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포드 "캐버노,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
공화당 "인사청문회 아닌 지옥"…트럼프 지지의사 밝혀
브렛 캐버노(53)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오가고 있다. 캐버노 지명자는 '잔인한 인신공격'이라고 정면 반박했으나 최초 미투 폭로자인 크리스틴 포드 미 팰로앨토대 교수(51)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사람은 캐버노가 맞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측은 캐버노를 끌어내리려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며 인사청문회가 아닌 '지옥'(This is hell)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두 번째 연방대법관 캐버노에 대한 상원 창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는 1982년 고교시절 한 파티에서 만취한 캐버노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주장한 포드 교수가 상원의원들 앞에서 당시 기억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캐버노와 그의 친구 마크 저지가 침실로 들어와 문을 잠근 후 침대로 밀치고 내 위로 올라탔다"며 "강간당할 것 같아 소리치려 하자 캐버노는 손으로 입을 막았고 그 순간 나를 우발적으로 죽일 것 같아 무서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해마에 남겨진 (캐버노에 대한) 특정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버노 지명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청문회 후 열린 상원 법사위에 출석,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포드 교수의 주장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부인한다"며 "고등학교, 대학교,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성폭행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캐버노는 분노한 목소리로 "나는 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캐버노는 "가족과 내 이름은 잔인하고 거짓된 비난으로 영원히 파괴됐다"며 "인준 과정이 인신공격으로 전락하며 국가적 망신이 됐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궁지에 몰린 캐버노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레이엄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캐버노를 끌어내려는 민주당의 압력이다.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지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청문회의 관건은 포드 교수가 상원의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포드 교수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폭로했다는 일부 공화당원들의 의심어린 눈초리에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개인"이라며 "캐버노가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내 스스로 결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반박했다. 포드 교수의 폭로 이후 캐버노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캐버노의 예일대 동창인 데버라 라미레스도 1980년대 초 파티에서 만취한 그가 성기를 자신의 얼굴에 접촉했다고 폭로했다. 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 줄리 스웨트닉은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1982~83년쯤 집단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 현장에 캐버노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청문회 당일에도 2명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와 총 5건이 됐다. 앞서 캐버노에 대해 '좋은 평판'을 가졌다고 칭찬한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캐버노가 급진 좌파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 의혹이 잇따르자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되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상원에서) 그(캐버노)의 증언은 강력했고, 정직했으며, 관심을 끌었다"면서 재차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루종일 침묵하던 백악관도 이번 청문회를 '비윤리적인 거짓'(unethical sham)이라고 비난한 그레이엄 의원을 응원하며 캐버노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린지 그레이엄은 법사위 소속 어떤 민주당 의원들보다도 품위있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를 축복한다"고 썼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