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고문)
삶은
사랑의 노래
삶의
내리막 고갯마루에 쓰나미가 덮쳤습니다. 예고 없이 몰려온 광풍에 울타리가 무너졌습니다. 지붕이 날아갔습니다. 덜컹거리던 문은 안간힘 끝에 창틀만이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거센
파도가 숨을 고르고 향방 없이 뻗대던 바람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대지에는
쓰러진 아름드리나무가 길게 누웠고 둥둥 떠다니던 조각배는 바닷가 큰 바위에 걸려 널브러져 있습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지만 희미한 불빛은 출구가 아직 멀었음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이리저리 부딪치며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스르고 간신히 주홍빛 노을 앞에 섰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치열하고 냉혹했습니다. 때문에 다시 마주선 삶은 더없이 눈부십니다. 삶은 기쁨이고 희망이라고 가슴에서 함성이 들립니다. 삶은 사랑의
노래입니다.
<해 설>
위의
인용문은 김학인 수필가께서 최근 출간해 연암문학상을 수상한 『해돌이의 노래』의「책 머리에」일부이다. 삶은
인격이다. 사람의 향기는 고급한 인격에서 나온다.
문향文香
또한 작가의 고상한 인격에서 나온다. 고급한 인격은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다운 인품과 인고忍苦 온유 겸손의
미덕에서 쌓아진다.
김학인님의 삶은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인격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분의 수필집 속의 글들은 참을 수 없는 고난과 시련 속에서 피어난 인격의 꽃들이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 폭풍 속에서 신앙적 회개 감사 기도로 부른 투혼의 노래이다. 그 치열하고 냉혹한 비운 속에서도 신을 높여드려 신을 감동시킨 성혼聖魂의 승전가이다.
그분의 글은 무서운 병고 속 뼛속 저미는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일어선 고운 유월의 장미꽃이다. 좌절과 절망의 가슴에서 피어난 소망과 기도의 난초꽃이다.
그의 가는
길을 알고 그를 단련하신 후에 순금으로 빚어내신 신의 소중한 딸, 그의 글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읍感泣해
영혼 깊은 데서 솟아나온 눈물의 시다.
악전고투 끝에 새 생명을 주신 주의 자비에 바치는 뼛속의 피로
마련한 영혼의 성찬이다. 가장 쓰라린 고통에서 부른 가장 빛나는 기쁨의 찬송이다.
하여 그는 사랑의 하나님을 만났다. 하여 그는 신 인간 자연을 사랑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구도자 시인이요 수필가이다.
그는 그 구도의 글 인격의 글로
독자들을 깊게 감동시켜 가슴을 맑은 영혼으로 성화聖化시키어 거룩한 하나님의 성업聖業을 대신하고 있다. 당신의
삶과 글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