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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03 17:25
[신년 시-김백현] 백의민족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077  

김백현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백의민족

 
흰 옷을 입은
반만년의 눈꽃들이
수천만의 눈썹들로 사뿐사뿐 내립니다
 
내리는 눈과 바라보는 눈이  
뒤섞여 눈송이로 다소곳이 쌓입니다
수백 겹 눈금으로 쌓이는데도 눈들은 조용합니다  
 
정유년 아침나절에 오는 눈은
할퀴고 쪼으러 오는, 핏빛 쌈닭 아닌
포시시 내려앉는, 알겯는 암탉였으면 조용하겠습니다
 
정유년 저녁나절에 가는 눈도
시끄럽게 눈사태처럼 떠나가는 눈총들이 아닌
강물에 떠가는 유빙 같은 눈물이면 얼마나 조용하겠습니까?
 
섣달 그믐밤, 그늘진 곳에 눈곱처럼 남겨진 눈도
눈속임 아닌 눈석임*으로, 다시 피는 꽃눈이 된다면
수억만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의 바른 눈길로
모자람 없이 조용할 것입니다
 

* 눈석임: 쌓인 눈이 속에서 녹아 스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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