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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05 10:33
[시애틀 수필- 안문자] 이혼의 사유라고?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7,802  

안문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이혼의 사유라고?


고등어가 탔다. 지글거리는 생선이 비리고 매캐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어머나, 다 타버렸잖아?’약한 불에 15분으로 타이머를 돌려놓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 타이머 소리를 못 듣다니. 새까맣게 탄 가운데 한 토막이 운이 나빴다.다행이 다른 녀석들은 납작해졌지만 제법 노릇거린다.

외출했던 남편이 언제 들어 왔는지 아니, 생선을 태우다니, 이혼증서를 써야 되겠군하며 고등어를 들여다본다. ‘오호라, 구약시대의 몰지각한 남자들이 떠올랐나?’나는 호들갑으로 태워먹은 무안함을 얼버무린다. 그는, 안문자의 실수가 한두 번 이래야지? 하는 표정으로 웃었고 나는 철판 깔은 얼굴이 되어 쯧쯧 대기만 한다.

구약 신명기 24장에 이혼사유가 있다. ‘누가 아내를 맞아 부부가 되었다가 그 아내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 남편의 눈 밖에 나면 이혼증서를 써주고 쫓아낸다라고. 거기에는 수치스러운 일들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탈무드에 보면 나와 있다. 간통은 이해가 가는데 음식 태우기, 음식의 간이 안 맞을 때, 아내보다 더 예쁜 여자가 나타났을 때라고 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시쳇말로 놀고 있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독선적인 남성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살아야 했던 그 시대의 불쌍한 여성들. 그런데 인도에서도 구약시대 못지않게 여자들을 무시했다지. 쫓겨난 여자가 갈 곳이 없으면 거지신세가 되거나 나쁜 길로 빠진다고 했다. 그뿐인가 요즘도 신문에서 보지만 중동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뭐가 다르랴. 유교사상에도 이혼의 사유로 칠거지악이란 것이 있는데 이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쫓겨나지만 그래도 삼불거(三不去)라고 하는 세 가지가 있을 땐 쫓아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갈 곳이 없다던가, 10년 동안 시부모의 제사를 지냈다던가, 결혼한 당시 보다 집안 형편이 많이 좋아 졌다던가.

그런데 신약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씀이 있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예수님께서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창조신앙에 근거하여 사랑으로 맺어졌다면 하나님이 짝지어주셨다고 말씀하셨고 이렇게 결혼한 사람들은 마음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이르셨다.

며칠 전 한 결혼식에 갔다. 신랑신부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을 보면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랑 없이 신분상승을 위해서, 또는 혼수의 조건을 따지며 결혼을 했다면, 그러니까 사랑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결혼이라면 그것은 사람의 욕심으로 짝지어진 것이니 하나님이 나누신다고 어느 신학자가 말했다.

결혼식에 가서 아름다운 신랑신부를 바라볼 때마다 생각나는 주례사가 있다. 내가 존경하는 S교수의 주례사다. 그 분은,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을 말씀하셨다

성경에서 말하는 부부의 사랑은 에로스가 아닌 아가페의 사랑이라고 하셨다.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스럽지 않을 때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아가페의 사랑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성경이 말하는 사랑이라고 하셨다.

아가페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방법이므로 사람들도, 부부들도 이런 사랑을 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말씀하셨다.

검게 탄 고등어 한 토막을 아린 마음으로 버렸다. 납작하게 튀겨졌지만 노릿하게 과자같이 되어버린 고등어가 씹을 적마다 바삭댄다.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인데…. 무슨, 대단한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고 태워버리다니. 그런데 나도 참, 웃긴다. 미안한 마음보다 태운 음식 때문에 이혼증서를 받아야만 했던 구약시대의 이혼법이 점점 더 괘씸해진다.

음식을 태운 것이, 음식의 간이 안 맞는다고, 더 거슬리는 것은 지금의 아내보다 더 예쁜 여자가 나타났을 때 이혼의 사유가 된다니. 그 시대에도 착한 남자들이 있었을 텐데…. 부인을 사랑해서 실수를 덮어 주며 용서해 준 남자도 있었을 게다.

남편이 과자같이 되어버린 생선을 바사삭 소리를 내며 먹는다. 그 소리가 마치 이혼증서를 쓴 구약시대의 남편들이 이해가 되는구만하는 것 같다. , 만약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이거야 말로 증서는 내가 써야지. 혼자 킥킥 웃다가 고등어가 더 고소하고 맛있네, ~’ 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남편은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고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철판을 깔아도 체면은 좀. 어쨌거나, 먹어주는 게 고맙다. 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은 윙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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