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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21 12:57
[시애틀 수필-안문자] 텃세와 폭력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8,224  

안문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텃세와 폭력
 
 
정명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그의 명성에 대해 박수를 아니 칠 사람도 없다. 한 때 그의 두 자매도 음악인으로 한국을 대표했다. 정명훈 지휘자가 한국에서 큰 수난을 겪고 불명예로 끝이 났다. 그가 견디다 못해 서울 시향 예술 감독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으니까.

정명훈 지휘자의 기사를 읽다가 문득 안익태 선생이 생각났다. 1960년대 하반기였던가? 외국에 있던 안익태 선생이 한국을 그리워하며, 고국에서 뼈를 묻히고 싶어했다

그는 조국에 공헌하기로 마음먹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초청하는 <국제음악회>를 만들어 일년에 한번씩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 또래 사람들은 누구나 다 기억하리라. 설렘과 기대로 거금의 음악회 표를 얼마나 사고 싶어 했었는지를

여기까지 쓰고 나니 쿡쿡 웃음이 나는 일이 떠오른다. 그 음악회 표, 지금도 아깝다. 맞아, 키가 큰 법대생이었어. 긴 백양로를 혼자 걷고 있었다. 낯이 익은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꿀꺽 침을 삼키던 국제음악회 입장권을 불쑥 내민다

, 바보. 주변머리 없던 순진한 처녀는 아무리 음악회에 가고 싶어도 잘 모르는 그와 함께 가는 일은 아니다 싶어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겠다고 말했다. 꿀꺽거리던 목 울림소리를 애써 누르며. 그 다음해엔 애인(?)과 함께 갔다

그런데 몇 번 후 그 감격에 벅찼던 음악회는 슬며시 종적을 감추었다. 안익태 선생은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린 것이리라. 왜 그래야 했을까? 국내 음악가들이 그를 질투하며 악의적인 소문과 잘못한 구석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그를 괴롭혔다는 여론이 떠돌았다. 텃세였다고. 우격다짐으로 선생을 내몰지는 않았지만 그건 주먹 안 쓴 폭력이었다.

그런데 정명훈씨의 사건은 텃세만은 아닌 것 같다. 정명훈씨와 대결할 상대가 없었던 건 아닐까? 일각에서는 서울 시향 단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빚어진 정치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어쨌거나, 세계적인 우리의 인재를 또 쫓아낸 모양이다

한국의 자랑이었던 두 사람. 세계와 공유할 수 있었던 음악발전의 희망이, 찬란하게 자라던 순이 꺾여버렸다, 시향 연주의 수준 향상은 둘째 치고, 그가 쌓아온 음악의 명성은 세계에서도 인정했던 자랑스러운 한인이었건만. 유능한 인재를 키우진 못해도 왜 그렇게 배타적일까

정명훈 씨의 입장에서 뭇매를 맞는 이유들이 그토록 도가 지나친 것이었을까? 그에 대한 기사와 난무하는 인터넷을 아무리 훑어봐도 그의 경우가 소위 높은 양반들의 숨은 비리들에 비하면 억울한 생각이 든다. 안익태 선생의 경우도 그랬으니까.

우리 가족 중에도 텃세에 밀려난 일이 있었다. 동생이 올림픽 성화대를 맡았다가 좌절된 일, 한 조카가 서울의 모 교향악단과 협연이 결정됐다가 좌절된 일이 있었다. 계약과 기자회견까지 했건만 듣도 보도 못한 예술가들에게 자리를 뺏길 수 없다는 지역주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젊었던 동생은 청소년기를 보냈던 내 나라, 어렸던 조카는 할아버지의 나라, 부모가 살았던 곳, 한국은 역시 내 나라였는데.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려던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역시 텃세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고국이라는 곳은 이상한 나라였다. 하여,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텃세, 먼저 자리잡은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가지는 특권의식으로 뒷사람을 업신여기며 위세를 떨거나 괴롭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기득권의 못된 습성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텃세는 사람이 살고 있는 어느 곳에나 있다. 교육계, 정치계, 예술계, 인간이 관계된 모든 기관에 있다. 심지어는 노점상가에도 텃세가 판을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텃세가 개인이나 집단이 행하는 감정의 횡포라면 불안정한 시대의 한 가운데서 인간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국가적 폭력의 가혹함도 쉽게 본다.

신영복 교수, 얼마 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교수가 타계했다. 이 시대의 지성으로 존경받은, 성공회대학교 교수였던 그가 20여년 동안 감옥에서 살았다

억울한 누명이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느 소주의 상표인 처음처럼이 그분의 글이란다. 그의 서화 에세이 집 <처음처럼>을 어떤 소주 회사가 쓰게 해달라는 청을 했다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술인데 내 글이 들어간다는 것에 마다 할 일이 없다며 허락했고, 이 술이 대박을 맞았다. 회사는 감사해서 사례를 제의했는데 신 교수는 극구 사양했다

할 수 없이 성공회대학에 장학금으로 거금을 기탁했다는 미담을 어느 글에서 읽었다. 이런 분을 20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살게 했다. 간첩이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이 몇 십 년을 갇혀 살았거나 이미 사형을 당했거나 병사한 후에 무죄로 판명이 난 일도 많다. 한국 근대사를 통관하는 슬픈 비극이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서로 신뢰하며 믿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가족, 친구, 이웃,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무엇을 주고받으며 사느냐에 따라서 생활방법이, 또는 사회가 달라질 게다. 진실한 인간관계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을 주고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의 구실을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랑을 배우자. 새 사람이 될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흘겨보지 말고 고마운 눈으로, 애정의 눈으로 볼 수 없을까. 미워하지 말고 그 사람의 능력을 보는 눈을 키우자. 미움은커녕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어느 정신과 의사도 말했다. 사랑만 있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기에 성경에도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강조, 또 강조하지 않던가. 사랑이 있는 곳에 텃세는 없으리라.

우리 사회에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아름다운 꽃은 언제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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