이고 똑똑한 청년처럼 보였던 에커만이, 이 제안을 두고는 그렇게 소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갑’ 앞에 선 ‘을’의 존재감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에커만의 모습은 작가로서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지막 호소처럼 들린다. 대화록 하나 쓰는 것이 그렇게도 그에게는 절박한 일이었을까?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을 향해가는 여정에 숙연해져
 
괴테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글을 출판하고 싶었던 작가라는 자의 인생이 씁쓸하다 못해 서글프다. 그래도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을 향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그의 용기와 시도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러나 괴테는 에커만의 이런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어조로 원고 출판하는 일을 미룬다. 괴테는 에커만의 원고가 완전히 자신의 정신에 부합되게 썼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이 검토하기를 원했고, 그러고 나서 출판하기를 선호했다.
 
출판을 원치 않는다는 말의 간곡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물론 ‘갑’으로서는 당연하고 올바른 처사이다. 그러나 ‘을’의 에커만은 괴테 생전에 그의 꿈을 승인 받지 못했다.
 
그때가 1830년이다. 대 스승 앞에 에커만은 무력하지만, 순수히 괴테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에는 그의 출판은 괴테의 사후에 이르러서야 가능하게 된다.
 
자신이 계획했던 것보다는 좀 더 긴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에커만은 대화록 출판에 마침내 성공을 이루었다. 책에는 괴테와 나눈 사소한 일상과 그 사이사이 흘러간 대화들을 마치 녹취를 한 것처럼 자세하게 적었다.
 
 책 어디를 봐도 괴테에 대한 외경심으로 가득
 
매일 밤같이 괴테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서 미친 듯이 기억을 되살려 적어 내려갔을 에커만을 상상해 본다. 지난 10년간 꼬박 괴테의 대화를 기록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산 것이다

괴테를 사랑하고 존경했기에 에커만의 기록 어디를 봐도 괴테에 대한 외경심으로 가득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간간이 그의 생각을 괴테와의 대화 간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괴테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에커만은 이 작업을 통해 괴테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대화를 기록하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를 이 대화록에 남기기 위해 괴테라는 인물의 거대한 그림자 안에 또 다른 음영을 그토록 열심히 새기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괴테와의 대화에서 ‘을’의 역할을 맡았지만, 성실히 자신의 삶을 소화해 낸 에커만에게 괴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긴 생애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어쨌든 보람을 느껴도 좋을 만한 일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본래 나의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 있나. 보고 듣고 분간하고 선택하고 본 것과 들은 것에다가 약간의 정신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어느 정도 숙달된 솜씨로 재현해 내는 능력과 경향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나의 작품들은 결코 나 자신의 지혜에 의해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나의 외부에 있으면서 작품의 재료로 주어졌던 수천의 사물과 인물에 힘입은 것이다. 바보와 현명한 자, 총한 자와 고루한 자, 어린 아이와 청년들, 그리고 원숙한 노인들, 그 모두가 자신의 감각으로 느낀 것, 그들이 생각한 것, 그들이 살아오고 활동하고 축적한 경험들을 나에게 말해 주었지. 그러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씨를 뿌린 것을 손으로 움켜쥐거나 수확하는 일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괴테의 이 말은 가진 자 ‘갑’의 형식적 겸손이라기보단, 사실 우리가 종종 잊고 간과하고 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자명한 현실이자 이치임에 틀림없다. 괴테가 홀로 존재할 수 없었고, 괴테가 괴테일 수 있었던 것은 에커만을 비롯해 그에게 울타리가 되어 준 세상의 그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는가?
 
그저 그 영향력이 조금은 더 크고 작다는 차이일 뿐,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모르게 우리는 서로의 삶에 침투해 있다

괴테의 삶이 에커만의 삶 속에, 또 에커만의 삶이 괴테의 삶에. 이것이 다양한 인간을 창조한 신의 섭리라고까지 감히 생각해 보며, 괴테의 냉철한 한 마디를 더 되새겨 보자.
 
“하느님은 저 유명한 상상적인 엿새 동안의 창조의 날 이후에도 결코 쉬지 않으면서 첫날처럼 계속 활동하고 계신다. 그분은 보다 고귀한 사람들을 통해서 지금도 계속 작용함으로써 보다 낮은 천성의 사람들을 이끌어 올리고 있다.
 
끊임없이 선을 향해 애쓰고 노력하는 인간이야말로
고통스러운 방황에서 구제된다는 것을 기억해보자
 
 
혹 당신에게 ‘낮은 천성’이라는 말이 걸리는가? 그렇다면 괴테가, 작품 <파우스트>에서 구현하려고 했던, 끊임없이 선을 향해 애쓰고 노력하는 인간이야말로 결국 고통스러운 방황에서 구제된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괴테 자신도 여든의 나이에 자신의 미비한 점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려는 열정만이 우리를 ‘영원한 청춘’이게 하는 힘인 것을 배우자.
 
정말로 ‘낮은 천성’이란 그런 열정이 없는 자에게 던져주자. 그런 면에서 에커만은 괴테만큼이나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배움을 향한 열정은 태생과는 전혀 다른 삶으로 자신을 이끌었고, 결국에 괴테를 만나 그와의 대화를 출판하는 것으로 그가 가진 천성을 가지고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괴테가 되고 싶지만, 에커만과 다소 더 닮은 면이 많은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 괴테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천명을 이룬 사람은 이른 나이에도 세상을 뜨기도 하지만, 이 땅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 ‘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완생’의 임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괴테와의 대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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