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2)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주님의 기도를 전자는 개신교, 후자는 천주교에서, 영어로는 lead us not in temptation이다.
1)과 2)의 밑줄의 의미는 다르다. ‘말뿌리 77’에 안/못의 부정소에 대해 이미 설명을 했었다. 좀 더 이어서 설명을 붙이려 한다.
‘안’ 부정
동사꼴의 부정을 표현할 때는 주어의 의지 부정을 나타낸다.
형용사꼴의 부정을 표현할 때는 주어의 의지가 아닌, 상태의 부정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① 안 먹어/먹지 않아
② 안 깨끗해/깨끗하지 않아
①은 주어의 인칭에 관계없이 의지 부정을, ②에서는 상태의 부정을 나타내고 있다.
‘못’ 부정
못은 불가능성을 나타내므로 형용사꼴과는 어울리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동작성/가변성’에서만 어울린다. 동사이지만 ‘알다, 모르다, 굶다, 있다, 없다’ 등은 의미상 형용사꼴을 나타내므로 함께 쓰이지 못하는 제약도 있다.
③ 못 먹어/먹지 못해
④ 못 작아/작지 못해
③은 능력의 부정을 의미하고 있다
④의 형태는 형용사꼴의 부정이므로 비문이 된다.
‘말다’ 부정
말하는 화자의 의지가 주어의 부정을 불러일으킨다.
⑤ 꼼짝 말고 손들어
⑥ 꼼짝도 안하고 있어
⑤에서는 말하는 화자의 의지대로 상대방이 따라야 무사하다.
⑥에서는 주체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⑦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⑧ 딴 짓 말고 공부나 하세요
⑦에서의 말고는 주어가 ‘오늘’이라 가정했을 때, 오늘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고, 밥상을 차려준 사람의 의지가 개입되어 나타난 문장이다.
⑧은 공부하는 학생의 의지가 아닌, 말하는 화자의 의지가 담긴 대화이다.
위에 영어로 보인 lead us not in temptation의 lead는 let이 아니라 guide와 바꿔 쓸 수 있다. ‘하느님의 인도로 우리 인간이 유혹에 들어서지 않도록 도와 주세요.’라는 기도이다.
처음의 예 1)과 2)의 에문으로 돌아가 의미를 해석해 보자.
1)은 하느님의 의지가 개입되어 우리 인간이 시험에 빠지지 말게 도와 주세요
2)는 하느님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채, 우리 인간의 의지로 유혹을 물리칠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여러분은 1)과 2) 중에서 어떤 기도를 따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