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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의 교육 컬럼

 
<하버드 가지 마라> 저자인 대니얼 홍이 교육에 대한 정보와 관점을 예리한 시각으로 제시합니다.
 
 

 
작성일 : 14-11-16 18:58
[대니얼 홍 칼럼] 지겨움의 극치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71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지겨움의 극치

 
저녁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면, 집집에서는 모깃불의 연기가 한창이다. 그들은 마당에서 멍석을 펴고 잔다. 그러나 그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 그 증거로는 그들은 멍석에 눕자마자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눈을 감자마자 쿨쿨 잠이 든다. 별은 그들과 관계없다. 이것이 시체와 무엇이 다를까? 먹고 잘 줄 아는 시체. 방에 돌아와 나는 나를 살펴본다. 자살의 단서조차를 찾을 길이 없는 지금의 내 생활은 과연 권태의 극 그것이다.”

식민지 조선말기를 살았던 작가 이상(李箱) <권태>를 통해 당시의 답답하고 암담한 삶을 그렇게 표현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즉, 선택ㆍ목표설정ㆍ결정권을 빼앗기고 그저 세월에 떠밀려 사는 현실, 무엇을 해도 의미 없는 상황이 권태를 불러왔고, 그 권태가 이상에게는 목 졸림으로 다가왔다.

이상이 느낀 권태는 단순한 지겨움을 넘어선 실존적 지겨움이었다. 전자는, 지루한 강의를 듣고 있거나 끝도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졸음이 오는 것처럼, 환경적인 단조로움이 일으킨 일시적인 지겨움이다

이에 비해 후자는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지경에 이르는, 아무런 느낌 없이 느끼는 지겨움이다. 그런 무감각이 무의미ㆍ무관심ㆍ무기력으로 연결되어 자살의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공허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80여년이 지난 오늘, 이상이 겪었던 비슷한 지겨움을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다. 특히 대학 입학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지원자들이 그 지겨움의 극치를 맛보고 있다. 그들이 지겨움을 느끼는 이유는 아무런 할 일이 없어서도 아니요, 열정을 잃어서도 아니요, 시간이 남아 돌아서도 아니다

입학 사정처의 비논리적이고 대학의 이익 만을 우선으로 하는 편파적인 전형방식을 주목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설 자리가 없다라는 판단이무엇을 해도 의미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 결론은 곧바로 에세이 작성에 반영된다. “어서 차라리 어둬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루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라는 이상의자포자기처럼, “차라리 내일이 지원서 마감일이면 좋겠다. 그냥 제출하고 잊을 수 있게…”라는 그저 해치우고 싶은 심정으로 에세이를 쓴다. 지겨움을 증폭시키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학생이 성적이나 교내외 활동에서 답보상태를 보이면 그것을 게으름으로 해석하고 죄악시 여기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느끼는 무기력감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연스레 지겨움이 생성되었다. 그 지겨움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학생들이 즐겨 찾는 치료방법이 바로 컴퓨터게임ㆍ페이스북ㆍ마약ㆍ술ㆍ섹스 등이다. 공교롭게도 그런 치유책은 중독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권태를 낳았다

자율성과 삶의 솔솔한 의미를 빼앗긴 그들은인생은 식욕ㆍ성욕ㆍ권태가 만들어낸 드라마라는 것을 굳게 믿게 된다.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기도 하지만, 긴장감을 유발함으로 삶에 활기를 불어넣듯이, 지겨움이 주는 긍정적인 면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 나서도록 부추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은 잊는다.

그 결과 <권태>의 무감각에 한번 더 빠진다.

불나비라는 놈은 사는 방법을 아는 놈이다. 불을 보면 뛰어들 줄도 알고 평상에 불을 초조히 찾아 다닐 줄도 아는 정열의 생물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어디 불을 찾으려는 정열이 있으며, 뛰어들 불이 있느냐? 없다.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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