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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1 23:29
안문자/하늘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둘?
 글쓴이 : 안문자
조회 : 4,941  

안문자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하늘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둘?
 
6월이 되면, ‘큰일 날 뻔했던 그 일이 늘 떠오른다.
전쟁이 끝났다고 가족들은 평양으로 가고 남은 짐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와 나는 시골에 남아 있었다

어느 날 큰아버지가 우리의 남은 짐을 달구지에 싣고 나를 번쩍 들어 달구지에 올리려는 순간, 할머니가 나의 손을 꼭 잡으셨다.

널랑 고만 나하고 고장골 큰고모 집에 가잠.”
할머니의 갑작스런 제안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 엄마한테 갈래.”

영원한 이별을 감지했을까? 할머니도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덜커덩, 움직이는 달구지 위의 나를 향해 손을 흔드시던 할머니가 가물가물 작아지다가 사라졌을 때, 내 작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두렵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슬프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평양에 도착하고 얼마 후 우리는 이남으로 피난을 갔으니까. 어머니는 평생동안 수 없이 말씀하셨다.

문자야, 네가 만약에 할머니와 함께 이북에서 큰고모 집에 갔다면 어떻게 되었겠니? 지금 같은 행복이 다 뭐가. 기쁜 일에도, 좋은 일에도 네 생각으로 내가 얼마 나 슬펐간? 여보, 우리 문자가 이북에 있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 평생을 생각해도 새삼 일렁이는 이 천만다행의 감사는 끝나지 않으리라.

민주화 운동으로 유명했던 천주교 J주교님이 1987, 625가 일어난 지 37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평양에 가셨다. 가족들을 만난 이야기는 참으로 슬펐다. 우리들은 부모 형제들을 확인하며 울부짖다가도 아무개의 은혜로 잘 살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연을 TV로 많이 보아 익히 알고 있다

신부님은 갈 때부터 평양 봉수교회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천주교회에서는 신부가 되면 고향에 가서 첫 미사를 드린다는 절차가 있다는데 J주교님은 37년 만에 고향에서의 첫 미사가 된 셈이다.

다행이 그는 허락을 받았고 한 번에 미사와 예배가 연달아 이루어졌다. 같이 간 150여 명 중 신자가 아니라도 다 참석했는데 평양에서도 70명이나 참석했다고 했다. J주교님이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려고 강대에 서니 눈물이 쏟아졌다. 흐느낌이 되어 집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중에는 그곳에 모인 신자나 비신자나 평양 사람들까지 다 함께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분단된 지 40여 년이 되어 오니 이젠 평화가 올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진실한 마음으로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합시다.”

울부짖음의 미사가 되었다.그 후 2004, 54년 만에 순교자의 아들, S박사님이 아시아 기독교재단의 부회장으로, 시찰단과 함께 평양에 갔다. 역시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인사의 말을 하게 되었다.

“54년 만에 평양에 다시 와 보니 대동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모란봉은 그대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산천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는…

그도 역시 말을 잊지 못했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으므로. 남쪽의 사람들이나 북쪽의 사람들이나 한마음이 되어 울었다.

, 모란봉! 김일성의 거대한 동상이 서있는 것만 다르고 나무들도 바위들도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숲 속에는 오디를 따러 온 엄마와 아이들이 새까매진 입으로 웃었고 젊은이들은 한 잔 후 큰소리로 노래도 불렀다보기에는 평화스러운데 방문객들은 뻐근한 가슴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말했다. 봉수교회에서 그들이 인도하는 예배는 남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가짜라고. 성가대는 김일성 대학의 학생들이라나.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 깊이 하나님을 만났을지 누가 아는가.

아무리 독한 이념으로 무장이 되었어도 남한 사람들과의 예배에서는 언제나 그들도 눈물을 흘린다. 고통이 난무하는 세상의 땅 끝, 그곳에서도, 이곳에서도 하나님은 우는 자와 함께 우실 게다. 그러기에 나는 믿는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어느 위치에서, 어느 부류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간에 구별없이 다 사랑하신다는 것을

신교나, 구교나, 불교나, 유대교나, 어떤 종교를 믿거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들은 다 하나님의 자녀이니까. 글쎄다. 복을 주고 싶은 사람, 불쌍히 여기는 사람,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 혼내고 싶은 사람으로 구분되어 있으려나?

어쨌거나, 평양의 봉수교회에서, 그리고 남한의 수많은 교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에서도, 통일을 향한 눈물의 기도는 헛되지 않으리라. 이렇게 쓰고 있자니 아버지의 눈물이 생각난다. 소떼가 북으로 가던 날 아버지도 이렇게 시를 쓰며 눈물을 흘리셨다.

<소야, 북으로 간, 착한 소야, 거기선 모두 말들을 해라. “날 잡아먹고라도 통일을 해라
소야, 북으로 간, 착한 소야, 거기선 모두 노래를 해라. “우리의 소원은 죽어도 통일
소야, 북으로 간, 착한 소야, 거기선 모두 기도를 해라. 새파란 하늘을 보며 기도를 해라
하늘은 하나인데 우리는 왜 둘이냐고-메 움-메…기도를 해라>

그렇지, M목사님도 이렇게 읊으셨구나.

<이쪽에서 부는 바람 저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남녘 하늘/
저쪽에서 부는 바람 이쪽으로 나부끼며 쳐다보는 북녘 하늘/
그 두 하늘이 다르기라도 한가요. 그 하늘이 그 하늘이지?>

, 그로부터 62 년이 지난 오늘, 이산가족이 될 뻔했던 나도 기도를 한다.

하늘은 하나인데…우리는 왜 둘이에요? 북한도, 남한도 함께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당신께서는 언제까지 눈물만 닦아주실 건가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 세상에서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게 하실 겁니까?.”

푸르른 6월에, 시애틀의 맑고 깊은 하늘 속에 희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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