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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1 23:40
김학인/삶이 활력소, 유모
 글쓴이 : 김학인
조회 : 3,571  

김학인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고문



삶의 활력소, 유머

 
만나면 유쾌해지는 사람이 있다. 웃음 가득한 얼굴에 재치 있는 말 한마디가 덤덤하던 기분을 살짝 건드린다.

“웬 나비가 날아오는 줄 알았어요.
“꽃이 만발한 데 번데기 몸으로 올 수 없잖아요. 한 겹 덮었지요.

노란 스카프 한 자락을 뒤로 넘기며 꽃분홍 스웨터를 입은 그녀와 손을 잡고 함께 소리 내어 웃었다. 기분 좋은 날이 시작된다.

흔히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첫인상을 표현할 때 ‘화난 것 같고 웃음, 미소나 유머가 없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융통성 없는 딱딱한 우리의 사회풍토가 빚어내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의 판소리 가사나 탈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듯하다. 반상 구별이 심했을 그 시절에도 곳곳에 해학과 익살로 할 말을 다하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으니. 재치와 위트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화술에 관한 유머감각은 배우면 될 것 같다.

유머는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대화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가끔 TV나 좌담회를 보면 우리의 대화는 너무 진지해서 듣기에도 힘이 들 때가 있다. 유머는 팽팽하던 긴장감을 깨뜨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점잖은 것이 호평 받아온 유교적인 전통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고나 할까. 경쟁 일변도의 경제적 환경이나 교육여건으로 사회가 각박해졌다 해도 그럴수록 더욱 여유를 가져볼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웃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유머를 생활 속으로 좀 더 끌어들여야 할 때다. 유머생활의 절대원칙은, “억지로 웃어라. 억지로 웃겨라.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는 기업은 유머가 통용되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머러스한 회사로 인기가 높다

25년 이상 미국 항공사로서는 유일하게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을뿐더러 미국 언론에서 해마다 선정하는‘고객 불만이 가장 적은 항공사’부문에서 항상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그 비결이 바로 유머경영이다.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 방침이라고 한다. 기장의 안내 방송도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예를 든다면 이런 멘트다.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실 때는 언제든지 날개 위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피우시면 됩니다.
그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고 나가십시오.

밥 돌 전 미 상원의원이 유머의 수준에 따라 역대 미 대통령 43명을 평가했다. 최고의 유머리스트는 아브라함 링컨, 2위는 도날드 레이건이다. 그들은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 이유로 담대한 낙관주의와 여유로운 유머를 든다. 링컨은 남북전쟁의 격전 중에도“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고 했다. 웃음에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 것이다.

레이건이 저격을 당한 후 간호사들이 지혈을 하기 위해 그의 몸에 손을 대자 대뜸,“낸시(부인)에게 허락 받았느냐?”고 위트 넘치는 말을 했다고 전한다‘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데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라고 말한 이도 있다. 통치력과 유머감각이 미국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갈이 깔린 구불구불한 산책길을 걸어가면 멀리 공사장이 보인다. 잡초가 무성하던 들판을 밀어내고 주택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일을 마친 크레인이 웅크린 공룡처럼 목을 늘어뜨린 채 쉬고 있다. 그 모퉁이에 공중전화 부스 모양의 이동식 화장실 한 채가 있다. 하늘색 표면에 빨간 네모꼴 안에는 ‘허니 버켓(Honey Bucket)’이라고 씌어 있다

왜 하필 ‘꿀 버켓’이지. 입가에 웃음이 번지면서 40여 년 전의 기억을 불러낸다. 시카고에서 유학생 배우자 자격으로 잠시 공장에 다녔다. 난생 처음 노동의 호된 체험을 하며 기계의 한 부분이 되어 숨차게 돌아갔다. 15분의 꿀 같은 휴식시간에 여성용(WOMEN)화장실은 만원이었다, 나는 급한 김에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같은 용도인데 숙녀용(LADIES)라고 했다.

호기심에 끌려 삼층으로 달려갔는데 거긴 또 여왕(QUEEN)이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비록 임시로 채용된 공순이긴 했지만 나는 여왕용 도어를 밀고 들어갔다. 미국인의 생활화된 유머가 느껴져 지금까지 인상에 남아있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으나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 깊었으니 늘 근엄하고 진지하고 거룩한 분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예수님은‘항상 기뻐하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면에 본을 보이신 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뻐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이 수천 명에게 끼니때가 넘도록 말씀하신 것이나,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니며 설교를 들은 것을 보면 분명 유머감각이 뛰어나셨을 거라고 여겨진다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렇게 몇 시간씩 들판이나 동산에 앉아 귀 기울일 수 없을 것이다.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 놓아라’는 성경 구절을 읽으면서 잠시 멈춘다.

화끈해졌을 오른뺨을 손바닥으로 만져보고 왼쪽 뺨을 들이대는 모습이나, 오른뺨과 왼뺨을 때리기 위해서 손을 번갈아 쓰는 왼손잡이(?) 상대방을 연상하면 픽 웃음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건 한 번의 웃음으로 끝나는 유머가 아니고 그 속에 인내와 아량, 그리고 사랑이 담긴 말이란 걸 알게 된다.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셔서 최악의 삶을 살면서도 인류의 영원한 행복을 가르치고 보여주신 예수님의 여유로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지구촌의 온갖 소용돌이 속에서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느리고 여유 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유머는 여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할머니 집에 제 마음을 두고 왔나 봐요.
기말시험 준비에 경황이 없을 손녀딸의 사랑스런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오면 넉넉한 기쁨이 하루를 채운다.


김영호 13-09-22 22:39
답변 삭제  
할모니 집에 마음을 두고 간 손녀딸의 유머감각이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네요. 그 아이의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애독자 13-09-24 15:45
답변 삭제  
글이 늘 따뜻해서 좋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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