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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7 15:42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시- 송명희] 미궁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269  

송명희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부회장)

 
미 궁
 
저기 강 속에 영혼의 나라가 있어
강물이 열 개의 손을 펼쳐 나를 당기면
낯선 타인의 방에서 걸어 나간다
 
낡은 연골은 힘들게 잡고 있던 환상을 놓고
허공을 엉금엉금 기어간다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구원의 조건이 흙탕물이라
넘어져 뒹굴며 웃는 사람들
 
부정 속에 긍정이 잉태되고
나는 거짓이 된다
거짓이 진실을 요구한다
 
먼지뿐이다
 
내 삶을 빈 하늘에 내어 놓고
헐값에 흥정하는 중이다.
 
 
<해 설>
 
현대시의 특성 중 하나는 그 시적 기술이 역설적 표현형식이다. 작가의 창작의도를 일반적 언어나 이미지가 아닌 정반대의 기호로 표출하는 형식이다

그 주된 이유는 시적 주제나 모티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도 시인은 자아상을 매우 낯설고 부정적 의표로 형상화한다. 시인은 자신을 낯선 타인의 방에 갇힌 존재로, 낡은 연골의 환자의 이미지로, 거짓의 존재로, 그리고 먼지와 같은 부정적 형상으로 그린다

그러나 그가 의도한 시 세계는 미궁 속에서 들림을 받은 자아, 영혼의 강물에 든 존재, 진실을 간구하는 사람, 그리고 하늘에 자신을 완전히 낮추고 구원을 기원하는 중생적 자아의 세계이다. 모처럼 시적 표현의 미학을 보여준 작품을 읽게 되어 반갑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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