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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07 04:16
[시애틀 수필-공순해] 이상과 우상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102  

공순해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장)

 
이상과 우상

 
요즘 전 배신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유비쿼터스의 세계에선 제가 단연 주인공이 될 거로 예측했었거든요. , 주인공이 또 하나 있긴 했어요. 로봇. 절 중심으로 해, 제가 미처 다 미치지 못하는 분야는 그가 장악해, 우리는 한 쌍의 주인공으로 인간 생활을 시시콜콜히 조절(?)할 거라고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아니, 보좌할 거라고요. 히히. 그래서 기대주가 된 전 언제 화려하게 인간 무대에 데뷔할 건가, 숨죽여 때를 기다렸어요.

한데 그만, 그 자리를 뺏겼습니다. 드라마의 남주와 여주가 바뀐 겁니다. 배역을 빼앗아간 게 누구냐고요? 짐작하셨겠지만 스마트폰예요. 요즘 세계는 스마트폰이 움직입니다. 누구랄 것 없이 손에 컴퓨터 한 대씩 들고 다니는 셈이죠.

그래서 심지어 디지털 친구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문경지교, 지란지교, 관포지교, 붕우유신, 이런 낱말은 어느덧 고어 사전 안으로 들어가 나란히 팔베개하고 잠들었어요

친구면 그냥 친구지, 디지털 친구란 또 뭡니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존재가 SNS란 연결선을 통해 친구로 등재되는 세상. 자주 연락하지만 만난 적 없고, 헤어졌지만 늘 연락된다는 이 신묘한 세상. 그래서 한 자리에 앉아 눈 마주치며 얼굴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각자 손에 쥐어진 이기(利器)를 통해 문자 메시지로 의사를 전하는 세상, 뭔가 가설무대 같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눈총 받습니다. 카톡을 안하면 주위와 융합이 어렵다고, <플린스톤> 시대 사람 취급받습니다. 한데 가만 보면 비사용자는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더군요. 연결이 빨리 되지 않아 짜증내고 불편해하는 쪽은 사용자더라고요. 왜일까요? 어느덧 속도에 길들어, 멈추기 싫은 탓인가 합니다.

인간의 욕망 속엔 더 나은 것, 더 빠른 것, 더 편리한 걸 추구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이상적 세계라고 합니다. 인간의 지식이, 지성이 만들어내는 편리한 세상을 이상적이라 하지요.

한데, 전 간혹 두려움을 느낍니다. 더 나은 것, 더 빠른 것, 더 편리한 걸 추구하는 인간이 더, 더에 갈급한 나머지 그 변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해 달리다 가속(加速)에 갇혀 그 속도 벨트에서 내릴 수 없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까 하고요

그땐 속도나 편리가 이상이 아니라 우상이 되는 거겠죠? 이상을 좇다 우상을 섬기게 된 인간들. 속도를 섬기다 무례를 범하기도 하는 인간들.

우상은 하나님이 아주 싫어하시는 거죠. 구약에서 그리도 엄격하셨던 이유가 다 우상 때문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전 살짝 걱정해 봅니다

늦어도 14일 길이면 갈 수 있는 광야를 40년 걸려 가게 하신 주관자께서 그럼에도 정신 못 차리고 우상을 섬긴 인간들에게 400년 동안 말씀을 안 주신 뒤, 은혜의 시대를 여셨으니, 혹시 그 은혜의 시간이 4000년이 되지 않을까, 한데 이 인간들이 그럼에도 편리란 우상을 섬기고, 주관자의 소관인 생명을 저희가 주관한다고 생명공학 운운 떠들어대니, 더 이상은 봐 주실 수가 없으셔 4000년 기한을 못 채우고 오시는 건 아닐까 하고요.

전지전능의 주관자시니 물론 참아서 기한을 채우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어지간해야 말이죠

하긴 그래 그런지 요즘 슬로우 라이프란 이름 아래 천천히 가자는 바람이 일기도 합니다. 한데 이도 겉멋 아닌가 합니다. 뒷동산 걸어도 좋으련만 기어코 샌디에이고까지 가야 하고, 생산지가 밝혀진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까다롭게 샤핑하는 이런 행위들, 모두 삶의 본질에 합당한 걸까요?

물량을 신속하게 이동시켜야 한다고 고속도로가 놓인 이래, 인간의 삶의 속도는 상상할 수 없게 빨라졌습니다. 만일 가속도로 달리던 편리란 이름의 벨트가 어느 순간 딱 멈추게 된다면? 우르르 앞으로 쏠려 일어날 참상… 

야성(野性)의 라멕 문화와 신성(神性)의 라멕 문화가 대립한 이래, 요즘처럼 야성이 왕성해진 시대도 드물까 합니다. 야성이 신성을 압도하는 시대니, 제가 인간에게 배신당했다 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지요.

이처럼 스마트폰이란 우상 때문에 배신당하고 염려에 휩싸인 제가 누구냐고요? 누구겠습니까. 히힛! 시계, 스마트워치로 얼굴 바꾼 손목시계. 주관자께서 영원에 눈금을 새겨 인간의 손에 쥐여 주신, 시간을 드러내는 시곕니다. 저는 태초에 원 웨이로 설정된고로 거스르거나 뒤돌아설 수는 없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입니다

하기에 걱정은 해드릴 수 있지만, 여러분을 도와 드릴 수는 없네요.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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