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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13 03:18
[시애틀 수필-장원숙] 어머니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847  

장원숙 시인

 
어머니
 
5… 5월이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모두 그러셨겠지만 힘겨운 삶이 준 주름 잡힌 얼굴에도 어머니께서는 무한한 사랑으로, 인자하고 부드럽지만 보이지 않는 강인함으로 우리 형제들을 키우셨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가셨지만 어머니는 내 삶의 원동력이 됐고, 아직도 내 마음 한 켠에는 어머니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향기가 때로는 내가 쓰는 시의 구절에, 내가 만드는 음식에, 그리고 나의 생각이나 영혼 속에서도 숨쉬며 뿜어져 나온다.

어머니는 특별히 교육열이 강하셨다. 아들 교육에만 매달리던 시절이었는데도 딸도 배워야 한다고 나를 학교로 보내셨다. 당신이 배우지 못한 한을 딸에게까지는 물려주고 싶지 않으셨으리라.

내가 간호학교에 합격하고도 여러 형편이나 여건 때문에 포기하려 할 때 어머니는 과감한 결단을 하셨다. 아버지께서 돼지를 팔아 나무 궤짝에 감춰둔 돈을 꺼내기 위해 자물쇠를 망치로 부수고 그 돈을 건네며 빨리 가라고 떠민 뒤 버스 타는 곳까지 마중을 나와 손을 흔들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어머니의 그 결단이 결국 나를 간호사로 만들었고, 간호사 자격으로 미국에까지 오게 됐다. 그 덕에 40년이 넘도록 이국의 땅이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게 됐고, 내 인생의 막바지도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도 강하셨지만 어머님은 행동이나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교육이 됐다.

책임감도 어느 누구보다 강하셨고, 누가 싸우는 것을 구경조차 못하게 하셨다. 싸움이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고 항상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하셨다.

뼈가 늘어나는 산고를 이겨내고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주신 어머니의 희생은 또 어떠한가. 행여나 잘못될세라, 행여나 다칠세라, 늘 전전긍긍하시며 한 눈 한번 팔지 않으시고 언제나 뒤에서 지켜봐 주시던 어머니셨다. 당신의 인생은 접어둔 채 언제나 자식이 먼저였다.

어느 새 어머니 나이가 되어 보니 이제서야 어머니의 고통을 헤아릴 것 같은데 자식들을 성장시키시고 난 후 찾아왔던 그 허탈감과 외로움을 어찌 견뎌내셨을까?

그 고독감과 서러움들을 감추고 날마다 자식들의 안부를 기다리셨을 어머니를 나는 왜 몰랐던 것일까? 말도 못하고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며 시린 가슴을 어루만졌을 어머니를 왜 몰랐을까?

5월이 찾아오면 베개를 적시도록 어머니가 그리워지지만 뒤늦은 후회는 늘 가슴만 저릴 뿐이다. 그리곤 과연 나는 어떤 어머니로 살았을까 뒤돌아보게 된다. 내 어머니의 반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어머니였다는 반성에 사무친다. 자녀들을 조용히 지켜보기 보다는 내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왔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늘 꾸짖고 야단만 치는데 익숙했었다. 강하게 키우겠다는 내 생각으로 강력한 울타리가 되어주지도 못했다.

꿈에도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지만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내 삶을 뒤돌아보면 후회뿐이다.

결국 삶은 돌고 도는 것임을 느낀다. 이제는 내 자식들도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도 내 맘과 다르지 않으리다.

어머니의 사진이라도 꺼내 살아 생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사랑합니다라고 몇 번이고 외쳐야겠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사랑한다라고 먼저 말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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