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거짓뉴스 확산, 두려움 크다는 방증"
"국가간 질병 확산, 배제보단 협력이 필요한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우려가 커지자 이와 관련한 거짓 뉴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가 50만명이 넘어선 가운데 자칫 질병에 대한 우려가 중국인 혐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괴담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에서 우한 폐렴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대형 쇼핑몰에서 쓰러졌다' 등의 가짜 뉴스가 퍼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거짓 정보가 유포되는 사례를 중점 모니터링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히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우한 폐렴 국내 세 번째 확진자 A씨(54)가 일산의 대형 쇼핑몰을 방문해 쓰러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한동안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확인 결과 세 번째 확진자는 해당 쇼핑몰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관련 논란은 일단락됐다. 2015년 한국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메르스 괴담'처럼 '우한폐렴 괴담'이 양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국내에서 유행할 당시 항간에는 '백신을 팔기 위해 벌인 일'이라거나 특정 병원을 거론하며 감염환자가 들어와 통제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SNS나 커뮤니티에 허위 괴담이 도는 이유에 대해 "질병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또는 중국 정부가 공개하는 감염자, 사망자 통계 등에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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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28일 오전 대전 동구 대전복합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우한폐렴에 대한 공포가 중국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한폐렴이 뱀, 박쥐 등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의 식습관 때문에 발생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쥐를 왜 먹냐','위생관념이 없다'는 등 중국의 식문화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중국인의 국내 유입을 아예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달라는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이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는데 게재 3일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원 요건을 넘겼다.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게재된 뒤 한달 이내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로부터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28일 오후 1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52만7400여명이 동의했다.질병에 대한 우려로 방역과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건 국민의 정당한 요구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나 과도한 공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정근식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국가간의 질병 확산은 배제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며 "국가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행동 강령을 만들어 준수하는 것이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