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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5 09:27
[이효경의 북리뷰] 김다은, 함정임의『작가들의 여행 편지』(예스위캔,2009)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08  

이효경(UW 한국학도서관 사서)

"여행은 가보지 않은 곳의 경험으로 내 영역을 넓히는 것"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여행기를   적은 없다사진도 게을러서  찍지 않아 여행의 기억들은 어느 곳에  적이 있다 없다 행위만 남아 있을  단순하기 그지없다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에게 묻는다너는 여행을  떠나려 하는가?

작가들은 무슨 이유에서 여행을 떠나고 어떻게 여행을 하며 어떤 글을 남기는지 궁금해졌다도서관에서 여행 관련 책을 찾아보니 검색 창에   권이 눈에 띈다. ‘청춘을 걸고목숨을 걸고인생을 걸고길을 떠나 자신과 문학과 세계를 바꾼 작가 25인의 여행편지 모음!’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작가들의 여행편지』라는 책이었다.

작가여행편지   단어가 모두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작가란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업으로 사는 자들 아닌가그들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경험이고 그런 익숙하지 않은 곳에 나를 능동적으로 옮겨 새로운 경험을 얻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이런 경험을 통해  풍성해진 자신과의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일 것이다

변화된 자신을 찾고 나면  속에 숨어져 있던 나조차 몰랐던  자신을 만나 이제까지 써보지 못했던 글을 쓰면서 내면의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 다른 글도 아니고 편지를 쓴단다편지란 평소 말로는 못다 전한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종이의 힘을 빌려 비로소 적게 되는  아닌가수신자라는 대상을 두고 적는 글이 편지이지만사실 편지는 철저히 발신자 위주의 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보내는 여행 편지는 그들의 내면을 독자들에게 들여다봐 달라고 간절히 구애하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책을 통해 수십 통의 편지 수신자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 봉투를 조심스럽게 뜯으며 작가의 내면세계로 여행을 떠나가 보고자 한다.     

"여행은 치명적이고 아득한 시도"

25통의 편지는 세상 이쪽 끝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으로부터 도착해 있었다.

친근한 한국의 동해안과 남해로부터라오스의 비엔티안케냐의 마사이마라시리아의 사막페루의 나스카캄보디아의 앙코르와투쿠바의 바라데로프랑스의  호셸과 샹티이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인도의 상캬샤중국의 돈황을 거쳐 주변 산사로의 템플스테이 여행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수북한 편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의 동해안을 빼고는  많은 여행지 중에 내가   곳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소한 곳을 찾는 작가들의 계획된 의도는 예사롭지 않은 여행지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자신과의 만남을 아마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가 김탁환씨는 여행이란 ‘다른 곳에서 다르게 보낸 시간만큼 확연히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되는 이라고 했다.

그는 실크로드를 따라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면서 시간의 노예인 인간에겐 정녕 되돌아갈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때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모든 것은 이미 달라졌고 그렇게 여행이란 치명적이고 아득한 시도라고 말한다.

"여행, 그것은 용기있는 자만이 감행할 수 있는 과감하고 진취적인 작업"

어쩌면 여행이란 단지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으로 다시는 되돌릴  없는 위험을 각오하면서 떠나는 일이기도 하겠다그래서 용기있는 자만이 감행할  있는 자신을 향한 과감하고도 진취적인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들은 이미 충분히 자유로운 영혼에  양질의 자양분을 주고자  멀리  높고  척박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자신을 단글질하고 있었다자신의 내면을 바꾸고 자신과의 고요한 혁명을 이루어 가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바꾸고 있는 작업을 여행을 통해 그들은 이루고 있다.

마흔을 눈앞에 두고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할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여행기에 떠나지 않으면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 무언가를 잃  같은 강박 관념이 그를 여행지로 떠밀었다고 적고 있다

"작가들에게 여행은 존재의 확인이고 생존 그 자체"

작가들에게 여행은 존재의 확인이고 생존  자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이만교씨는 아주 멀리 떠나가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나를 떠나는 여행을 하고 오면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와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그에게는 일상의  자신을 버리듯 떠나는 여행이 다시 자신을 만나게  주는 셈이다


문정희 시인은 티그리스 강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인류의 시원인  강가에서 사람들은 노래의 꽃을 피우며 살아왔다수만  동안 강물과 사람들의 언어는 어디론가 흘러 흘러갔다앞으로도 슬프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지상에서 다시 태어날  있도록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를 것이라고

이렇듯 작가들은  순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의 떠남을 꿈꾸며 시와 소설을 꽃피워 왔다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과 같이 인류 문학의 유산을 오늘도 말없이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지금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가들의 편지를  읽고 나니 서두에  자신에게 물었던 여행의 목적에 답을 얻은 것도 같다그러나  다른 질문이 나의 등을 떠민다너는 지금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Resized_작가들의 여행 편지.jpg


[이 게시물은 시애틀N님에 의해 2013-09-15 16:35:59 시애틀 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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