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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22 14:49
[시애틀 수필-안문자] 옥 송아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44  

안문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옥 송아지

 
시어머니의 기일에 친구 S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옥 송아지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단다. 시어머니의 소식이 온 듯 반갑다.

친구는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란 단체의 사무국장이다. 이 약간 긴 명칭의 단체는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 암소 보내기 운동을 하는 기관으로 중국ㆍ인도ㆍ베트남ㆍ동티모르ㆍ미얀마를 지원하고 있다

암소는 지금까지 400여 마리가 전달되었고 새끼도 많이 낳았다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어떤 교회에서는 한꺼번에 50마리를 전달하기도 했고 고마운 약속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으니 지금은 얼마나 늘었을까.

시어머니 송수옥 권사님. 어머니는 말씀이 없는 조용한 분으로 표현을 잘 안 해서 좋으신지, 싫으신지 분간이 어렵다. 그러나 늘 온화한 미소를 담고 계시는 걸 보면 부족한 면도 불만족도 사랑으로 참으며 감싸주시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깊은 물의 표면이 잔잔하듯 굳이 말로 나타내지 않아도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맏며느리다. 이민 오기 전까지 일한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아기자기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시집살이도 안 했다. 맏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잘 해보려고 애썼던 성의는 어머니도 알고 계셨으리라 믿고 있다

좀 친근해보려고 한국에서 살 때는 물론 미국에 와서도 해마다 생신이나 성탄에 선물과 함께 카드를 보내 드려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서 카드 보내기는 오랫동안 혼자만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일일이 답장은 않으셔도 어머니의 사랑을 믿고 있기에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멀리 살면서 맏며느리로서의 역할은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뿐이었으니 좋은 며느리는 못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서울에 있는 형제들이 잘 모시고 있는 것을 알고 안심한 맏며느리는 그 역할이 점점 희석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후덕한 목사 사위와 막내딸의 효도로 92세의 천수를 누리셨다.

나이 들어 노쇠해 지셨지만 그런대로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놀라 허둥대며 남편 혼자 서울로 떠나고 나는 며칠 동안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잘 못했던 것들, 자주 연락도 못 드렸고 멀리 있기 때문에 무심했던 일들에 가슴이 아파 하나님께 용서를 빌며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우리가 이민 오는 날 마지막 인사를 드릴 때 건강들 하라고 빨개진 눈으로 애써 웃으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맏아들이 부모 형제를 두고 멀리 떠나는 일에 겉으로는 원망하지 않으셨지만 그 마음은 오죽하셨을까

지금, 아이들을 다 키우고 보니 나였다면 그 슬픔을 어찌 참았을지,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알면 뭐하나. 어머니는 이미 떠나셨는데.

시댁 형제들도 잔정이 없어보였지만 따뜻한 속마음들이 있어 힘든 가족들을 잘 돕고 있다. 형제들끼리 싸움이나 말다툼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너무 착하기만 해서 손해 본 일도 많았다고 들었다.

장례를 마치고 남편이 돌아온 후, 어머니를 위해 기념될 일을 생각하며 찾았다.

드디어 시어머니를 기리는 사랑이 베트남의 한 농가에 전해졌다. 암송아지를 보내면서 우리는 어머니 성함의 끝 자를 따 “옥 송아지”로 이름을 지었다.

가난했던 우리나라도 한 때 농가에서 소 한 마리는 큰 재산이었다. , 밭의 경작을 돕고, 수레를 끌고, 새끼를 낳아 살림을 일으키고, 자식들을 공부시키는 밑천으로 삼고, 결혼비용을 불리는 든든한 재산이 되었듯이 베트남과 여러 나라에 보내는 송아지 한 마리는 한 가정의 가난극복과 자립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고 했다.

시어머니의 성품을 보여주는 듯 봉사와 섬김을 가르치는 암소는 그분의 삶에도 합당한 기념이라고 여겨져 새삼 뜻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된다.

평생을 새벽기도로 삶 전체를 하나님께 맡기고 고생을 감사로 견디며 자녀들에게 짐이 안 되셨다. 어머니께서 남기신 것은 재산도 아니요, 이름 석 자도 아니다

새벽기도로 다져진 건강과 성경읽기와 기도의 모습을 신앙의 본으로 남기셨다. 시댁은 삼대째 장로집안으로 장로인 남편과 함께 오남매 형제들은 모두 목사요, 전도사, 권사,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머니의 신앙을 유산으로 받은 증거다.

내색 없이 마음으로, 기도로 사랑을 주셨던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간직하기 위한 나의 정성과 사랑, 옥 송아지가 퍼지고 퍼져 베트남의 한 가난한 가정에 희망을 줄 수 있기 바란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 함께 기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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