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뉴스1 © News1>
경찰 송치시 '기소의견' 냈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뒤집어
수사 뜸들이다 유리한 정황 나오자 뒤늦게 검찰시민위에 회부
검찰이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에 대해 경찰의 기소의견을 뒤집고 최종 기소유예 처분하면서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있어도 피의자의 연령, 범행동기, 환경, 범죄 후 정황 등 사정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검사의 처분이다.
제주지검은 25일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수사를 받은 김 전지검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기소유예 처분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사와 4급 이상 검찰공무원의 범죄를 심의하는 곳으로 지난 2010년 8월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에 의해 발족됐다.
김 전지검장 사건을 심의한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외부인사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건은 지난 5일 검찰이 시민위에 회부했다.
이후 지난 10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시민위원 11명은 경찰 송치자료, 검찰 수사자료 등을 검토한 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검찰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시민위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이 논의 끝에 만장일치를 보였다"며 "시민위원들은 김 전지검장의 행위가 공연성이 낮고 병적 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크게 고려해 기소유예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국민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 전지검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큰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지방검찰청장이 대로변에서 성기를 노출해 경찰에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검찰은 김 전지검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불기소했을 경우 대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 전지검장이 범죄혐의가 있지만 초범이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 등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소유예라는 모호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연음란죄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바바리 맨'처럼 중증 범죄의 경우 정식재판에 넘겨지지만 사안이 경미하고 초범이면 보통 약식 기소된다. 경찰의 송치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이며 기소유예는 흔치 않다.
앞서 김 전지검장은 지난 8월12일 밤 11시32분쯤 제주 이도2동 왕복 7차선 도로변을 돌며 총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8월22일 김 전지검장을 기소의견으로 제주지검에 송치했고 검찰은 공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광주고검 박철완 부장검사를 제주지검 검사 직무대리 형식으로 파견해 사건을 수사토록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록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뜸을 들이다 김 전지검장의 병력 등 유리한 정황이 확보되자 뒤늦게 검찰시민위원회에 판단을 떠넘겨 기소유예 처분의 당위성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