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열린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 고등부 품새 단체전 시합 모습. 발차기 높이를 비교해봐도 왼쪽 팀이 우세하지만 결과는 승부조작에 따른 오른쪽 팀의 승리였다. (경찰청 제공) 2014.10.29/뉴스1 © News1>
고등부 품새 단체전서...심판진,윗선 명령에 실력 떨어져도 '전원일치' 승리 판정
학부모 자살 부른 조작사건 가담했던 협회 간부 또 연루
경찰, 승부조작 지시한 협회 심판부의장 2명 송치
"김 전무 아들팀이라고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
2013년 7월8일 열린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주관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 고등부 품새시합 단체 4강전. 시합 후 승패가 갈리자마자 A코치는 분을 참지 못하고 심판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A코치는 자신이 지도한 팀이 아닌 상대 팀의 손을 들어준 심판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시합에서 맞붙은 팀이 서울의 태권도 명문 K고교 3학년으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한 발로 서는 동작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리고, 발차기 높이가 통일되지 않는 등 눈에 띄는 실력 차가 드러났기 때문.
A코치는 K고교 품새를 본 후 자신의 팀 승리를 예감했다. 그러나 심판 판정은 달랐다. 심판 5명 전원은, A코치 팀이 아닌 K고교를 지칭하는 홍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A코치는 심판들을 향해 "발차기도 안 되고 동작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느냐"고 따졌으나 심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모(40)씨 등 심판 5명은 해당 시합이 열리기 바로 직전, 장애인태권도협회 품새 담당 심판부의장 전모(61)씨의 호출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이사의 아들 김모(19)군이 속해 있는 K고교 팀을 잘 봐달라"며 승부조작을 지시했다.
서씨 등은 A코치가 지도하는 팀이 월등한 실력을 보였음에도 김군이 속한 K고교를 선택했고, K고교는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국기(國技) 태권도의 낯부끄러운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학부모의 자살로 비화된 서울시 태권도 고등부 대표 선발전 겨루기에서의 승부조작이 드러난 데 이어 품새시합에서도 특정 선수를 위한 승부조작이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고 경찰이 29일 밝혔다.
전씨에게 이같은 승부조작을 명한 것은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같은 협회 겨루기담당 심판부의장 김모(62)씨였다.
김씨는 "K고교 팀에 나와 친한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아들 김군이 속해있다"며 전씨에게 승부조작을 명령했다.
서울시 태권도협회 기술심의위원회 의장도 겸직하던 김씨는 학부모의 자살을 부른 태권도 승부조작사건(뉴스1 9월15일 보도 '"대학좀 보내줘" 태권도 시합 만연한 승부조작 적발')에도 가담했던 인물이었다.
태권도장 등을 운영하며, 부수입원으로 대회 심판으로 나서온 서씨 등은 결국 확연한 실력 차에도 김군이 속한 K고교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심판 배정권을 쥐고 앉아있는 윗선의 지시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 대회 심판으로 활동할 수 없어서다.
심판들은 해당 시합에서 승부조작이 있었음을 모두 시인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지시받은 사실을 잠시 잊고 상대(A코치)팀이 잘했다는 청 깃발을 들려고 했으나 다른 심판들이 모두 홍 깃발을 드는 것을 보고 나도 홍 깃발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심판 이모(45·여)씨는 "처음에는 조작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버티려고 했으나 시합 영상을 보고 나니 더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원래 겨루기 선수였던 김군은 품새로 전환한 뒤, 대회 우승 경력 등을 바탕으로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김군을 제외한 팀원 2명은 해당 대회 성적만을 가지고 대학에 합격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해당 대회 시합에서 특정 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와 전씨를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심판 5명에 대해서는 장애인태권도협회에 비위 사실을 통보, 조치 의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