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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08 13:43
눈산조망대/ 여성할례가 뭔 소리?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6,37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여성할례가 뭔 소리?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재미가 새록새록 난다. 망조 든 나라 후한을 차지하려는 호걸들의 각축전을 그린 대하드라마지만 그 첫 무대에선 남자구실도 못하는 내시 10명이 설친다. ‘십상시’로 불린 이들은 나이 어린 천자를 깔아뭉개고 국정을 농단하다가 척결된다. 원래 내시들은 궁궐에 기거하며 왕과 왕비의 지근거리에서 24시간 시중 든 일종의 비서들이었다.

중국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도 고려와 조선왕조 궁궐에는 내시(환관)들이 있었다. 중국 내시들이 남근과 고환을 모두 제거한 반면 우리나라 내시들은 고환만 없애 섹스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생식능력을 스스로 포기한 천민들이지만 어느 고관대작보다도 왕과 독대할 기회가 많아 은근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십상시의 난’ 이후 거의 2,000년이 지난 요즘,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더구나 남자가 아닌 여자를 한 외과의사가 ‘거세 수술’해 온 미국이 떠들썩하다. 지난 2 7살짜리 소녀 두 명의 성기 일부를 칼질한 미시간주의 주마나 나가왈라 의사를 검찰이 20여년 전에 제정된 관련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뜻밖에도 판사가 이를 기각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세계 50여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 성기절단 금지법(FGM)’을 미국은 1996년 제정했다. FGM을 ‘여성 할례(포경수술)’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다. 할례는 성병예방 효과가 있을뿐더러 성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지만 FGM은 의학적으로 전혀 불필요하다. 오히려 여성을 석녀로 만들어 성적 쾌감을 못 느끼게 하는 잔혹한 인권말살 행위이다.

나가왈라 의사의 시술을 받기 위해 두 소녀는 미네소타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미시간주로 왔다. 미네소타를 포함한 전국 27개 주는 주법으로 FGM을 금지하고 있다. 미시간주 검찰은 나가왈라와 그녀에게 병원시설을 빌려준 원장 부부를 FGM 법 제정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기소했다. 인권단체와 의료계는 대부분 이들이 당연히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미시간주 연방지법의 버나드 프리드만 판사는 지난주 나가왈라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의회가 애당초 FGM 법을 제정할 권한이 없었다며, 따라서 이 케이스는 해당 주 법원이 다뤄야한다고 판시했다. 그는 28쪽의 긴 판결문에서FGM의 ‘상권’이 크지 않고 희생자도 적기 때문에 연방정부 고유권한인 상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좀 애매하다.

미국 태생으로 존스홉킨스 의대를 나온 나가왈라와 그녀의 두 소녀환자는 모두 인도의 시트파 무슬림 교도인 ‘다우디 보라’ 계열이다. 연방정부는 2013년 미국인의 해외원정 FGM 시술도 금했지만, 실제로 FGM을 겪은 사람이 몇 명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는 513,000여명이 FGM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난 2012년 발표했다.

인도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도 FGM이 성행한다. 지구촌 여성 2억여명이 클리토리스(음핵)와 소음순을 통째 또는 일부 제거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기를 소변 기능만 남기고 꿰매버리기까지 한다. 강압적인 전통 종교의식(또는 성년의식)일 수도 있지만 여성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또는 섹스에 탐닉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사전조치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의학계, 인권단체 등은 FGM이 반인륜적 학대행위이며 여성을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피폐시킨다고 규탄한다. 이들은 미시간주 판결이 연방 대법원에 상소돼야 하며 관련법이 없는 23개 주들도 서둘러 입법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한다. 시애틀타임스도 최근 장문의 사설을 통해 이들 주 가운데 하나인 워싱턴주 의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할례는 유대인 조상 아브라함이 시작했다. 십상시 난에 약 2,000년 앞선다. 현존하는 세계 남자의 38%가 할례 됐고, 그 절반이 종교의식 탓이었다. 요즘 일부 유럽국가에선 아기의 생존권리가 부모의 종교권리보다 우선이라며 할례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해무익한 FGM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무슬림 경전인 쿠란에는 FGM에 관해 일언반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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