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특파원 간담회 "'돈문제 아닌 명예문제'라고 했다"
"한일관계, 추운 겨울 속에 있지만 봄맞이 준비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일본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강창일 신임 주일본대사는 17일 열린 서울 주재 일본 언론 특파원들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지난 15일 이 할머니와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할머니는 특히 위안부 관련 손배소에 대해 "돈 문제라고 오해하지 마라. 명예의 문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앞서 한국에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달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소 1심 선고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 1인당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법은 당초 13일 이 할머니를 비롯한 다른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와 관련해서도 1심 판결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돌연 연기한 상황.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에 위배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 '주권면제'란 '모든 국가의 주권은 평등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재판할 수 없다'는 걸 말한다.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판결에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워져 있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 2021.1.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이와 관련 강 대사는 이번 간담회에서 "한일은 앞으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역사문제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있다"면서 "역사문제는 앞으로 양측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강 대사는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역사문제에서부터 경제·안보분야까지 싸움이 번졌다"며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 등을 둘러싼 갈등을 예로 들었다.그러나 그는 조선왕조가 임진왜란 뒤에도 일본에 '조선통신사'를 파견하고 일본 에도시대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는 조선과의 '성신(誠信)외교'를 강조했던 점 등을 들어 "(한일관계가) 지금은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강 대사는 "경제와 안보협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도쿄올림픽 개최 성공, 저출산·인구감소 등 (한일이)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와 협력강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강 대사는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수여식 당시 문 대통령으로부터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겠다"는 얘길 들었다며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한 한일 간 협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방지와, 관계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오는 22일 일본에 부임하는 강 대사는 "한국 대사이므로 한국의 입장을 (일본에) 많이 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가능하면 일본 입장도 이해하고 양국관계 정상화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