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9 (월)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9-02-24 02:29
[신앙과 생활-김 준] K선생의 한 많은 생애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625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K선생의 한 많은 생애
 
며칠 전 필자가 20여년 동안 가까이 모시던 K선생이 101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선생은 1918년 경기도 개성에서 출생하셨고,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지금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신 후 현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수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졸업하신 후 천주교 신학교를 시작으로 개성여학교, 진주 농과대학, 무학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신고등학교에서 20년간 봉직 하시다가 198365세로, 44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정년 퇴직을 하셨습니다.

선생은 교직이 생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보수와는 전혀 관계없이 순수한 의료 봉사의 목적으로, 여가를 이용하여 침술ㆍ지압ㆍ쑥뜸ㆍ요가 등 한의술을 꾸준히 연마하셨고, 그 의술을 가지고 수십년 동안 주위 사람들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말없이 숨은 봉사를 해오셨습니다. 1987년 미국으로 이민 오셔서 장로교회에 출석하시다가 소천하셨습니다.

선생께서 서울 경신고등학교에 부임하실 때, 부인과 22녀 가족들은 아직 개성에 머물고 있던 그때에 625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3년만에 전쟁은 끝났지만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전에는 38선 이남이었던 개성이 이제는 휴전선 이북이 되어 K선생과 휴전선 이북에 속한 가족들과는 영영 만날 수 없는 이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부간이 이산가족이 된 경우도 있고 가족들 중 한, 둘이 남북으로 갈라진 경우는 있지만 5식구를 고스란히 같은 하늘 아래에서 평생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K선생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선생은 마치 우리 조국이 안고 있는 기구한 비극의 운명을 홀로 짊어지고 허덕이는 분처럼 보였습니다. 필자가 K선생 생전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어 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것도 선생의 처지가 너무나 눈물겨웠기 때문이었습니다.

X-mas때나 추석같은 때 선생을 방문했지만 위로를 드리러 간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선생께서 겪으시는 그 슬픔과 고독이 비할 데없이 크셨을 텐데, 내가 K선생을 알고부터 20여년동안 그 분의 얼굴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본다든가 그 분의 말에서 어떤 탄식이나 원망의 소리를 단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은 매사에 긍정적이셨고, 미래 지향적이셨고, 바다 같이 너그러운 품성을 지니신, 참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인생관을 품고 사신 분이었습니다.

선생은 다행히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어떻게 연락이 닿아서 몇달 동안 서신교환도 하였습니다. 편지가 올때마다 나에게도 보여주셨는데, 한번은 큰 아드님이 환갑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60세인 그 아드님이 90세 가까운 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였습니다.

선생은 북한에 있는 자녀들에게 100~200달러씩 몇차례 송금을 하셨는데, 북한 당국자들은 선생을, 미국에 사는 돈 많은 아버지인줄 알고 K선생과 자녀들에게까지 더 많은 송금을 요구하면서 협박까지 하는 편지를 받고는, 많지 않은 돈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에게 화근이 될 것 같아서 거짓편지를 썼습니다

마치 제 3자가 알려주는 것처럼, ‘당신의 아버지가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보낸 후로는 그 실날같은 혈육 간의 연줄마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장례식날 내가 낭독한 추모사는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K선생은 참으로 한 많은 일생을 사시다가 이제는 그 원한의 38선도 없고, 통한의 휴전선도 없고, 처참한 전쟁도 없고, 피 눈물의 이별도 없는 하늘 나라에 입성하셨습니다. 언젠가 그곳에서, 이 땅에서는 만나지못한 북한의 가족들을 꼭 만나셔서 다 함께 영원토록 천국의 복락 누리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면서 추모사를 마치겠습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192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7 [신앙과 생활-김 준] K선생의 한 많은 생애 시애틀N 2019-02-24 3627
146 [신앙과 생활-김 준] 국경을 허문 편지 두통(… 시애틀N 2019-02-10 3041
145 [신앙과 생활-김 준] 국경을 허문 편지 두통(… 시애틀N 2019-01-27 3723
144 [신앙과 생활-김 준] 멀리 보는 인생길 시애틀N 2019-01-13 3178
143 [신앙과 생활-김 준] 절박한 현대판 나그네들 시애틀N 2018-12-30 3151
142 [신앙과 생활-김 준] 그는 목자를 보았다 시애틀N 2018-12-16 3143
141 [신앙과 생활-김 준] 양심적 병역거부(법ㆍ양… 시애틀N 2018-12-02 3230
140 [신앙과 생활-김 준] 아름다운 여생 시애틀N 2018-11-18 3335
139 [신앙과 생활-김 준] 황혼 빛이 지기 전에 시애틀N 2018-11-04 3252
138 [신앙과 생활-김 준] 나는 갈 길 모르니 시애틀N 2018-10-21 3329
137 [신앙과 생활-김 준] 상거래 같은 봉사 시애틀N 2018-10-07 4359
136 [신앙과 생활-김 준] 아랫물이 윗물을 맑게 시애틀N 2018-09-23 4869
135 [신앙과 생활-김 준]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 시애틀N 2018-09-09 3296
134 [신앙과 생활-김 준] 이적으로 보여준 계시 시애틀N 2018-08-26 3470
133 [신앙과 생활-김 준] 지식에서 지혜와 사랑으… 시애틀N 2018-08-12 3358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