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 News1>
이메일 감청도 카톡 감청과 마찬가지로 편법적 활용 논란
"우리의 경우, 감청 장비는 통신사업자가 아닌 수사당국이 개발해야"
"감청 제도 존재하지만 집행할 수단 없는 묘한 상황"
모바일메신저 업체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이어 이메일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에까지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법 집행과 기술적인 문제가 충돌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지휘로 수사기관이 집행을 위탁한 감청영장 3건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 인천지검 공안부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간첩혐의자 A씨에 대한 이메일 감청영장도 "내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조를 거부한 상태다.
다음카카오 측은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이제까지 감청영장을 압수수색영장처럼 편법적으로 집행하는 방식으로 관행적으로 제공해왔던 협조를 이제는 거부하겠다는 초강수를 이미 밝힌 바 있다.
당장 검찰은 대공수사에서 감청영장은 활용이 배제된 상황이라며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감청영장의 대상으로 감청이 가능할 수 있는 통신기기는 유선전화, 휴대전화, 카카오톡 등 SNS, 이메일 등 크게 4가지로 분류 된다.
그런데 유선전화는 범죄혐의자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유선전화에 대한 감청영장은 효용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한다. 휴대전화에 대해선 국내에서 감청 기술과 장비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SNS와 이메일에 대해서는 실시간 감청 장비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감청영장을 마치 압수수색 영장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영장 집행을 해왔고 이제까지는 업체들도 여기에 협조했다.
검찰은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감청영장을 집행한다고 하면서 실제는 통신업체로부터 수일 지난 관련 자료를 모아서 제출받는 등 감청영장을 압수수색영장처럼 활용해왔다. 이런 점에서 감청영장 대신 당초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검찰 등 수사당국의 고민은 압수수색영장으로는 미래에 있어서의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감청영장은 현재에서 미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과거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청구 요건이 구별된다.
특히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압수수색영장으로 자료를 확보하려 했을 때 감청 대상자가 그 사이에 이메일을 한 번 보고 영구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사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법적, 기술적 보완 및 개선조치를 게을리 한 상황에서 감청영장을 압수수색영장 처럼 활용하는 방식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히 편법 시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대법원 판례도 '감청'의 개념을 "송·수신이 완료된 자료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오가는 것에 대해서만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은 이메일에 대한 감청영장 역시 현재 또는 미래의 자료를 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집행할 때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관행적으로 통신업체로부터 수일치 자료를 모아 받는 식으로 '과거'의 자료를 수집해왔다. 즉 미리 예약된 압수수색영장처럼 활용한 것이다.
즉 법제도는 있어도 법을 실현할 기술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고 그 와중에 감청영장의 편법적인 활용이 있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상황을 앞서가는 현실에 맡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이제까지 법적인 부분이 현실의 기술적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노출되기 전까지는 업체의 '협조'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는 이런 방식을 다시 관철시키기가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법적, 기술적 개선 조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청 제도는 법률상 존재하지만 지금은 감청영장을 집행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어진 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 개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검찰이 상당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감청영장 제도를 두면서 집행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설치 의무를 통신사업자에게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에 있다"면서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에도 선진국은 법적 처벌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제도에 따르면 감청영장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수사당국이 감청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은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집행 협조 거부가 지속돼도 감청영장 자체에 편법 논란이 있는데다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제제 수단이 없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카카오 측은 "감청영장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