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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10 15:17
[김영호 시인의 아메리카 천국] 라커웨이 비치의 석양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81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라커웨이 비치(Rockaway Beach)*의 석양
 
라커웨이 비치의 저녁 태양은
스스로 몸을 태워 세상 어둠을 밝히는 빛의 성자.
뜨거운 불길로 타는 그의 몸에서
황금빛 살점과 핏방울이 뚝뚝 바다위로 떨어졌다.
온 몸을 태워야 사랑임을 보여주는 구도자였다.
붉은 살점들이 충만한 자비의 빛을 비추었다.
붉은 핏방울들이 충만한 은혜의 빛을 비추었다.
그 태양의 황금 눈빛은
길 잃은 나그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신비와 경이의 빛으로 그의 가슴에 옷을 입혔고
소망과 감사의 영안을 뜨게 했다.
나그네의 슬픔이 수평선위에 황금 꽃으로 우거졌다.
순간 그는 세상과 사랑에 빠졌고
사람들과 우주와 사랑에 빠졌고
그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
 
자신의 피로 하늘에 영혼을 소생시키는 시를 쓰고
바닷물 위에 성령의 황금 시를 쓴 태양 앞에
나무들이 그 시를 읽고 경배를 드리고
갈매기들이 그 시로 찬송을 불렀다.
태양은 나무들 갈매기들 나그네를 앉혀
가족사진을 찍어 주었다.
 
태양은 바다 속으로 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 중 가장 외로운 사람의 가슴속으로
가장 아픈 자의 가슴 속으로 들어갔다.
 
*오레곤 코스트의 쌍둥이 바위가 있는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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