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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21 08:05
[김상구 목사 장편소설] 끝나지 않은 전쟁(지랄하는 세상-13)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34  

김상구 목사(전 시애틀 한인장로교회 담임/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끝나지 않은 전쟁(지랄하는 세상-13)


13. 지랄하는 세상

1980년 8월 4일 전 두환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그가 보안 사령관으로 있었을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 및 계엄포고령 제19호>로 포고령을 내려 삼청교육대를 만든다. 이 삼청교육대는 후방에 위치한 예비 사단 여러 곳에서 운영되었다.

삼청교육대 설치는 대외비로 진행되어 전과자와 조직 폭력배의 목록을 미리 조사한 뒤 진행됐다. 군인들과 경찰이 전국에서 합동으로 영장 없이 검거하여 삼청교육대로 넘겨진 사람의 수는 6만 명을 넘었다.

일차로 검거된 대상자는 깡패의 두목 및 간부, 깡패로 상습폭력을 행 한자, 실형 2범 이상의 범죄자, 흉기 소지자, 강도, 절도, 소매치기, 밀수, 마약범들이였다.

이들은 군사재판에 넘겨져 A급 B급 C급 D급으로 분류되었다.

삼청교육대는 본래 4주간의 순화교육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이 중에서 A급 B급을 받은 사람은 20여개 부대에 분산 수용되어 인권이란 말은 입에 담을 수 없는 혹독한 훈련과 가혹한 행위를 당하였다. 

입소 초기에는 장교들과 장군들이 "4주 후에 보내준다", "훈련 잘 받으면 일찍 간다." 등의 말로 입소자들을 안심시키면서, 동시에 입소 생들 중에서 몇을 골라내어 훈련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서울 정도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로, 가혹행위를 행하여 훈련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저들은 약속한 4주가 지나도 풀려나지 못했고 매일 새벽 목봉 체조를 시작으로 온종일 무서운 고난의 행군을 하였다. 저들은 강요를 받아 근로봉사대원으로 지원서를 썼고 짧게는 1년 혹은 길게는 5년간 강제 노역에 동원 되었다.

1982년 대한민국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들 중 57명이 훈련 중 죽었다. 

훈련병들은 폐렴, 급성심부전증, 기도폐쇄, 복막염, 간경화증, 뇌출혈, 궤양성대장염, 폐기흥, 소장폐쇄, 폐결핵, 심 내막염, 전색증, 만성심부전증, 장관내출혈 등 각종 질병으로 고생을 하였다. 저들 중 자살하는 사람도 발생했고 안전사고와 총기사고로 다치기도 했고 죽기도 했다. 삼청교육대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곳이었다.

한탄말 구장 어른의 큰 아들의 아들, 그러니까 한탄말 구장 어른의 손자인 김지용(상수의 조카)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사정이 급해서 사채를 빌려 썼다. 그런데 이놈의 사채가 일 년을 가며 원금의 10배가 넘게 눈덩이처럼 커졌다. 갚을 능력이 없는 지용은 사채업자가 보낸 조폭들에게 쫒기다가 종로 5가 부근에서 군인들에게 붙잡혀서 조폭들과 함께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지용은 자신이 조폭이 아니고 조폭들에게 쫓겨 가던 사람이라고 변명을 해도 조폭들이 지용을 자기 동료 중에 하나라고 말하여 심사에서 A 급 판정을 받았다.

지용은 입소하는 날 시범용으로 보여주는 피학대자로 뽑혔다. 

“너 이 새끼 이리 나와.”

지용이 앞을 지나던 훈련 교관이 지용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이 교관은 들고 있던 목봉으로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지용을 마구 때렸다. 지용은 목봉으로 여러 차례 머리를 맞아 머리 여기저기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새끼 왜 눈깔 쳐들고 쳐다봐. 눈깔 깔어 이 새끼.”

교관은 다시 목봉으로 지용이의 두 눈 부분을 힘껏 때렸다. 지용은 나무토막처럼 땅바닥에 쓸어져 코와 두 눈에서 피를 쏟으며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돌에 맞아 죽어가는 개구리 형상이었다. 지용은 들것에 실려 나갔다.

지용은 이 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오른쪽 눈은 의무대에 입원하여 3 주 만에 시력의 30%만이 복구 되었다.  지용은 이 후, 사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정신병 환자로 변해 폐인이 되었다. 

지용은 그 후 사람만 만나면 부들부들 떨었고 벽이나 구석으로 숨어서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그가 삼청교육대에서 병으로 석방될 때 지용은 의식은 있으나 의식이 없었고 감정은 있으나 감정이 없었다. 지용은 사람이지만 사람이지를 않았다.

이런 지용을 삼촌인 상수가 한탄말 뒷골 외딴 집에서 극진하게 보살폈다. 이러기를 한 삼 년 지나서 30%박에 보이지 않던 오른 쪽 눈이 50% 정도 회복되어 혼자 방과 방 밖을 출입하게 되었고 가까이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 두려워하던 증상도 차츰 차츰 덜해져 갔다.

지용은 지금 덕배의 보살핌으로 서울에 와서 간첩, 이영철이 송연자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진호빌딩 505동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지용의 아내는 진호빌딩 청소를 담당하여 생활비를 받았고 지용은 주차장 경비실에서 경비원 옆 의자에 앉아 경비원은 아니지만 경비원의 대우를 받고 살고 있다.

인간이 사는 한 세상이 길지도 않은데 한탄말 구장 댁 머슴 덕배는 진호빌딩 사장이 돼 있고 구장 댁 큰 손자가 덕배 아래서 일하는 일군으로 살게 된 것이다.

“사람 팔자 아무도 모르는 거다. 잘 산다고 못 사는 사람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구, 잘 못 산다구 평생 못 살거라구 생각지 말아야 한다.”

덕배는 오래 전에 구장 어른이 자기에게 들려줬던 말을 생각하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덕배가 구장 어른을 생각하면 덕배는 늘 자신이 구장 어른 댁 애기 머슴으로 살 때로 그 기억이 돌아가곤 한다.

한탄말에서 가쟁이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솜실에서 가쟁이로 내려가는 길, 두 길 가운데 땅이 다 구장 어른 댁 것이었다. 논일과 밭일은 이른 봄부터 가을 추수 때까지 할 일도 참 많았다. 덕배는 여름이면 늘 이 논 밭 일에 매여 살았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논에 나가면 품을 산 다른 몇몇 일군들과 같이 논에서 모심기 논매기 벼 베기를 시절 따라 하였다. 이럴 때 일군이 많으면 덕배가 집으로 가서 지게에 점심을 지고 오지만 일군이 두 셋일 때는 안산댁이 함지에 일군들의 점심을 머리에 이고 왔다. 

함지 위에는 주렁주렁 바가지가 얹혀있고 안산댁 한 손에는 막걸리가 담긴 주전자가 들려져 있었다. 어떤 때는 구장 어른이 집에서 점심을 안 들고 일군들이 일하는 논두렁에서 일군들과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였다. 

이 논두렁에서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앞길은 대촌에서 장고개를 넘어 가금면으로 통하는 신작로 길이다. 논두렁에서 일군들이 점심을 먹다보면 건너 길 신작로로 누군가 걸어가곤 했다. 구장어른은 그를 불러 점심을 같이 먹게 하라고 늘 말했다. 덕배가 목청을 돋우어 건너편에서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부른다.

“여보세유, 여보세유, 길가는 양반, 이리 와서 한술 드시고 가시래유.”

처음에는 사양을 하지만 대개는 길 가던 손님이 논두렁 밭두렁 길로 건너와 일군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된장찌개, 풋 고추, 열무김치, 고추장에 꽁 보리 밥, 그릇은 바가지였다. 바가지에 보리밥을 떠 넣고 열무김치를 보태어 된장찌개를 넣어 고추장에 썩 썩 비비면 천하에 이렇게 꿀맛인 점심이 또 어디 있는가. 거기에 고추장을 듬뿍 묻힌 풋고추를 안주로 하여 신 막걸리 한잔까지 곁 드리면 오늘의 호강은 논일의 고달픔을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로 변하게 했다.

인심이 이렇게 좋았던 그 시절이 오늘을 살아가는 덕배에게는 아련한 꿈 같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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