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틸리컴 빌리지(Tillicum Village)를 향해 출발!
시애틀에 본격적인 여름이 돌아왔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짧아지는 듯해 마음이 심란했는데 6월 들어 예전 시애틀 여름이 돌아온 듯 한 날씨가 연속 이어지고 있어 기분까지도 좋아진다. 좋아진 기분에 힘을 얻어 몇년 동안 벼르고 별렀던 곳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퓨젯 사운드 지역은 모두 29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러다 보니 해상 운송수단이 발달했다. 여기저기 오고 가는 페리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상 택시까지 활성화된 도시가 바로 이곳 시애틀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군데는 배를 타고 다녀 보았다. 그런데 배를 타고 이동을 하고 장소를 찾아 다닌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런데 틸리컴 빌리지(Tillicum Village)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더욱 그랬다. 우리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아니겠지'라는 희망을 가지고 출발했다.
시애틀 다운타운 55번 부두서 하루 2번 출발
이 곳은 하루 두 번 배가 떠난다. 오전 11시 그리고 오후 6시다. 출발시간은 오전 11시 30분 그리고 오후 6시30분이다. 일요일 오후 시간은 4시30분에 출발한다.
시애틀 55번 부두에서 출발한다. 시애틀에서 뱃길로 13km 떨어져 있으니 그리 멀지는 않는 곳이다. 잠깐이면 갈 줄 알았는데 한 40분 정도 배로 이동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하루두 번 출발하는 배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부둣가에서 출발한 배 뒤에서 바라보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화창하고 맑은 시애틀의 여름날, 날씨가 맑은 날이면 더더욱 환상적이다.
틸리컴 빌리지는 해상 주립공원인 블레이크 섬에 있는 인디언 마을이다. 뭐 인디언 마을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마을이 형성된 건 아니고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란 인상이 강한 곳이다.
'친절하다'는 뜻의 틸리컴 빌리지에 내리면 시원한 조갯국 내놓아
틸리컴(tillicum)이란 말은 인디언 말로 '친절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블레이크 섬은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지명처럼 이곳을 처음 알아낸 사람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이곳은 1993년 APEC 정상 회담이 열렸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애틀 추장의 고향이란 말도 있는데 아쉽게도 섬 어디에도 시애틀 추장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틸리컴 빌리지에 도착해 내리면 바로 조갯국을 준다. 구수한 맛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조갯살을 먹고 껍데기는 길가에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조개껍데기가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는 두 동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형식이 롱 하우스라고 여러 세대가 같이 살 수 있는, 한마디로 다세대 주택 같은 인디언들의 주거 형태를 말한다. 이런 롱하우스 형태로 건물을 만들어 놓았다.
두 동 가운데 하나는 기념관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1993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한다. 기념관 안에는 당시에 사진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인 김영삼 대통령의 모습도 보여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외에도 많지는 않지만 인디언 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딜 가도 인디언의 모습은 안보여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연어를 굽는 모습이다. 인디언 방식으로 굽는 연어를 보면 군침이 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연어를 굽는 사람이 백인이라는 점이다. 인디언이 구웠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연어 굽는 것 말고도 섬 어디에도 인디언들은 보이질 않는다.
우리가 간 날만 그런 건지 몰라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냥 섬 자체는 페리를 운영하는 회사해서 운영하는 관광지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실망이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인디언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기념관 옆으로 연결된 문을 통해 공연장 및 식당으로 들어간다. 뷔페식으로 되어있는 식당은 여러 가지 음식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당연히 메인 요리는 연어구이다.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무대에선 공연이 시작된다. 인디언 문화를 알리는 공연이다. 30여분 진행되는 공연은 이곳 인디언 문화를 많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공연과 식사를 마치면 섬 주변을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다. 배가 떠나기 전까지…
그런데 섬의 다른 부분은 크게 볼게 없는 그냥 조용한 바닷가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니는 사슴들이 섬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