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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02 21:49
김학인/11월 단상斷想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313  

김학인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고문

 
11월 단상斷想
 
한 그루 나무에 피었던 수천 개의 잎이 하나씩 내려온다.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 앉는가 하면 아직은 아니라고 거부하는 몸짓으로, 더러는 작심한 듯 뛰어내린다. 뒤틀리고 얽혀 땅에 엎드린 마른 이파리들은 비로소 낮아진 하늘을 우러른다

화장을 지운 청결한 나무는 시린 가지들을 허허로운 공중에 겸허하게 드러낸다. 뿌리는 지상으로 뿜어 올리던 물길을 멈추고 땅 속 깊이 생명의 내림작업을 시작한다. 찬란했던 채색 옷을 미련 없이 벗어 던진 11월의 나무는 정갈하고 순수하다

가을의 끝자락을 손끝에 매달고 한쪽으론 찬바람 몰고 올 겨울로 성큼 내딛는 11월의 옹골찬 저력을 나는 좋아한다.
 
텅 빈 들녘을 독차지한 갈대는 틈새를 파고드는 바람과 여린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마음껏 입맞춤한다. 나무의 뿌리가 깊고 넓게 새로운 터를 굳히는 동안 씨앗은 소리 없이 생명을 잉태하고 영글어간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더 많은 것에 귀 기울이면 들릴 듯 말 듯 강인한 생명의 합창이 울려온다. 계절의 순환 속에 담긴 근원적인 힘이 영혼의 심지에 불을 당겨준다

자연의 옷을 입고 창조의 질서 안에 인간을 품은 거룩함이 가슴을 떨리게 한다. 비에 젖어 구겨진 낙엽을 밟으면서 생성과 소멸의 진리에 새삼 눈이 밝아지면 잠시 삶을 고뇌하는 철학자가 되어본다

서양에서는 같은 숫자가 겹치는 ‘11’이란 번호를 ‘마스터’ 숫자로 여기고 영적 의미가 담겼다고 본다. 1’ 이란 숫자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새로운 시작과 순결을 지녔다고 생각하기에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7 11’이란다. 이 두 행운의 숫자를 겹쳐서 누구나 쉽게 찾는 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11월의 탄생석 토파즈(Topaz)는 희망, 우정, 결백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고대 사람들은 이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슬픔을 없애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 집엔 11월 생이 셋이다. 두 손으로 11월의 문을 열고 들어가 초순에는 내가 미역국을 먹는다. 이 땅에 생명 주심의 감사가 따스한 국물과 함께 매끄럽게 흘러 들면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가슴이 출렁인다

한때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하다가 영화감독으로 바뀐 목표를 향해 진학에 열중하는 당찬 막내 손자가 중순에 버티고 있다. 사려 깊고 의욕적인 큰 손녀딸은 거침없이 날개를 펴고 남미의 한 도시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가을의 마지막 층계에서 손녀딸의 생일은 흩어졌던 가족을 한데 모우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감사절의 기쁨을 더해준다. 웃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못다 한 이야기는 시계를 무색케 한다. 즐거운 식탁은 더 없이 풍성하고 보름달 같은 전등은 촉수를 높여 가족을 감싸며 사랑의 의미를 새김질한다.
 
11은 하나, 또 하나, 둘이 하나가 된 숫자다.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이 다가 서서 나란히 평등하게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고 함께 간다. 완벽한 어울림의 11월은 상큼하고 아름답다

그건 남성과 여성의 균형과 평등을 나타내고 감정과 지성(영성)의 균형과 조화를 대변한다.

동시에 태양 에너지와 달 에너지를 포함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두 개의 기본적인 숫자가 겹치는 첫 달은 역동성 또한 두 배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달, 11. 곤비할 때 기댈 수 있고 버거운 짐 나눠진다. 방황할 때 이끌어 주고 흔들릴 땐 붙잡아주는 님이 늘 옆에 있어 행복한 나는 11월에 태어났다.
 
유리창에 꺾여 들어온 빛 바랜 햇볕 한 조각이 발치에 내려앉아 가을이 떠난다고 아른아른 눈짓을 보낸다.


오정방 13-11-18 07:33
답변 삭제  
김학인 선생님, 주님 안에서 문안합니다. 그동안도 평안하시지요?
좋은 수필 잘 읽었습니다.
나도 남매를 두었는데 딸은 11월 19일, 아들은 11월 4일로
둘 다 11월 생입니다.
711 체인점이 그런 연유로 탄생한 것을 처음 알았네요.
늘 건강하시고 승리하시기를 빕니다.

11. 18
포틀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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