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리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배션 아일랜드로 출발!!
우리가 사는 퓨짓사운드 지역은 292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워낙 섬이 많다보니 어느게 섬이고 어느게 육지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리로 연결된 곳이 많아 더욱 그렇다.
그래도 아직 많은 섬들은 교통수단으로 배를 이용해야 한다. 조금 돌아도 다리를 이용해 건너가는 섬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섬의 어느 한 곳도 다리 연결돼 있지 않은 섬들은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다. 조금은 답답할 듯하다. 그러나 막상 섬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답답해하진 않는 듯하다.
이 많은 섬들 가운데 정말 엎어지면 무릎팍이 달 정도로 가까운 배션 아일랜드(Vashon Island)를 몇 년을 벼루다 이번에야 가보게 되었다.
이 섬이야 말로 배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웨스트시애틀과 타코마 Point Defiance 에서 50분마다 출발한다. 왕복 배삯이 만만치는 않다. 과거엔 차량 한 대당 받던 것을 지금은 차량과 탑승인원으로 받는다.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기분은 씁쓸했지만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배라 생각하기로 했다.
섬의 크기는 생각처럼 그렇게 크지 않았다.
내가 이 곳을 가보기로 생각했던 건 오래전 우연히 보게 된 묘한 나무 때문이다. 'Bicycle in a Tree'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나무는 자전거를 먹어 치운 나무로 유명해졌다.
정확한 역사는 모른다. 오래 전 누군가가 나무에 기대둔 자전거를 잊고 있었는지 나무가 자라면서 자전거를 같이 앉고 커졌다.
처음 사진을 보고는 누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모습이었다. 신기한 것을 보면 못참는 성격이라 가봐야지 하다 몇 년이 지났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그것 말고는 크게 볼 것이 없다는 말이 가장 큰 영향을 준 듯하다.
그러나 최근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가족들에게 출발 명령을 내렸다.^^
자주 있는 일이라 바로 준비들을 한다. 방학을 맞아 온 아들도 동행하기로 했다. 일단 목적지를 두 곳으로 잡았다. 바이크 트리가 있는 곳과 Point Robinson Light House다. 라이트 하우스는 이곳 말고도 자주 다녀본 곳이라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아무래도 '바이크 트리'다. 지도를 보니 배션하이웨이 SW도로로 북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바로 도로가에 위치에 있는 듯 했다. 다른 자료는 없다.
달랑 그 정도 정보만 알고 무작정 출발한다. 우리 집에서 포인트 디파이언스는 15분정도 거리다. 배 시간을 알아보니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집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그럼 10시 50분배는 탈듯했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어 가다 은행도 들르고 개스도 넣고 하다 보니 시간이 빠듯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배가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간발의 차이다. 할 수 없이 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기차선 맨 앞줄에 섰다. 배를 간혹 타보았지만 맨 앞에 서보긴 처음이다. 화창한 날이었다.
차를 세워두고 선착장 주변을 둘러본다. 모든 게 평화로워 보인다. 마음에 여유까지 드니 천국이 따로 없는 듯하다. 여행의 설레임이 기분까지 들뜨게 한다. 기다림의 지겨움도 없다. 어느덧 출발 시간이 되었다.
배를 타는 시간은 15분 정도 되는 듯하다. 일번으로 배에 타다보니 맨 앞자리에 선다. 굳이 내릴 필요 없이 밖에 풍경이 보여 좋았다. 잠깐 사이 도착한다. 내릴 때도 먼저다. 늦게 도착해서 50분가량 기다리게 한 게 내 잘못인 것 같아 미안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듯했다.
배에서 내린 후 두 갈래 길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우회전을 했다. 다행히 맞는 길이다. 정보가 부족하니 조금은 걱정이다. 지도상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무조건 달렸다. 유명한 곳이니 분명 팻말이 있을 거란 생각으로….
물어물어 찾은 '바이크 트리'는 뜻밖의 지점에 있었다
그런데 대충 온듯한데 아무런 표시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지나칠까 걱정되어 눈을 부릅뜨고 왔는데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다.
와이프와 아들놈이 난리다. 준비도 안하고 왔냐고 잔소리가 심하다. 할 말이 없다. 그냥 웃음으로 떼운다. 계속 가다보니 시애틀로 들어가는 선착장이 나왔다. 정말 할 말이 없다. 차를 돌려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가다 주유소에 들러 물어 보기로 했다.
아들 아이가 내려 물어 보는데 한참을 설명을 해준다. 배션 관광 브러셔도 얻어가지고 온다.
오던 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204 St가 나오는데 그 삼거리 못가서 왼쪽에 있다고 한다.
물어본 위치에서 두 불럭 정도 더 내려가면 되니 거의 다온 셈이다. 그런데 삼거리가 나왔는데 왼쪽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당연히 아무런 표시도 없다. 혹시나 해서 204가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 보았다. 그 길도 아닌 듯 했다.
다시 돌려 나와 삼거리에서 멕시칸 음식을 파는 차로 갔다. 위치를 물어보니 그 바로 옆이란다. 차를 세우고 숲으로 잠깐 들어가면 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입구가 심상치 않다.
애들 엄마하고 아들놈은 안 간단다. 카메라를 들고 홀로 들어간다. 숲입구로 걸어간다. 얼마나 들어가야 될지 몰라 기대를 잔뜩 하고 들어갔다. 들어가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온다.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와이프와 아들이 본다.
숲 입구 바로 옆에 그렇게 찾던 바이크 트리가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한다. 이건 실망도 보통 실망이 아니다. 물론 사진으로 보았던 대로 자전거가 나무에 걸려(?)있다.
조금은 신기했지만 주변 분위기는 정말 엉망이다. 사진 몇 장 찍고 돌아 나오는데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몇 년 만에 보고 싶던 장면을 실제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두번째 목적지인 등대를 찾아 나선다. 배션하이웨이 225가에서 좌회전해서 계속 가면 나온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어가는 길이 좁다. 평일이라 그런가 사람은 별로 없다. 노인부부 몇과 강아지나 애완동물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몇 사람이 전부다. 작은 주차장에 몇 대의 차가 있다. 정면에 2동의 건물이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 같은 분위기다. 브러셔를 보니 렌트 하우스다. 휴가철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빌려 주는 집인듯 하다. 그런데 렌트비가 장난이 아니다. 여름 시즌에는 일주일에 1,500불이 넘는다. 우리 같은 사람하고는 상관없는 집인 듯 하다.
퓨짓사운드에 있는 등대는 망망대해의 등대와 다른 매력
왼쪽에 하얗고 아담한 등대 건물이 보인다. 퓨짓사운드에 있는 등대라 망망대해에 있는 등대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동네 안에 있는 작은 공원 같은 분위기다. 넓지 않은 바다 건너에 디모인스 동네가 보이고 그 너머 레이니어가 웅장하게 보인다. 확트인 공간에서 보이는 레이니어는 언제 보아도 반가운 산이다. 일몰때 오면 정말 좋은 사진 담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중간 중간 커다란 상선들이 지나간다. 타코마 항으로 들어가는 배들 같다.
푸짓사운드 해안은 대부분 그렇듯이 이곳 해안가도 상당히 맑다. 바닷가에 앉아 준비해온 김밥을 먹는다. 맛이 천국의 맛이다. 모든 근심 걱정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다. 가족과 함께 하니 더욱 맛이 있다.
이런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다시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가야한다. 그게 현실이니…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시간도 보지 않고 가서 기다리자 하는 마음으로 갔다. 그런데 바로 들어갔다. 쉬지도 않고 들어갔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마무리가 완벽했다. 섬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늦게 들어온 탓으로 중간에 섰다. 차에서 내려 배위로 올라갔다.
배에서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타코마 항도 멀어지는 배션 아일랜드도 그리고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도…
오늘은 유난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얼른 돌아가 현실에 적응하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자 마음먹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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