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신이 존재하지 않는 듯
고대 그리스 초기 철학자들은 만물이 흙ㆍ물ㆍ불ㆍ공기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특히 엠페도클레스는 그 네가지 요소가 사랑(philia)으로 융합되어 만물을 형성했고,분쟁(neikos)이 그들을 분리시켜 제각기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네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
흙의 요소가 너무 많은 사람은
온갖 식물에 영양을 공급하지만 짓밟히기 일쑤고, 물의 요소가 너무 많은 사람은 이리저리 흘러 들어가
생명을 불어넣지만 오지랖이 너무 넓고, 불의 요소가 너무 많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fire up하지만 화산같은 감정 폭발로 fire(해고)당하기 십상이고, 공기요소가 너무 많은 사람은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여
주변 사람의 기분을 up되게 하지만, 한번 자신의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다.
물론, 철의 여인(Iron lady)이나 목석같은 남자처럼 철이나 나무 요소가 너무 많은 사람도 있다.
음식물이 인체에 들어가서 피가 되고 살이 되려면 먼저 물리고, 쪼개지고, 갈린 후 위ㆍ창자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하듯 흙ㆍ물ㆍ불ㆍ공기가 그렇게 서로 뒤엉켜야 조화로운 사회를
이룬다. 그렇지만 흙ㆍ물ㆍ불ㆍ공기는 어느 하나 우월하거나 열등치는 않다. 동등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K-16 시스템은 그들을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있다.우등ㆍ열등ㆍ동등을
따져가며….
9월이 되면 학생들은 그런 분리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공립ㆍ사립ㆍ차트스쿨ㆍ특수학교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학교들이 학생 개개인에게 올인할 수 없는 것과 여전히 우등ㆍ열등ㆍ동등을 따진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뾰족한 대안이 없을까.
1933년부터 집권한 나치 정권을 향해 독일 교회는 저항보다는 동조를 했고,
심지어 히틀러를 사회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도자로 숭배했다. 독재 정부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신학자와 교회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인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해서 일을 꾸몄다.
그러나 1943년 봄에 발각, 체포돼 2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나치의 몰락 23일 전에 교수형으로
죽음을 맞았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본회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다. 하루는 독일 교회의 이중성과 무기력함을 비평하고, 종교가 퇴출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썼다.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정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성숙하면 할수록
신으로부터 독립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신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진정한 신은 우리를 버린다. 그리고 우리를 신 앞에서 신과 함께, 신 없이 살게 한다.”
바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듯” 사는 것을 본받아“학교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안이다. 즉 학교 앞에서, 학교와 함께, 그렇지만 학교가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다. 구글과 인터넷은 K-16 시스템의 취약점과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다. 캠퍼스라는 장소에 학생을
묶어두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며, 서열을 고집하는 학교는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숙한 학생이라면 무료 디지털 교과서, 무료 온라인 강의, 무료 가상 실험실 등 자기주도적인 학습 기회를
십분 이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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