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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09 22:19
시애틀의 가을
 글쓴이 : 김영호
조회 : 3,098  
시애틀의 가을
                                        김영호(시인, 숭실대 명예교수)
 
시애틀의 시월 바람 하늘 집을 방문하여
불씨를 안고 내려와
지상에 태양의 피를 들어부으니
만물 오곡이 폭죽을 터트리네.
가을 축제의 초대장 단풍잎들을 물고
철새들이 별나라로 날아가네.
풀잎들이 머리에 노란 리본을 달고
방학 날 여학생처럼 노래 춤추네.
나무들 가지위에 불 물결 출렁이고
낮달이 노를 저어가네.
농부들 어깨위에 빨간 사과들이 앉아
태평가를 부르고
곡물들이 창고 안에 누워 코를 고네.
흰 구름이 소등을 타고 풀피리 부르고
물고기들 핑크빛 단풍드레스를 입었네.
라벤더 꽃씨들 벌새 뱃속에서 합창을 하고
국화꽃을 사 든 노신사얼굴에서
포도주 강물이 흐르네.
갈대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양떼들과 감사 묵도를 하네.
세상에서 놀랜 내 몸 안의 아이가
코스모스 꽃잎 속으로 들어가
코스모스 꽃피를 수혈하고
눈물로 용서의 기도를 드리네.
미루나무 잎새 그 기도소리를 품에 안아
하늘로 운반하네
가랑비기차를 타고.-시애틀 한국일보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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